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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낭보에 WHO “안주할 때 아냐, ‘불장난’ 말라” 경고

미국 생명공학기업 모더나는 16일(현지 시각) 자사 백신의 임상 3상 시험 결과 94.5%의 효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 PAP연합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16일(현지 시각) 자사 백신의 임상 3상 시험 결과 94.5%의 효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 PAP연합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달아 자사 백신의 긍정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백신의 효과를 낙관해선 안 된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6일(현지 시각)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3상 시험에서 94.5%의 효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3만 명의 3상 시험 참가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95명을 분석한 결과, 백신후보 물질을 접종한 감염자는 5명에 그쳤다는 것이다. 특히 모더나는 백신을 냉장 상태에서도 유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르면 올해 안에 백신 2000만 회분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도 지난 9일 자가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3상 임상시험에서 참가자 94명을 분석한 결과, 예방률이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다. 잇따른 백신 낭보에 미국 정부는 승인을 서두르고 있고,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는 “고무적 소식”이라며 화답하고 있다.
임상시험에 자원한 한 시민이 7월27일(현지 시각) 뉴욕주 빙햄튼에서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투여받고 있다. ⓒ연합뉴스
임상시험에 자원한 한 시민이 7월27일(현지 시각) 뉴욕주 빙햄튼에서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투여받고 있다. ⓒ연합뉴스

“백신 효과 낙관하긴 이르다”

그러나 백신의 효력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진 16일(현지 시각) 백신 개발 소식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아직 안주할 때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백신은 우리가 지닌 다른 도구를 보완하는 것이지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백신 그 자체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종식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백신 개발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 때문에 방역에 소홀해질까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백신이 개발되고 공급된다고 해도 생산 물량에 제한이 있어 상용화까지는 2년 이상 걸릴 것이라 전망한다. 그 사이 개인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오히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다. 게다가 변이를 거듭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백신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할 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백신 회사들이 효과를 부풀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더나와 화이자 모두 임상 결과를 자사 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한 것이어서 상당수 데이터를 비공개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 제약사는 자사 백신의 임상 결과를 외부 전문가들이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결과는 확실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실제 앞서 화이자 CEO(최고경영자)는 자사 백신의 중간 임상 결과를 발표한 당일 자사주 560만 달러(약 62억원) 어치를 대량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이자 측은 합법적 절차에 따라 정해진 기간에 판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왜 주가 급등이 예상되는 대형 발표의 시점을 굳이 같은 날로 조정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남아있다. 화이자 주가는 지난 9일 발표 당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장중 15% 이상 치솟았으며 모더나 역시 16%가량 급등했다. 한편 겨울철을 앞두고 전세계 코로나19 확산 추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17일 오전 11시 기준 5535만여 명에 달하고 사망자는 133만여 명이 넘는다. 미국에서만 하루 15만여 명 넘게 감염되고 있으며 유럽 각국에서도 날마다 1만 명 이상 확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현실화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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