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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처럼 창고에서 탄생해 최고 스타가 된 ‘샤토 페트뤼스’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애플(Apple)이 탄생한 곳은 초라한 창고다. 미국 상장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어서고, 아이폰과 아이팟, 아이패드 등 스마트 시대를 이끈 기업의 시작치고는 많이 소박했다.

1976년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만든 첫 제품은 ‘애플I’이라는 컴퓨터였다. 이후 46년이 흘렀다. 스티브 잡스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11년이 흘렀지만,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수많은 애플 제품은 여전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애플처럼 창고에서 태어난 와인들이 있다. 창고에서 태어난 와인들을 부르는 이름도 따로 있다. 창고에서 탄생했다고 해서 이들 와인은 ‘가라지 와인(Garage wine)’이라 불린다. 그러나 창고에서 만들어진 가라지 와인은 소박함이나 초라함과는 거리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창고에서 만든 와인을 가라지 와인이라고 부르지만 미국과 다른 국가에서는 컬트 와인이라고도 불린다.

가라지 와인은 소량만 한정 생산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별히 선별한 포도만으로 제조하기에 수량이 한정적인 이 와인은 와이너리 오너가 판매용이 아니라 가족이나 특별한 날에 마시기 위해 창고에서 소량만 제조했다는 설도 있다.

가라지 와인 중 여왕을 빛낸 와인이 있다. 다음 달이면 영국 엘리자베스 2세가 즉위 70주년을 맞는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 2월 즉위했다. 여왕의 즉위식을 축하한 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인 ‘로마네 콩티’도, 보르도를 대표하는 ‘5대 샤토(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오브리옹, 샤토 마고, 샤토 라투르)’도 아니었다. 바로 ‘샤토 페트뤼스’다. 샤토 페트뤼스는 당시만 해도 무명에 가까운, 그러나 프랑스 보르도 산지를 중심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던 숨겨진 진주 같은 와인이었다.

보르도 ‘5대 샤토’보다 높은 몸값 자랑

샤토 페트뤼스는 여왕의 간택을 받으며 일약 전 세계가 주목하는 와인 반열에 올랐다. 당시 즉위식에 초청된 각국의 로열패밀리와 정상들은 여왕의 첫걸음을 함께한 와인에 주목했고 샤토 페트뤼스는 ‘여왕의 와인’으로도 불렸다. 샤토 페트뤼스는 여왕의 즉위와 함께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른 셈이다.

샤토 페트뤼스와의 인연을 자랑하는 또 다른 인물은 케네디다. 케네디 대통령이 재클린 여사에게 청혼할 때 함께 마신 와인 역시 샤토 페트뤼스다. 때문에 혹자들은 5대 샤토보다 높은 평가를 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샤토 페트뤼스 2009년 빈티지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샤토 페트뤼스의 레이블에는 한 인물의 초상이 담겼다. 샤토 페트뤼스의 네이밍은 그리스어로 성 베드로를 의미하는 ‘페트로스(Petros)’에서 유래했다. 열쇠를 들고 있는 인물은 성 베드로다. 이 열쇠가 천국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해석도 있다. 영국의 국교는 가톨릭이 아닌 성공회다. 이를 감안할 때 1대 교황인 성 베드로의 초상이 담긴 샤토 페트뤼스가 즉위식 와인으로 간택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여왕의 첫걸음을 빛낸 와인에 굳이 종교적인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을까.

애플처럼 창고에서 태어났지만 5대 샤토보다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샤토 페트뤼스’는 여왕과 퍼스트레이디를 빛낸 최고의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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