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장 상대 행정소송서 원고 승소…“징계시 필수 고려사항 누락”

ⓒ픽사베이
ⓒ픽사베이
대학교 수련모임(MT)에서 술에 취한 여자 동기를 부축했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렸던 남자 대학생이 유기정학 징계에 대한 총장 상대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행정1-1부(이현석 부장판사)는 수도권 모 대학교 학생 A씨가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 1월 A씨에게 내려진 3주간의 유기정학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 또한 전부 대학 측이 부담하라는 판결이다. 사건이 시작된 건 작년 6월이었다. 당시 대학 신입생이던 A씨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동기들과 경기도 모처의 펜션으로 MT를 떠났다. A씨는 이튿날 새벽 펜션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한 동기 여학생 B씨를 부축했다. 이후 여학생 B씨는 학과 교수를 통해 교내 인권센터에 “A씨가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는 취지로 A씨를 신고했다. 약 2개월 간의 인권센터 조사가 이뤄졌고, 교내 성희롱·성폭력 고충 심의위원회는 A씨의 행위가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A씨가 저항이 어려운 상태였던 B씨의 신체를 동의 없이 접촉함으로서 성적 굴욕감 및 수치심을 안겼다는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A씨는 학교 생활지도위원회로부터 3주간의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사태는 법정 분쟁으로 번졌다. A씨가 본인은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맞선 것이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만취한 동기를 부축하려고 양쪽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넣었을 뿐 성추행하지 않았다”면서 “대학은 어떤 성추행을 했는지 판단하지 않고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과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이유로 징계했다”고 주장했다. 법원 또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학 측이 징계 과정에서 A씨의 구체적인 행위와 고의성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위법한 징계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학이 성폭력을 이유로 A씨를 징계하려면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를 따져 (성추행)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돼야 한다”면서 “대학 심의위는 신체 접촉이 있었고,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인정했을 뿐 어떤 신체 접촉인지 판단하지 않았고, 고의인지 과실인지도 따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성폭력이 이뤄졌다고 인정할만한 여타 자료도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대학 측이 A씨에게 내린 징계에 대해 “마땅히 고려해야 할 사항을 누락해 내린 징계”라면서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