민주당, 양문석·김준혁·공영운 논란에 무대응으로 일관
조국혁신당도 박은정 남편 전관예우 문제를 “반윤 검사”로 덮어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 학생들을 미군에 성상납시켰다.”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민주당 후보가 2022년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 출연해 했던 말이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는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며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후보는 2019년 2월 같은 유튜브 채널에서 “박정희라고 하는 사람이, 그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에 정신대, 종군 위안부들 상대로 섹스를 했었을 테고”라고 말한 사실도 알려졌다.
“5~6년 전 발언을 앞뒤 자르고 성(性)과 관련된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해 매도한 것”이라는 김 후보의 주장이지만, 구체적인 사료에 근거하지 않고 자신의 상상력으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김 후보는 “나와 민주당 후보들 죽이기에 나선 보수언론과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고 전의를 불태운다. 김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 또한 아무런 말이 없다. 막말 하나 갖고도 여야 정당들이 공천 취소를 불사했던 다른 총선 때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경기 안산갑에 출마한 양문석 후보의 ‘편법 대출’ 의혹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양 후보는 2020년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부인과 공동 명의로 사들인 후, 다음 해 딸 명의로 새마을금고에서 11억원의 대출을 받았는데 이때 20대 대학생 딸로 하여금 사업자대출을 받게 했다는 내용이다. 이 시기는 2019년 문재인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서는 시가 15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이 원천 금지된 이후다. 국민은 주택 구입을 하지 못하게 막아놓고 민주당 정치인들은 편법으로 대학생 딸을 사업자로 꾸며 거액의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사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양 ‘편법대출’ 의혹에 민주당 후보들도 우려
더 큰 문제는 도덕적 문제를 넘어선 위법 가능성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 후보가 아파트 구입을 위해 딸로 하여금 사업자대출을 받도록 했다면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출 과정에서 허위 영수증 등 서류 조작이 있었다면 문서위조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논란이 확산되자 양 후보는 뒤늦게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를 공천한 민주당은 수수방관만 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후보들 사이에서도 특히 양 후보 논란이 여론을 악화시킬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민주당은 “개별 후보가 대응할 문제는 개별 후보가 대응한다” “당에서 개입하는 방식은 취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공천을 취소하지 않더라도 총선 승리에는 이상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양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방관에는 그가 열렬한 ‘친명’이라는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 ‘매국노’ 등으로 비하하고,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말했다가 징계를 받고, 그리고 편법 대출 논란까지 일으키면서도 양 후보가 후보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것은 그가 ‘친명’이라는 이유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런가 하면 경기 화성에 출마한 공영운 후보는 ‘아빠 찬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 후보는 현대자동차 부사장 시절이던 2017년 6월 서울 성수동의 다가구주택을 구입한 후 2021년 4월 해당 주택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직전에 당시 22세 아들에게 증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합법적인 증여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직전에 증여한 사실은 현대차그룹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투기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낳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의 배우자인 이종근 전 검사장의 ‘전관예우 거액 수임’ 논란이 심각하다. 박 후보 부부의 보유 재산은 최근 1년간 41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전 검사장이 지난해 퇴직한 후 변호사로 다단계 업체 변론을 맡아 거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박 후보는 해명 과정에서 “남편은 (변호사 개업 후 약 1년간) 160건을 수임했기 때문에 전관예우가 있었다면 160억원은 벌었어야 한다”는 말로 국민감정을 건드리기도 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기득권 되었음을 의미
논란이 불거지자 조국 대표는 “이종근·박은정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하에서 대표적인 ‘반윤 검사’로 찍혀서 각종의 불이익을 받았다”면서 “특별히 윤석열 검찰 체제로부터 혜택을 받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단계 업체 수사를 하던 검사가 퇴직 후에는 하루아침에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다단계 범죄 변호를 한 사실이 ‘반윤 검사’였다는 말로 덮일 일은 아니다.
후보의 신상과 관련된 이런 논란들이 선거 한복판에서 불거지면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공천 취소 같은 엄정한 조치를 취하던 것이 여야 정당들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도 조국혁신당도 그럴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굳이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정권 심판을 선봉에서 외치는 자신들의 승리가 분명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후보와 관련된 논란거리는 여럿 존재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정권도 여러 번 잡고 국회의 다수파가 된 이후로는 논란거리가 보수정당의 것을 훨씬 능가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과거 우리 정치에서 재산이나 막말 관련 논란 하면 보수정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이제 민주당 진영이 우리 정치사회에서 주류가 되었고 민주당 정치인들이 기득권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광경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강경하고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과는 달리, 정작 이들 정당에 몸담은 정치인들의 기득권이 그만큼 엄청나졌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기득권이 커진 만큼 검증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보수정당을 향해서는 그런 요구를 해왔던 사람들이 모인 정당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논란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며칠만 더 버티면 된다는 모습이고, 당 지도부는 손을 놓고 있다. 그러고도 이길 수 있다는 오만이 낳은 모습이다. 정권 심판도 중요하겠지만 이런 문제들을 그냥 덮고 가는 22대 국회의 모습도 곤란하다. 정권을 심판한다고 ‘묻지마 투표’를 할 일도 아니다. 거를 것은 제대로 걸러내야 22대 국회가 온전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