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으로 체지방 늘면 통증 유발 물질 분비도 늘어나
27세 여성인 A씨는 청소년기부터 간헐적으로 두통에 시달려왔다. 몇 개월에 한 번씩 한쪽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면서 구역과 구토가 나타났고 2~3일간 지속하다가 좋아지곤 했다. 병원을 방문해 편두통 진단을 받았고, 두통이 나타날 때마다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 왔다. 그런데 2년 전부터 편두통이 더 자주 나타나고 심해져 다시 병원을 방문했는데, 체중 증가로 인해 편두통이 심해졌으니 체중을 줄이라는 권고를 받았다.
편두통은 일측성(머리 한쪽에서 시작한 두통) 또는 박동성(혈관이 뛰는 듯한 두통) 통증이 일정 시간 이상 지속되고 구역이나 구토가 동반되는 특징적인 두통을 말하는데, 주로 젊은 성인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국내 조사에 의하면 편두통 유병률은 6.5%로 추정되며 여자가 남자에 비해 3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
편두통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여성호르몬의 변화·스트레스·불안·우울감 등 심리적 요인, 수면 부족·피로감·과도한 운동 등 신체적 요인, 불규칙한 식사·음주·카페인 음료·치즈·인공 감미료 등 식사 요인, 그리고 밝은 조명·전자스크린·소음 등 환경적 요인 등이 통증을 유발한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비만이 편두통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국제두통질환분류 제3판’의 진단기준에 따르면 3개월 이상, 한 달에 15일 이상 두통이 있으며, 이 가운데 8일 이상에서 편두통 진단기준에 합당한 두통을 보일 때 만성 편두통으로 진단할 수 있다. 만성 편두통은 두통의 빈도가 잦기 때문에 진통제를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정상체중에 비해 과체중인 경우 만성 편두통 발생 위험이 3배로 증가하고, 비만인 경우에는 5배나 증가한다.
체중 감량 비례해 편두통 빈도·강도 하락
그렇다면 비만이 편두통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만으로 체지방이 과다하게 존재할 경우 지방세포에서 체내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종류의 아디포카인(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세포 신호물질)이 분비되어 염증물질 생산을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만성 염증 상태가 유지되고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의 분비 역시 늘어나면서 편두통의 강도와 빈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한 이탈리아 연구팀이 총 473명의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한 10개 연구를 메타(특정 연구 결과들을 종합·분석하는 연구) 분석했다. 체중을 줄이는 것이 편두통 빈도와 강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체중을 감량하면 그에 비례해 편두통의 빈도, 강도, 지속 시간, 그리고 장애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체중이 증가하면서 편두통이 발생하거나 악화된 경우 식사 조절과 운동 등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체중을 줄이면 개선될 수 있다. 또한 비만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꾸준히 운동하고 신체활동량을 늘리면 편두통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낮출 수 있다.
운동을 할 때 엔도르핀(진통 효과 물질)이 분비되어 진통 효과가 나타나고, 운동 자체가 편두통의 위험요인인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개선하기 때문이다. 또한 알코올, 카페인 음료, 초콜릿, 치즈, 인공 감미료 등의 섭취를 줄이고 싱겁게 먹으며 채소와 과일을 잘 챙겨 먹으면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