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받은’ 내로남불 조국…“당신들은 왜 수사받지 않는가” 질문 띄워
이준석, 尹 정부 심판 내걸고 민주당과 협력의 길 걸었더라면...
4·10 총선 최대 변수는 ‘조국혁신당 돌풍’이 됐다. 2월8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심 재판부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월13일 부산 민주공원에서 “무능한 검찰독재 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조국 신당’ 창당이 가시화될 때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내로남불’ 프레임과 ‘조국의 강’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 조국 신당이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점은 전문가를 포함한 압도적 다수의 전망이었다.
2월25일 조 전 장관은 ‘인재영입 1호’로 신장식 변호사를 발표한다. 3월3일 창당대회를 한다. 당명은 ‘조국혁신당’으로 했다. 3월 1주 차까지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지지율은 ‘나눠 먹는’ 구조였다. 둘의 합계는 기존 민주당 지지율과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3월 3주 차가 되자 달라진다. 중도층이 달라붙고 충청권, 부산·울산·경남(PK), 대구·경북(TK)에서 지지율이 붙기 시작한다.
[표]는 3개 여론조사에서 실시된 ‘정당투표’ 지지율이다. 조국혁신당은 한국갤럽에서 22%를 받았다. 3위였다. 리얼미터에서는 27.7%를 받았다. 근소한 격차로 2위였다. 미디어토마토에서는 29.1%로 1위를 했다. 비례대표 지지자 중 ‘중도층’에서는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더 오른다. 한국갤럽에서는 24%로 1위다. 리얼미터는 33.1%로 1위다. 미디어토마토에서는 31.7%로 1위다. ‘중도층’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을 더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명 야당론’과 ‘지민비조 전략’ 먹힌 조국당
이제 핵심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 조국혁신당은 왜 성공했을까? 둘째, ‘조국 신당’은 잘됐는데, 왜 ‘이준석 신당’은 잘 안됐을까? 둘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제3지대 관점에서 볼 때 조국혁신당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크게 4가지를 꼽아볼 수 있다. 먼저 안정적 지역 기반의 존재와 ‘선명 야당론’이 먹혔다. 조국혁신당은 ‘호남’의 지지를 받았다. 비례대표 전용 정당이되, 안정적 지역 기반이 존재했다. 선명 야당론이 먹힌 이유이기도 하다. 조국혁신당의 초동 에너지는 세대는 4050세대, 지역은 수도권과 호남이었다.
둘째, 반윤-비명 유권자의 합류다. 3월 1주 차와 3월 3주 차 이후에 달라진 차이점이다. ‘반윤-비명’ 유권자들은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고 싶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유권자들이다. 이들에겐 조국혁신당이 등장하자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
셋째, ‘지민비조 선거 전략’이 효과적이었다. ‘지민비조’ 전략은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는 경우다. 현 정부를 심판하고 싶지만,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민주당 지지층의 정서에도 부합했다. ‘지민’하려다 ‘비조’하는 유권자도 있지만, 실제로는 ‘비조’하려다 ‘지민’하는 유권자도 상당했다. 바로 이 지점이 ‘전체 파이’를 키우게 된 핵심 이유다. 이는 여론조사로도 확인된다. ‘반윤-비명’ 성향의 중도층에서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지지율 1위다.
넷째, ‘역(逆) 내로남불’ 프레임의 작동이다. 조국 대표는 2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대법원 판결만 남겨두고 있는데, 많은 사람은 뒤집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국민도 그렇게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 돌풍의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법무부 장관은 ‘살아있는 권력’이었다. 살아있는 권력이 수사를 받는 것을 국민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한동훈 검사에 대해 적지 않은 국민은 ‘할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조 대표는 ‘처벌받은’ 내로남불이 됐다. 게다가 살아있는 권력도 아니다. 수십 번에 걸쳐 압수수색을 당했고, 학교에서 해고됐고, 가족 이 감옥에 갔다. 많은 국민은 잘못한 것에 비해 ‘과도하게 털렸다고’ 생각하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역(逆) 내로남불’ 프레임이 작동하게 됐다.
이제 국민은 “당신들은 왜 수사받지 않는가?”라고 묻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주가조작 의혹, 디올백 수수 의혹, 장모의 부동산 투기 의혹, 한동훈 비대위원장 딸 논문의 대필 의혹도 수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직 시절 아들 비리에 관한 검찰 조사를 승인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스스로 ‘협소한 지지층의 늪’에 빠진 이준석
그렇다면 제3지대 관점에서 볼 때 ‘조국신당’은 잘됐는데, 왜 ‘이준석 신당’은 잘 안됐을까? 물론 이준석의 개혁신당 역시 비례대표 지지율이 4~6% 정도 나온다. 2~3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초기 관심에 비해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무엇이 달랐을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유권자의 시장 사이즈 자체가 작았다. 이 대표가 표방한 것은 ‘반윤-반명’ 제3지대였다. 윤석열 정부도 반대하고, 이재명 대표도 반대하는 유권자층은 매우 협소하다. 게다가 지역구에서 이준석 신당을 찍을 경우 더 싫어하는 정당이 당선되기에 ‘사표 심리’가 작동한다.
둘째, 지지층의 협소함이다. 이 대표는 2030세대 남성을 핵심 지지층으로 한다. 이들을 규합했던 핵심 방법론은 ‘안티 페미니즘’ 전략이었다. 스스로 안티 페미니즘을 표방하진 않았지만, 2030 여성과 대립적인 노선을 취했다. 이 경우 2030 남성을 결집하는 효과만큼 2030 여성의 거부반응도 강해진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구성원일 때 2030 남성의 추가 합류는 대단한 역할이었다. 이들 2030 남성의 규모는 약 4~6%다. 그러나 ‘독자정당 노선’을 걸을 때 이 대표는 ‘4~6% 지지층에 갇힌’ 정치인으로 돌변하게 됐다. ‘협소한 지지층의 늪’에 빠졌다. 경기도 화성을 지역구 출마에서도 높은 인지도에도, 고전하고 있는 근본 이유다.
마지막으로 지지층의 협소함을 다르게 표현하면, 리더십의 협소함이었고 전략의 협소함이었다. 이는 조국 대표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조 대표는 ‘내로남불의 상징’이 된 정치인이다. 숨길 것도 없다. 그런데 ‘지지자들’이 강렬하게 엄호해 줬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지 않았지만, 중도층 유권자들이 합류했다. 반면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계와 합당한 직후 류호정 의원과 배복주 전 부대표를 공격했다. 2030 남성 지지층이 거부감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지지층에 영합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양당제와 소선거구제 정치구조에서 ‘제3지대의 성공’은 참으로 좁은 길이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2024년 국공합작 노선’을 걸었으면 어땠을까? 윤석열 정부 심판을 내걸고 민주당과 협력하며,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개혁신당 노선’을 초기에 표방했더라면 어땠을까? 정치는 성공에서도 배우지만, 실패에서도 배워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는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