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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구 시민 존경”…수도권‧비례 등 총선 역할론 분분
이준석 “韓, 미래의 경쟁자…尹 비판할 수 있을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두 인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말 동안 ‘세 과시’에 나섰다. 17일 대구를 방문한 한 장관은 인기몰이에 나서며 출마에 한 걸음 다가가는 행보를 보였다. 대구 출마설이 유력한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앞두고 온라인 연락망을 열어 주말 동안 약 3만 명 이상을 모집했다. ‘보수의 심장’에 좌표를 찍은 두 여권 잠룡 사이 묘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날 오전 8시 기준 3만5000명이 참여했다며 “최종적으로 10만 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지난 18일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과 긴밀히 교류하기 위해 연락망을 구성하려 한다”며 온라인 설문지 홈페이지 링크를 게시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큰 빚을 지는 정치보다는 경쾌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시도를 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12월27일까지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큰 변화가 없으면 신당”이라면서 연일 대통령의 근본적인 변화 필요성을 촉구하며 창당 디데이를 세고 있다. 그는 19일 광주에 이어 연말까지 대구‧대전에서 토크콘서트를 여는 등 전국구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한동훈 장관의 행보는 총선 출마 쪽으로 빠르게 기울어가는 양상이다. 지난 15일 부인 진은정씨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출마설에 불을 지핀 데 이어, 17일 한 장관이 대구를 찾아 ‘정치인 행보’를 보이면서다. 명목상으로 법무부 공식 일정이었지만,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한 장관은 쏟아지는 출마 질문에 뚜렷이 부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보와 겹쳐보인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2021년 3월 윤 총장 역시 대구를 찾아 인파 속에서 “고향에 온 것 같다”고 말했고, 바로 다음 날 검찰총장직 사퇴를 선언하며 정치인 행보를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이날 한 장관도 “평소 대구 시민들을 깊이 존경했다”는 등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한 시민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한 시민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尹대통령 비판할 수 있을까?”

한 장관의 대구행을 두고선 최근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과 맞서 대구‧경북(TK)을 공략하는 상황에서 ‘텃밭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제기됐다. 한 장관은 “(대구 민심은) 처참한 6·25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으셨다”며 사실상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한 장관과 이 전 대표 모두 보수 정통 민심을 얻기 위한 행보를 보이면서 둘 사이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직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은 한 장관은 이 전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진 않고 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의 출마가 유력해지면서 그를 의식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 장관을 향해 “잘할 수 있다고 본다”고 치켜세우면서도 ‘정치인 한동훈’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를 제시하며 뼈 있는 조언을 건네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을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표현했다. 여권에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란 부푼 기대감을 주고 있는 한편, ‘꽝’의 가능성까지 남아 있다는 의미로 양면적 의미로 해석된다. 나아가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이 쉽사리 ‘친윤’ 틀을 돌파해내기 힘들 거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그는 이날 《시선집중》에서 “한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뭐라고 (비판)할 수 없다면 그 순간부터 매력도는 떨어진다”며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대선의 기회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한 장관을 향해 ‘4‧15 부정선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대구의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불지는 미지수다. 우선 한 장관의 대구 출마설에 대해선 당 안팎에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유력 대권 주자인 한 장관이 나서 위기에 처한 수도권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선명성이 강한 정청래(서울 마포을) 의원이나 안민석(경기 오산) 의원 지역구에 한 장관을 등판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x세대와 MZ세대 정치 고수가 만나 정치혁신과 미래 비전을 논하다'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x세대와 MZ세대 정치 고수가 만나 정치혁신과 미래 비전을 논하다'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 좋아 보이지 않아” “韓, 이겨야 본전”

이 전 대표의 경우 대구 출마를 사실상 굳혀가는 분위기다. 다만 ‘반윤’ 스탠스를 안고 대구 민심을 얻기란 이 전 대표 스스로의 분석대로 ‘쉽지 않은 길’이다. 대구 민심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을수록 ‘우리라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선 홍준표 대구시장 등 이 전 대표의 행보가 ‘미풍’에 그칠 거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준석 신당’에 대한 불편함과 긴장감도 감지된다. 당내 2030세대가 이 전 대표를 따라 대거 이탈할 수 있는 데다, 총선에서 상당한 표 분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총선을 앞두고 당이 전열을 정비하고 화합하는데 당 구성원으로서 계속되는 이 전 대표의 언행이 꼭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에 대해서도 당 안팎에서 ‘구원투수’라는 평가와 동시에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한 여권 관계자는 취재진에 “한 장관의 경우 수도권 험지에서 당선이 돼야 본전일 만큼 기대감과 존재감이 크다”며 “만일 한 장관이 TK에 나서거나 비례대표를 받게 될 경우 여론이 그리 긍정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 당의 귀한 대권주자인 한 장관이 너무 빠르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 또한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순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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