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방지법은 지난 1999년 발의를 시작으로 20대 국회까지 14차례나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스토킹이 살인 등 중범죄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제야 스토킹 범죄 처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고, 21대 국회에 6건의 스토킹 처벌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스토킹에서 이어진 2차 사건이 발생한 뒤 바로 입법을 추진한 해외 국가들의 사례는 20여 년 동안 제자리를 걷고 있는 한국의 움직임과 대조된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겪어야 했음에도 법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하나의 공식적 국가 기관으로서 입법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국회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스토킹을 범죄화한 최초의 국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989년 스토킹 피해자들이 사망하는 사건들이 발생하자 1990년부터 스토킹 금지법을 제정하고 스토킹 범죄를 규율하기 시작했다. 1993년까지 미국 50개 주가 스토킹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입법화했다. 미시간주의 스토킹 방지법은 오프라인 스토킹과 사이버 스토킹을 모두 규율하는데, 피해자가 18세 미만이고 가해자의 연령이 5세 이상 많을 경우에는 중죄로 보고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1만 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영국 역시 1990년대부터 스토킹 방지법을 도입해 스토킹이 사회적 범죄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괴롭힘 방지법’을 통해 스토킹을 처벌한다. 피해자를 놀라게 하거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행위가 두 번 이상 반복되면 스토킹으로 본다.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행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이 내려진다. 최근에는 스토커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한 스토킹 보호법도 제정됐다. 스토킹으로 의심되는 수상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바로 저지할 수 있도록 경찰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다. 경찰은 스토킹이 의심될 경우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하거나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독일은 2004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스토킹 방지 법안을 기초로 2007년 법을 제정했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경우도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며, 3년 이하 자유형 또는 벌금형으로 규율한다. 피해자나 피해자와 친밀한 사람에게 중대한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는 5년 이하 자유형에 처한다. 피해자에게 직접 접근하지 않더라도 피해자의 친구나 동료, 가족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도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스토킹의 방식은 매우 다양하고, 기술 발달에 따라 새로운 행위가 계속 생겨난다. 일본의 경우 추가적인 법 개정을 통해 다양한 스토킹 행위를 규율하고 있다. 이미 2000년 스토킹 방지법을 도입한 일본은 가나가와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배경에 1000통 이상의 메일을 보내는 등 스토킹 행위가 있었음을 인지하고, 메일을 발송하는 스토킹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2013년 법을 개정했다. 2017년부터는 SNS로 메시지를 계속 보낼 경우 ‘넷 스토커’로 간주해 처벌하는 개정 스토커 규제법을 시행했다. SNS 메시지뿐 아니라 댓글 등을 남겨 스토킹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