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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예방교육도 지자체-교육청별로, 치료〮재활도 보건복지부-식약처 제각각”
즉흥적이고 비전문적인 대책, 효과에 의문
열심히 일하려는 분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각 교육청과 지자체에서 개별적으로 예산을 들여 만들고 있는 청소년 약물중독 예방 교재는 길거리에 마약중독자들이 방치된 미국 현실에서의 예방 교재를 번역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크게 헛발질하는 것이다. 당연히 교육부 차원에서 실제 마약중독 분야의 전문가들과 예방교육 전문가들을 모아 한국적 현실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심사숙고해 만들어 각 교육청에 배포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 마약류 중독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담당해야 하는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재활시설은 보건복지부 관할이다. 당연히 보건복지부가 이 분야의 치료·재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하기에 관련 예산이 삭감돼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식약처가 계획한 17개 마약류 중독재활센터는 장밋빛 기대와는 다르게 국내 마약류 중독을 경험하고 상담 및 치료와 재활을 이끌 수 있는 전문가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는 실제 제대로 운영될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본다. 게다가 경험이 일천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마약류 중독재활센터에 중독자들을 모아놓는 순간,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알코올중독은 마트나 편의점에서 재발하지만 마약은 중독자들을 한곳에 모아놓는 순간 그곳에서 재발이 촉발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보건소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익명 마약선별검사는 정규적으로 보호관찰소에 가서 마약류 소변검사를 받아야 하는 마약류 사범들에게 다시 몰래 마약을 하고 보호관찰소에 가서 정해진 시간에 소변검사를 받을지, 아니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서 미루고 며칠 더 지난 후 소변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는 시점에 가야 할지를 결정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훨씬 크다. 이러한 대책들의 난맥상은 북방의 고립된 장벽을 지켜온 자들 이외에는 사실 유령을 대면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마약은 술, 도박, 인터넷 중독 같은 괴물들과는 전혀 다른 괴물이며 전염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다름없다. 일선에서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로서 각 부처에서 쏟아내고 있는 즉흥적이고 비전문적인 대책들이 결국에는 예산 낭비와 정책적 실패라는 무력감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마약과의 전쟁이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소비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마약류 중독이라는 유령과 싸우기 위해서는 교육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경찰, 식약처 심지어 관세청과 국가정보원 등 사회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예방, 교육, 단속, 치료, 재활에서 각 부처와 지자체 간 역할을 조율하고 가르마를 타주며 한정된 예산이 중복되지 않고 필요한 분야와 부처에 적절히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컨트롤타워가 시급히 마련돼야만 한다. 아울러 우리의 눈높이에 맞춘 철저한 예방교육이 전 연령대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 이미 중독된 이들에게는 마약류 중독이 ‘뇌의 질환’이라는 개념하에 조기 발견 및 적극적인 치료와 재활이 이뤄져야 한다. 마약류 중독에서는 ‘적발되는 순간이 치료의 시작이다’라는 말이 있다. 엄격한 단속과 처벌에 그쳐서는 안 되며 치료 및 재활을 위한 과정이 단속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후방으로부터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1년이 지났지만 북방의 장벽에서 유령들과 맞서고 있는 이들에게는 별다른 지원부대도 보급품도 도착하지 않고 있다. 부대원들은 갈려 나가고 체력도 바닥이 나서 이대로는 도저히 못 버틸 것 같다는 절망감 속에 견디고 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훌륭한 의료 시스템과 높은 시민의식으로 전 세계에 모범 사례를 남긴 바 있다. 이 전쟁은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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