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 등 순차적 도입
국제사회에서 한국 영향력과 발언권도 확대 전망

지난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5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다. 21세기에, 그것도 유럽 대륙에서 국가 간 정규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전쟁은 일어났고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많은 유럽 국가는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 새삼스럽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5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K9 자주포나 K2 전차 등 K방산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육군 2군단 포병 사격 훈련 모습ⓒ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목받는 K방산

소련에서 독립한 발트3국,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는 탓에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폴란드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다음은 자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 국가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의 경우 전차와 자주포 등 중화기 제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러시아와 대립관계에 있었던 폴란드는 러시아의 위협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런 폴란드가 최근 우리나라로부터 대규모 무기 도입을 선언하면서 주목되고 있다. 폴란드가 도입하고자 하는 무기는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대, 보병전투차 최대 1400대, FA-50 경전투기 48대 등으로 막대한 물량이다. 여기에 더해 장륜식장갑차와 다연장로켓 등도 검토 대상이라는 현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막연한 추측성 보도가 아니다. 폴란드 국방부 장관과 우리나라의 방위사업청에 해당하는 무장청 대변인 등의 발언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자국 군이 사용하던 무기를 대량으로 넘겨주고 있는 폴란드로서는 이에 상응하는 물량을 시급히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폴란드는 소련제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넘겨주면서 NATO와 호환이 되는 무기체계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근본적인 무기체계 변화를 추진하면서 그 파트너로 대한민국을 선택한 것이다.

폴란드의 대규모 무기 도입 계획은 단순히 많은 돈을 들여 무기를 장만하는 개념이 아니다. 자국 방위사업의 역량을 제고하고 향후 주변 국가에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K2 전차 180대를 한국에서 신규 생산해 2025년까지 도입한다는 계획은 거의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K2 전차의 성능에 대해 전체적으로 만족하지만 방어력 측면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자국 상황에 맞는 PL(폴란드) 버전으로의 업그레이드를 한국과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과 함께 K2 전차 개량형을 개발한 이후 폴란드에서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궁극적으로는 한국과 더불어 미래형 전차인 K3PL을 개발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의 일환으로 K2 전차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폴란드는 우리나라 K9 자주포의 차대를 수입한 뒤 영국제 AS90 자주포의 포탑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크랩(Karb)’이라는 이름의 자주포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이 자주포는 우크라이나 전선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러시아군의 대규모 화력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자주포 확충이 필요함을 절감한 폴란드는 한국으로부터 K9A1을 2023년까지 48대 먼저 도입하고, 이후 개량과 자국 내 생산을 위한 PL 모델로의 개량을 통해 최대 624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K9 자주포를 모델로 이를 개량해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K9의 경우 이미 인도에서 라이선스 생산이 진행되고 있다. 호주와 이집트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생산하는 것이 확정돼 있는데, 여기에 폴란드가 추가되는 것이다.

장갑차의 경우 우리 육군의 주력 장갑차인 K21이 아니라 최근 호주의 차기 장갑차 선정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한화디펜스의 레드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 미국으로부터 도입 중인 HIMARS다연장로켓과 별도로 한국군이 개발해 운용하고 있는 K239천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육상 무기뿐만 아니라 우리 공군의 FA-50 경전투기 48대를 도입하는 계획도 확정 단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거리 미사일인 AIM-120을 사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현재 퇴역을 진행하고 있는 Su-22나 Mig-29의 공백을 메우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2026년까지 폴란드에 훈련센터와 서비스센터 건립을 병행해 장기적 운영을 도모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무기 수출은 제품 판매 이상의 의미

폴란드가 이런 엄청난 물량을 한국에서 구입하겠다고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세계적으로 이만큼의 수량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1000대를 훌쩍 넘는 대규모 전차 및 자주포를 운용하고 있다. 이 무기는 현재도 계속 생산 중이다. 냉전 종식 이후 유럽의 독일이나 프랑스 등은 냉전형 무기체계에 대한 개발과 생산을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중후장대형 냉전식 무기체계에 대한 연구와 생산을 유지해왔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좋은 품질의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이다. 휴전선 인근의 육군 1군단이 보유한 자주포만 해도 432문에 이른다. 이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가 보유한 전체 자주포 242대를 훌쩍 넘는 규모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무기를 보유·운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폴란드가 이런 대규모 무기 구매를 진행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2020년 폴란드는 약 130억 달러의 국방비를 지출했다. 이는 GDP의 2.2% 수준이다. 폴란드 정부는 최근 국방비 비중을 GDP의 3%까지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5%까지 높일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 무기 수출에는 판매국의 차관 제공 등 금융 지원이 수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실제 구매 단계에서는 우리 정부의 지원이 포함될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폴란드는 우리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해각서 채택 후 물량과 단가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정식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기 수출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해당 국가와 긴밀하고 폭넓은 장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단순히 많은 무기를 판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유럽 주요국과의 협력관계를 어떻게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지, 그리고 국제관계에서 우리의 영향력과 발언권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좀 더 심도 깊은 검토와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