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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팀 응원 7%-中팀 응원 93%…與 “다음이 조작 숙주, 배후는 野 세력”
野 “비상식적 주장…선거 직전 ‘포털 길들이기’ ‘국면 전환’ 시도하나”

정부 여당이 ‘가짜뉴스’에 이어 ‘포털 때리기’ 공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국과 중국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 경기 당시 포털사이트 다음의 ‘클릭 응원’ 페이지에서 여론 조작 정황이 발견됐다는 이유에서다. 여권에선 이번 건이 ‘드루킹 시즌2(선거조작)’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법 개정까지 예고했다. 반면 야권에선 정부 여당이 매크로(반복 자동 수행)를 이용한 일부 네티즌의 일탈을 침소봉대하려 한다며, 총선을 의식해 무리한 여론몰이를 시도하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숱한 논란과 부작용 끝에 최근 국내 포털사이트를 양분하고 있는 네이버와 다음이 댓글 운영 정책을 개편했다. ⓒ시사저널 이종현<br>
숱한 논란과 부작용 끝에 최근 국내 포털사이트를 양분하고 있는 네이버와 다음이 댓글 운영 정책을 개편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카카오 “해외 IP 2개의 집중 공세…단순 시스템 문제”

다음 운영사인 카카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일 한국과 중국의 올림픽 축구경기 당시 포털 다음에서 진행된 ‘클릭 응원’의 3분의 2는 해외 특정 인터넷주소(IP) 2개가 주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총 클릭 응원 수 약 3130만 건 중 네덜란드와 일본이 각각 출처인 IP 2개의 응원 수만 1988만 건(63.5%)에 달했다. 2개 IP를 제외한 나머지 해외 IP 271개의 클릭 응원은 4만 건(0.1%)에 불과했다. 국내에서는 5318개 IP에서 301만 건(9.6%)의 클릭이 이뤄졌다. 네덜란드와 일본 출처의 2개 IP는 한·중전이 끝난 지 1시간30분이 지난 2일 0시30분부터 낮까지 중국팀 응원을 집중적으로 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가 클릭 응원 기능을 폐쇄한 2일 오후 5시경 기준으로 중국팀 응원 수는 2919만 건(93.2%)까지 폭증했다. 한국팀 응원 수인 211만 건(6.8%)을 압도한 수준이었다. 카카오 측은 이번 논란이 무제한 클릭이 가능한 서비스 특징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네이버와 달리 비회원도 참여할 수 있고 클릭 횟수에 제한이 없는 만큼, 일부 이용자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해 응원 수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관련해 카카오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8월28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당대표(오른쪽 아래) ⓒ연합뉴스
8월28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당대표(오른쪽 아래) ⓒ연합뉴스

與 “여론조작 발본색원”…野 “반격 소재 찾다 과잉대응”

해당 사태를 두고 정부 여당에선 ‘여론·선거조작’이라며 판을 키우는 분위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이 여론조작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 여론조작 세력은 반드시 발본색원해 엄단해야 한다”며 “‘댓글 국적 표기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 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여권 일각에선 민주당을 겨냥해 ‘여론조작 배후설’까지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4일 기자회견에서 “특정 반국가세력들이 국내 포털을 기점 삼아 광범위한 여론조작을 하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친민주당, 친북, 친중 세력이 자기 이해관계에 맞춰서 여론조작을 할 수 있다. 선거 때 (이런 세력이) 침투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법, 제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도 여권에 발맞춰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해외 세력에 의해서도 국민 여론을 분열시키는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 위원장의 보고를 받고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조속한 조치를 지시했다. 여기에 대통령실도 메시지를 더하며 지원사격에 나선 모습이다. 반면 야권 일각엔 정부 여당이 이른바 이념 전쟁의 일환으로 ‘포털 길들이기’를 시도하려 한다는 의심어린 시각도 있다. 매크로라는 1차원적인 시스템 문제에 ‘여론조작’과 ‘선거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것은 ‘억측’이란 것이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4일 브리핑을 통해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억지 근거 만들기”라며 “상식적으로 여론 조작 세력이 고작 스포츠 경기 클릭 응원을 조작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정부 여당이 오는 10·11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까지 의식해 고의적으로 여론조작설을 띄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다음은 네이버와 시스템이 다르고, 단순 스포츠 경기를 선거 등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며 “연결고리가 떨어지는 사안을 침소봉대해 총선까지 끌고 갈 심산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발맞춰 정부 여당이 괜한 꼬투리를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 연구소장은 “여권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장 기각 후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내주었다. 반격의 소재를 찾다 보니 (해당 사태가) 걸려든 것 같다”며 “하지만 과잉 대응으로 비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권이 뉴스타파의 허위 인터뷰 의혹을 비롯해 여론조작 가능성을 계속 제기하는데, 결국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주도하고 기획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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