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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 방식은 달라도 ‘고통 분담’엔 공감대
잇따른 ‘규제 리스크’에 은행권 ‘좌불안석’
다만 횡재세의 법제화 여부와 상관없이, 은행권을 향한 ‘고통 분담’ 압박은 시작됐다. 정부·여당도 은행의 초과이익 환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서다. 정치권의 질타 속에 이미 올해 상반기 4700억원 규모 상생금융안을 시행한 은행권으로선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시장에선 잇따른 ‘규제 리스크’ 탓에 은행주를 향한 투심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횡재세도 결국 ‘초과이익환수’…은행 ‘상생금융 시즌2’ 불가피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1일부터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시작으로 횡재세 관련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한다. 민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 횡재세 관련 법안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토록 하고 있다. 실제 횡재세가 도입될 지는 미지수다. 여당이 횡재세 법제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사기업의 초과수익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시장주의에 반하며,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또 초과이익을 환수했다면 반대로 기업의 손실도 보전해줘야 하냐는 지적부터, 은행권에만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다른 업계와의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여당도 은행권의 초과이익을 환수하자는 취지엔 찬성한다. 은행권이 예대금리차를 이용해 손쉽게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돈 잔치’를 벌인 데 대한 후속 조치는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마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한 소상공인의 발언을 전한 데 이어, “은행들이 갑질을 많이 한다”고 직접 질타하기도 했다. 결국 추진 방식은 다르지만, 여야 모두 은행권을 향한 ‘비용 분담’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은행은 이미 올해 초부터 이어진 윤석열 정부의 압박에 47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이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 이후에는 일부 시중은행에선 도합 약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상생금융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횡재세 도입 논의까지 본격화하면서, 은행권으로선 추가 상생금융 관련 대책 마련이 불가피해졌다.임계점 넘긴 압박…“최대 조 단위 보따리 풀릴 지도”
금융권에선 이르면 이날 최대 조 단위의 상생금융 ‘보따리’가 풀릴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대 금융지주 회장단 등과 간담회를 가진다. 이 자리에서 은행권이 내놓을 상생금융안의 정도에 따라 정치권 및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추가 상생금융 지원책으로는 취약계층의 저금리 전환이나 성실상환 차주 이자 감면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임직원 연봉 삭감을 포함한 혁신안도 언급된다. 구체적인 방안은 은행권 내부적으로도 결정된 게 없지만, 이날 간담회를 기점으로 상생금융안 규모나 방법 등을 합의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당국의 압박이 지속되면서, 은행주를 향한 시장의 우려는 확산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여야를 떠나 은행의 사회적 책임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횡재세 법안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은행 초과이익 회수에 대한 움직임이 발현될 공산이 크다”면서 “정책 변수에 따라 은행주 센티멘트(투자심리)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투자심리 약화 현상으로 인해 은행주는 당분간 쉬어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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