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심리학》ㅣ김진국 지음ㅣ어나더북스 펴냄ㅣ312쪽ㅣ16,000원
수필집을 추천하는 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 문학작품이나 전문서는 스토리와 주제가 명확한데 비해 수필집은 저자의 여러 이야기가 섞여 주제 잡기가 어렵다. 수필집 중 상대적으로 인기를 끄는 분야가 심리학인 것은 전문가가 독자의 심리적 고민이나 갈등을 해소하는 처방전을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차라리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수필이라면 저자가 독자를 가르치려는 태도가 거북스럽기는 하지만 자기계발 요소가 있어 추천사도 거기에 맞추면 그럴싸하게 써진다.
김진국의 수필집 《따뜻한 심리학》은 그런 태도와 요소가 없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문제나 사건을 두고 그냥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만 말하는 것이다. 저자는 심리학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과 의학까지 두루 섭렵한 융·복합 지식인이다. 왕성한 지적 호기심만큼이나 그의 이야기는 주제가 다양한데 주로 ‘가족, 연민, 사랑, 존중’이라는 휴머니즘이 바탕을 이룬다. 그가 하는 말로부터 독자는 ‘배우지 않되 높이 공감하는’ 이유다.
‘82년생 지영이’와 페미니즘, 낙태와 생명존엄의 경계선, 전염병과 혐오의 뿌리, 더 이상 고집하지 말아야 할 김장 속의 어떤 문화, 본질보다 형식이 중요한 사회적 옷차림의 이유, 남녀 성(性)의 문제를 넘어 인간 사이 보편적 권력의 문제가 본질인 미투(me too)를 들여다보는 심리학자 김진국의 시선은 온화하고 부드럽다. 생존게임을 다룬 드라마 ‘오징어’에서도 저자는 그가 누구든 끝내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를 갈구하는 인간의 본능을 톺아낸다.
김진국은 중년 남성이다. 2021년 현재적 시점에서 또래 남성들이 부모, 아내, 딸, 아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옳은 것인지 모르겠거든 이토록 ‘광범위한 지식인’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행동이 무엇이고, 그것이 왜 근절돼야 할 문제인지 모르겠거든 그의 말을 들어보길 권한다.
김영랑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정희성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안성기, 영화 ‘미나리’ 감독 정이삭과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영웅신화 그리고 성경, 문장가 김훈이 《라면을 끓이며》 ‘파송송 계란탁’을 논하는 이유까지 복잡다단, 종횡무진 지식사냥인 김진국이 ‘살며 사랑하며 풀어놓는 이야기’는 코로나로 더더욱 삭막한 겨울 밤을 잠시나마 훈훈하게 녹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