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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관련 80건, 56억원 중개…하마스·IS 범죄의심거래도 묵인
美서 완전 철수하고 제재 준수 약속…CEO도 혐의 인정·사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가운데)이 21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법무부에서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의 유죄 인정 합의에 대해 기자회견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가운데)이 21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법무부에서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의 유죄 인정 합의에 대해 기자회견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북한 등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과 거래를 중개하고 자금세탁 방지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벌금을 물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는 21일(현지 시각)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BS)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등의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5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낸스를 창업한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는 효과적인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아 은행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아들이고 CEO직을 사임했다. 바이낸스는 미국인을 고객으로 둔 가상화폐 거래소로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등록하고 효과적인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운영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그러지 않아 은행보안법을 위반했다. 이 때문에 바이낸스는 하마스의 무장 조직인 알 카삼 여단,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IS)를 포함한 테러단체, 랜섬웨어 가해자, 자금세탁자 등 범죄자와의 거래가 의심되는 건을 금융당국에 보고하거나 방지하지 못했다. 바이낸스는 심지어 미국 고객이 이란, 북한, 시리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등 제재 대상 지역에 있는 사용자와 거래하는 것을 중개했다.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미국 고객과 제재 대상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차단할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제재를 위반한 가상화폐 거래 총 166만여 건(총 7억 달러 상당)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북한과 관련해서 바이낸스는 대북 제재를 위반하고 미국 고객과 북한에 있는 사용자 간 총 80건(총 437만 달러 상당·약 56억원)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다. 유죄 인정 합의 조건으로 바이낸스는 43억 달러의 벌금을 내고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다고 재무부는 알렸다. 바이낸스는 또 미 재무부 산하의 금융범죄단속 네트워크인 핀센(FinCEN)의 모니터링을 받으며 제재를 준수하기로 약속했고 추가로 재무부가 5년간 바이낸스의 회계 장부 등을 열람하도록 허용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부 장관은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의 한 부분은 그동안 저지른 범죄 때문”이라며 “이제 바이낸스는 미국 역사상 기업으로서 가장 큰 벌금을 내게 됐다”고 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가 테러와 대량살상무기(WMD)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이뤄져 특히 눈길을 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데 가상화폐에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를 차단하기 위해 힘써왔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낸스와의 합의에 대해 “더 넓게는 오늘과 내일의 가상화폐 산업 전체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어디에 있는 어느 기관이든 미국 금융체계의 혜택을 받고 싶다면 우리 모두를 테러리스트, 외국 적대세력과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하는 규정을 따르거나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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