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연체 1조원↑…대출잔액은 9.5조 또 늘어
다중채무 비중 71%…1인당 평균 4.2억 빌려
올해 2분기 코로나19와 경기 부진을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의 대출 잔액과 연체액이 각 9조원, 1조원 이상 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연체율은 2금융권을 중심으로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기말 기준)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명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분석한 결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대출 잔액은 지난 1분기(1033조7000억원)와 비교해 불과 3개월 만에 9조5000억원이 더 불었다. 같은 기간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1조원 또 늘어 역대 가장 많은 7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연체율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1분기(1.00%)보다 0.15%포인트(p) 높아졌다. 이는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자영업자 연체율이다.
소득별 자영업 대출자 연체율을 보면, 2분기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은 1분기(1.6%)보다 0.2%p 오른 1.8%로 2014년 1분기(1.9%) 이후 9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득(소득 30∼70%)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3개월 새 0.4%p 더 높아진 2.2%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2.4%)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높다.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 연체율은 1.2%로 2015년 3분기(1.2%) 이후 7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동시에 저·중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분기 123조원에서 2분기 125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도 187조2000억원에서 200조9000억원로 13조7000억원 급증했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조짐은 비(非)은행 2금융권에서 더 두드러졌다. 2분기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 0.41%, 2.91%로 집계됐다. 석 달 사이 은행에서 0.04%p 오르는 동안 비은행권에서는 0.37%p나 급등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6년 3분기(0.43%) 이후 6년 9개월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15년 4분기(3.05%) 이후 7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다중채무자(가계대출 받은 기관 수와 개입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대출자)'의 비중도 자영업 대출의 71.3%에 해당하는 규모로, 역대 최대다. 2분기 기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약 9%(6조4000억원) 더 늘었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으로,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이자와 1인당 평균 연이자는 각각 1조3000억원, 73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변동금리 비중으로 최신 추정치인 64.5%를 적용한 결과다.
전체 자영업자의 경우 금리가 앞으로 0.25%p 높아질 때마다 총이자는 1조8000억원, 대출자 1인당 이자는 연 58만원 늘어날 것으로 짐작된다. 반대로 0.25%p 낮아지면 같은 액수만큼 자영업자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취약 차주와 비은행권 등의 대출 비중이 커지는 등 자영업자 대출의 전반적 질이 저하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취약 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정상 차주(대출자)의 자발적 대출 상환과 부채 구조 전환(단기 일시상환→장기 분할상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