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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비긴즈》ㅣ이승환 지음ㅣ굿모닝미디어 펴냄ㅣ320쪽ㅣ17,000원

지방자치단체 노인복지 담당 공무원이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께 ‘앞으로 메타버스를 이용해 의사가 건강진단을 해드릴 계획’임을 알려드리자 한 어르신께서 ‘그 버스가 일주일이면 몇 번 오냐?’고 되물었다는 소문이 들린다. 한동안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AI), 빅데이터가 세상을 뒤집는다고 난리법석을 떨더니 그새 메타버스로 유행이 바뀌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 합성어로 ‘초월세계’이다.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서로 뒤섞어 인류 생활에 적용한다는 것인데 가상이 현실만큼 정교해 서로 구분이 안 되는 상태이다. 시간과 공간(時空)의 초월이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데 이미 고인이 된 가수 신해철과 방탄소년단(BTS)이 무대에서 함께 공연을 펼쳤던 예가 대표적이다. 현실에는 없는 게임 캐릭터와 현실의 걸그룹이 뒤섞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메타버스는 최근에 갑자기 개발된 기술이나 개념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가상과 현실의 접목이 게임, 오락,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있었으나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을 뿐인데 기술의 도약으로 인간의 욕구에 부응하는 수준에 이르자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됐다. 인터넷이 처음 세상을 뒤바꿔놓을 때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끝이 아니다. 더 센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바, ‘메타버스가 바로 그것’이라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그 말대로 기술이 공상과학(SF) 소설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할 수준이 되면서 적용분야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미국 UCC버클리대학은 샌드박스 게임인 마인크래프트(Minecraft)에서 졸업식을, 국내 순천향대학교는 아바타가 대신 참석하는 입학식을,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는 출정식을, DGB금융그룹은 경영진 회의를 메타버스에서 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가 지속되면서 더구나 날개를 달게 된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까지 1.5조 달러 시장을 이룰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대 초 인터넷이란 용어가 막 등장한 후 30대 청년들이 다음(Daum), 네이버(Naver) 등 IT벤처기업을 일으키더니 30년 만에 공룡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코페르니쿠스적 기술혁신은 처음에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듯 수평선을 긋다가 임계점에 이르면 폭발적으로 수직상승 하는 특징을 가진다. 현재 메타버스가 그러하다.

정상에 있는 기업가, 30년 후 공룡기업을 꿈꾸는 청년 초기 창업가 (스타트업), 골목식당 자영업자, 동대문시장 의류 판매상, 군산항 생선 유통업자, 제주도 감귤 생산가, 벚꽃이 가장 먼저 지는 남쪽 대학교 등 사람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펼치는 사람이라면 이제 메타버스를 주목해야 최소한 뒤쳐지지 않는다. 옛말에 ‘알아야 면장(免牆)한다’고 했다. 이때 면장은 ‘담장에 가려 앞을 못 보는 것을 면한다’는 뜻이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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