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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MLB 도전
“30일까지만 기다려 달라” 구단에 읍소
동갑내기 좌완 라이벌 김광현 활약에 ‘자극’
양현종은 KBO리그 대표 좌완 에이스다. 이를 부인할 이는 아무도 없다. 대표팀에서도 그는 1선발로 나선다.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는 등 통산 147승 95패 평균자책점 3.83의 성적을 냈다. 그는 강속구와 더불어 수준급 슬라이더를 던진다. 커브, 체인지업도 던진다. 그가 처음 MLB 진출을 시도했던 것은 지난 2014년이다. 포스팅(공개입찰)을 통해서였다. 당시 SK 와이번스 소속이던 김광현도 함께 포스팅을 신청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김광현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부터 200만 달러 이적료를 제의받았다. 선수 보장액도 적어 협상은 결렬됐다. 양현종은 아예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이적료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었다. 150만 달러 안팎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두 번째 도전은 2016년에 이뤄졌다. 포스팅이 필요 없는 자유신분(FA)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외면했다. 오히려 일본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서 2년 6억 엔(약 60억원)의 계약을 제안했다. 양현종은 장고 끝에 KIA 잔류를 선언했다. 해외에서 생활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리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는 이듬해 KIA를 정규리그 및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내내 양현종은 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다분히 같은 해에 프로 데뷔했던 동갑내기 좌완 투수 김광현의 영향이 있었다. 김광현은 2019 시즌 직후 구단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을 통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2년 보장액 800만 달러)했다. KBO리그에서 최고 좌완 에이스를 다투던 이가 꿈의 무대로 갔으니 그 승부욕이 오죽했을까. 양현종은 “해외 리그에 가서 어떻게 할지 몰라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광현의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안착은 그의 열망을 더욱 키웠다. 김광현은 코로나19로 인해 단축 시즌(60경기)으로 치러진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에는 팀 사정상 마무리투수를 맡았지만 이후 선발을 꿰차면서 예의 다이내믹한 투구폼으로 빅리그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데뷔 첫해 성적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62. 김광현은 시즌 내내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도 입길에 올랐다. 2021 시즌에 앞서 그는 세인트루이스 선발진 한 축으로 일찌감치 결정돼 있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활약을 1년간 국내에서 지켜봤던 양현종이다. 국내 통산 성적을 따져봐도 둘은 얼추 비슷한 성적을 냈던 터. 같은 꿈을 꿀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전 시기에서 둘의 운명이 갈리고 있다. 한 살 많아진 나이와 전대미문의 바이러스인 코로나19 때문이다.‘40인 로스터’만을 계약 조건으로 내걸어
1988년생인 양현종은 만 나이로 33세다. 아무리 리그를 주름잡는 투수라 해도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 2014년 양현종이 26세 때도 외면했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다. 28세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성적 또한 그리 좋지는 않았다. 11승10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직전 해(2019년) 성적(16승8패 평균자책점 2.29)보다 떨어졌다. 투수든 야수든 나이가 찬 선수의 성적 하락은 에이징 커브를 의심하게 만든다. 코로나19 탓에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재정 압박이 심해진 메이저리그 구단들로서는 선수 스카우트에 더욱 냉정하고 냉철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KBO에 양현종의 신분조회를 해 온 구단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이 그만큼 적다고 해도 무방하다. 양현종은 조급해졌다. 그로서는 지금이 마지막 메이저리그 도전이 된다. 이번에 실패하면 네 번째 도전은 없다. 스플릿 계약,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 등등의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으나 양현종은 최종적으로 ‘40인 로스터’만을 계약 조건으로 내걸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는 25인 로스터, 40인 로스터가 있는데 25인 로스터에 든 선수는 당장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40인 로스터에 든 선수들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뛸 기회가 생긴다. 시범경기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당당히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겠다는 양현종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양현종은 평소 KIA 타이거즈에 대한 애정을 자주 표현해 왔다. 2016년 말 요코하마의 제안을 뿌리친 것도 소속팀에 대한 사랑이 컸기 때문이다. 팬서비스에서도 그는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그랬던 그의 선수생활 마지막 소원이 단 하루라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보는 것이다. 그에 앞서 팀 선배 윤석민은 2014년 미국프로야구(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진출했으나 마이너리그만 전전하다가 1년여 만에 국내로 유턴한 바 있다. 선배 윤석민의 좌절과 동갑내기 김광현의 성공을 번갈아 보며 양현종은 수많은 생각을 했을 터다. 얼어붙었던 FA 시장이 최근 서서히 해빙되는 가운데 양현종에게 기회를 줄 메이저리그 구단이 있을까. 시간만이 답을 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