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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이생집망’이라는데, 장관은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 드러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시사저널 최준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시사저널 최준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가뜩이나 부글거리는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강조하는 데 급급해 집값 폭등, 전세 품귀 등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본인이 거주하는 경기도 일산의 아파트를 5억원이면 산다고 발언하면서 민심을 자극했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비싼 수도권 아파트 가격에 비해 디딤돌 대출 한도가 낮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10억원 이하 아파트도 있다”며 이 같이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장관이 시세도 모른다,” “지역을 폄하했다”고 반발했다. 급기야 김 장관이 거주하는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1일 일산 하이파크시티 연합회는 “장관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정확한 시세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부정확한 가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매우 경솔한 언행이었다”며 “수도권에서 가장 저렴한 아파트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주민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장관의 발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장관은 지난 9월 이른바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자금 마련)’ 발언으로 2030 세대의 비판을 샀다. 김 장관은 청약으로 집을 사기 어려운 젊은층 중심의 ‘패닉 바잉’ 행태와 관련해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것보다 분양을 기다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청약 가점이 낮아 청약 제도로 집을 사는 게 쉽지 않은 젊은 세대의 현실을 외면했다는 반발을 불렀다.  김 장관은 “부동산 정책이 종합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지난 7월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거나 “전셋값과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10월 국토교통부 종합 국정감사)”는 등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여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폭등하고 전세는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이라고 자조하는 시장의 평가와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 청와대 국민청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 청와대 국민청원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김 장관의 사임을 촉구하는 청원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으며, 최대 1만5000건 가량의 동의를 받았다. 야당은 물론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나 참여연대 등 진보적 성격의 시민단체에서 조차 김 장관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잇따른 책임론에도 김 장관은 최장수 국토교통부 총리에 이름을 올렸다. 숱한 경질 요구에도 해임은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중론이다. 12월로 예상되는 청와대 개각에서 김 장관이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히 두텁기 때문에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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