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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협의회 “김 청장, 추상적·포괄적인 지시…업무상 과실 치사죄 인정 돼”
“검찰, 별다른 이유없이 기소 미뤄…피해자 권리 정면 침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추모 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추모 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기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22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현장 대응의 실질적 책임자는 김광호 서울청장”이라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 130여 명의 명의로 기소 촉구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유가협과 대책회의는 기소 촉구 의견서에 “김 청장은 지휘권한을 행사해 사전에 인파 관리 계획이 제대로 세워졌는지 확인하고, 미비한 점이 있으면 이를 보완하도록 지시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김 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경 화상회의를 통해 추상적·포괄적인 지시만 하였을 뿐, 이후 별다른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 치사죄가 인정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들은 “김 청장은 용산서, 서울청의 정보경찰들을 통해 대규모 인파 대비의 필요성을 여러 번 보고 받고 본인 스스로도 두 차례나 서울청 산하 경찰서장들에게 핼러윈데이의 인파 집중 위험성을 대비할 것을 지시했는데도 어떠한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사 1시간 전 이태원 인파 밀집 관련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혐의가 정리됐는데도 검찰이 합리적인 이유없이 기소를 계속 미룬다면 참사 피해자들의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검찰 수사팀은 김 청장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보다 더 큰 권한과 책임이 있고 참사를 예견하고도 방치한 정황이 뚜렷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러나 대검찰청은 시간이 많이 지났고 신병 확보가 불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팀은 불구속 수사로 수사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대검찰청에서는 내용을 보강하라며 제동을 걸고 윗선 수사를 방해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이유에 대해서는 유례없는 참사라 신중히 판단하기 위해서이고, 해외 사례에서 청장급이 책임진 일이 드물다고 변명한다”며 “시내 한복판 길에서 걸어가다가 사망당하는 일은 흔한 일이냐”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검찰이 이번 참사의 핵심 인물인 김 청장을 제대로 기소하지 못하고 정권 눈치만 본다면 국민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즉시 김 청장을 기소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진동 서울지검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됐고,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지도 6개월 가까이 됐지만 우리나라에서 없었던 특이한 사례이자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 수사여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다양한 의견이 나온 만큼 부족한 것이 있는지 확인 중이며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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