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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9%p 차까지 뒤진 여론조사에 민주·진보진영 우려 커져
‘트럼프 사법 리스크’에 대한 반사이익에만 기대는 양상

2024년 미국 대선이 1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발표된 한 여론조사가 워싱턴 정가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3번째 대통령선거에 뛰어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을 오차범위를 벗어나 큰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된 결과 때문이었다. 해당 여론조사를 공개한 미국의 유력지조차 “이상치(outlier)”일 가능성이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향후 미국 대선 전망을 더욱 격랑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9월15~20일(현지시간) 전국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3.5%포인트)에 따르면 가상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가 51%를 얻어 바이든(42%)을 오차범위를 벗어나9%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지난 2월 조사보다 바이든은 2%p 내려가고 트럼프는 3%p 올라간 수치다.
바이든 대통령이 9월26일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자신의 지지층에 어필하기 위해 전미자동차노조 파업에 동참했다. ⓒ로이터 연합

바이든, 카터·트럼프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아

9%p의 지지율 격차는 최근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다소 거리가 있는 결과다. 실제 폭스뉴스가 9월9~12일 등록 유권자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0%p)는 트럼프가 48%를 얻어 바이든(46%)을 2%p차로 앞섰고, 퀴니피액대가 9월7~11일 미국 성인 1910명(오차범위 ±2.2%p)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오히려 바이든이 47%를 얻어 트럼프(46%)에 근소한 우위를 나타내는 등 박빙의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NBC방송이 9월15~19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1%p) 역시 바이든과 트럼프가 각각 46%로 동률을 기록하는 등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이로 인해 해당 여론조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사바토 버지니아대 정치센터장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WP-ABC 여론조사를 무시하라”면서 “어떻게 이처럼 터무니없는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네이트 콘 뉴욕타임스(NYT) 수석 정치애널리스트는 지난 5월 WP-ABC의 가상 대결 조사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7%p 차로 앞섰던 것도 당시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와 거리가 있었다면서 “만약 이것이 두 번 연속 발생했다면 이것은 접근법의 일부 요소에 따른 결과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WP는 해당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다른 여론조사와 상충하는 결과로, (기 추세에서 벗어난) 이상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으며, ABC방송도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접전을 보인다는 점에서 (결과를) 면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선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좀처럼 반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바이든의 ‘고령’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분석 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10월4일 기준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균 지지율은 40.3%다. 바이든의 국정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54.8%에 달한다. 바이든의 지지율을 같은 시기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보면, 지미 카터(35.0%)·트럼프(40.0%)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로 낮았다. 카터와 트럼프는 모두 재선에 실패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서면서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를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좀처럼 미국인들에겐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P-ABC 조사에선 바이든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0%에 불과했다. NBC 여론조사에서도 경제에 대해 “매우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이 50%였다. 더 큰 문제는 바이든의 고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74%는 바이든이 연임을 하기에 너무 늙었다고 답했다. 민주당 성향 응답자 중 62%는 바이든이 아닌 다른 사람을 후보로 내야 한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게리 랭거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설문의 (조사) 결과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정적이기 때문에 그것은 바이든이 2024년 대선 지지율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그러한 정서는 현실이고, 최근 조사들에서 지속적으로 부정적이며, 바이든에게 앞으로 도전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랭거는 “바이든은 전반적으로 인기가 없으며, 연임에 적합한지에 대한 의구심은 광범위하다”면서 바이든의 저조한 업적과 경제적 불만, 고령에 대한 우려 등이 관련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WP-ABC 및 NBC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56%를 기록한 것을 거론하며 “민주당에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고, 민주당 여론조사 팀원인 제프 호윗도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민주당에 빨간불”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월2일 뉴욕 맨해튼 법원에서 진행된 사기 사건 관련 재판에 출석해 있다. ⓒ뉴시스

트럼프, 당내 경선 무시하고 굳히기 전략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사법 리스크에도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평균 지지율은 10월4일 기준으로 55.7%다. 당내 경선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평균 13.5%)와는 42%p 이상의 압도적 격차다. CNN은 공화당 경선 상황에 대해 “경선은 끝나지 않았지만, 첫 경선이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의 경쟁자가 아이오와나 뉴햄프셔에서 그를 쓰러뜨리고 진정한 경쟁을 일으킬 수 있는 급부상을 상상하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트럼프 측은 ‘경선 토론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선 캠프의 고문인 크리스 라시비타는 10월3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에 “추가적인 경선 토론을 즉각 종료해 바이든을 백악관에서 쫓아내는 데 쓸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우리는 ‘부패한 바이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지고 있는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는 향후 대선에선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는 4건의 형사 기소 상태이며, 관련 재판은 내년 대선과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트럼프에게 정치적·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 대선 승리를 위해 중요한 중도 및 무당층에게 거부감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CNN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일 경우 내년에 나올 불리한 법원 판결은 비판적 중도층 및 교외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도 점쳐지자, 미 대선 결과를 주시하고 있는 각국 정부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전 대통령(트럼프)이 내년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 수도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현동 주미대사도 9월26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의 대선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동시에 양당의 주요 예상 후보자들의 외교정책 방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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