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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맞는 이재용, 안정보단 조직 재정비 택할까
최태원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칼날 예고?

지난 3월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인사 시즌이 돌아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유럽·중동 전쟁, 금리 등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업들의 이번 인사 기조는 대체적으로 ‘안정’에 무게에 실린다. 하지만 저마다 사정이 다른 탓에 쇄신의 폭이 예상보다 큰 그룹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은 이번 주를 시작으로 이달 말과 내달 초에 걸쳐 연말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5~6일 사장단·임원 인사를 단행한 삼성그룹은 예년처럼 올해도 내달 초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정기 인사가 주목되는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1년을 맞아 조직 재정비 차원에서 인적 쇄신을 단행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에는 취임 직후 인사가 이뤄지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해 사장단 대부분이 유임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2023년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2023년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에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경계현 DS(반도체) 부문 사장의 거취를 주목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말부터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한 부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 경계현 사장은 2025년 3월이다. 임기는 아직 상당기간 남았지만 올해 삼성전자가 아쉬운 실적을 기록한 터라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들은 60대에 접어들면 용퇴하는 삼성의 ‘60세 룰’에도 포함된다. 일각에선 ‘모바일·가전·반도체’의 3인 대표이사 체제의 부활도 거론하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 재구축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이 회장이 여전히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어서다. 이 회장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지난 17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26일이다. 아울러 삼성물산(고정석·오세철), 삼성SDS(황성우), 삼성중공업(정진택), 삼성증권(장석훈), 삼성화재(홍원학) 등도 내년 3월 등기임원 임기가 종료되면서 연임 여부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재계에선 삼성의 임원 인사 폭도 줄어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214명이 승진했다. 당시 D램 가격 상승 등으로 실적이 개선돼 전년(162명)보다 승진 폭을 늘린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엔 187명으로 임원 승진자가 줄었다.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진 올해에는 승진 폭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한은-대한상의 공동 세미나'에 참석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축사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한은-대한상의 공동 세미나'에 참석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축사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7년 만에 꺼낸 ‘서든 데스’…칼날은 어디로 

SK그룹은 쇄신의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SK그룹은 리스크 대응을 위해 주요 대표이사 및 부회장 다수를 유임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돌연사)를 언급했다. 2016년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언급한 ‘서든 데스’를 7년 만에 다시 꺼내든 것이다. 그룹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부회장단의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관건은 교체 폭이다. 그룹 내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조대식 의장은 2017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회장단 8명 가운데 오너일가를 제외한 6명 중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은 60대에 접어들었다. 쉽게 사람이 내치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 회장이 ‘서든 데스’의 위기 상황에서 쇄신의 칼을 빼들지 주목된다. 상대적으로 소폭의 변화가 예상되는 곳도 있다. 지난해 가장 늦게 인사를 단행한 현대차그룹은 올해는 한 달 가량 빨리 교체를 발표했다. 지난 17일 현대차그룹은 이규석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 부사장과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의 승진을 발표하며 각각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엔 현대차, 기아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터라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LG그룹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 임원 인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취임 5년이 지난 구광모 회장은 그동안 파격적인 인사 대신 ‘안정 속 쇄신’이라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특히 LG는 올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배터리, 전장, 전자 등에서 좋은 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칼바람이 매섭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내년 3월까지 임기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배두용 LG전자 대표이사 부사장 등의 거취는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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