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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3년간 160억원 규모 용역사업 결과 공개 안 해…“바빠서 신경 못 썼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 연구용역사업에 수천만~수억원을 쓰고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비공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공개 약속 시점을 지키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보고서도 비공개 상태다. “연구용역사업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무색하게 하는 실태다.  2018년 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최근 3년간(사업 추진 시기 기준) 연구용역사업 보고서를 ‘비공개’ 또는 ‘부분 공개’한 정부·지자체는 118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비공개·부분공개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환경부였다. 환경부는 98개 사업 결과보고서를 전체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 사업을 위해 쓴 계약금은 총 160억9900만원이다. 시사저널이 공공기관 정책 연구 정보사이트 프리즘을 통해 살펴본 내용이다. 프리즘은 공정하고 투명한 정책 연구용역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06년 개발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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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시작되자  ‘비공개’ 보고서 급히 ‘공개’

환경부가 2018년 발주한 연구사업 ‘4대강 보 퇴적물 용출 조사 및 평가’는 11억4000만원이 들어간 대형 프로젝트다. 그해 5월 한 중소 엔지니어링 업체가 수주해 10개월간 연구한 끝에 지난해 초 결과보고서를 냈다. 4대강 사업의 실효성을 점검할 수 있는 연구자료다. 그런데 정작 국민들은 최근까지 보고서를 볼 수 없었다. 비공개 처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공개된 시점은 11월6일 오후 5시쯤이다. 이날 오후 시사저널이 취재에 들어가자 부랴부랴 공개했다. 환경부의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는 “해마다 진행되는 계속사업이라 공개해 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최종 마무리되면 그때 공개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담당자는 “내부 검토 결과 이제는 공개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며 말을 번복했다. ‘문의를 하지 않았다면 계속 비공개했을 것인가’라고 묻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 밖에 결과보고서의 공개 예정일이 지났는데 찾아볼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환경부는 2018년 연구용역사업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활성화 방안 마련 연구’를 발주했다. 4950만원이 들어간 이 사업의 결과보고서에 관해 환경부는 “2019년 6월20일 이후 공개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도 보고서는 비공개 상태다. 사업 담당자는 “프리즘 사이트를 제때 갱신하지 못했다”며 “후속 연구를 했고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뒤에 공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용역사업은 관련 법령에 따라 ‘활용결과보고서’를 공개하게 돼 있다. 말 그대로 연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밝힌 문서다. 그런데 환경부가 2018년 발주한 한 연구용역사업(‘친환경차 보급정책의 국제통상조약 합치성 분석 연구’)의 경우, 보고서에 나온 활용 결과는 ‘정책 참조’라는 한 단어가 전부다.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건지 확인할 길이 없다. 해당 사업에 들어간 계약금은 247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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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만족도 조사’도 비공개…“깜깜이 용역”

환경부 다음으로 연구용역사업 결과보고서의 비공개·부분공개 비중이 높은 기관은 국방부와 보건복지부였다. 이들은 각각 57개 보고서를 전체 공개하지 않았다. 뒤이어 행정안전부(42개), 기획재정부(41개), 외교부(33개), 법무부(30개) 순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중에서는 경기도 화성시가 23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아 비공개율이 가장 높았다.  단 국방부, 외교부, 법무부 등은 특성상 비공개율이 높아도 인정되는 측면이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9조에 따르면, 국가 기밀과 관련된 연구보고서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국가안보·국방·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 범죄 예방이나 교정에 관한 사항도 마찬가지다. 반면 ‘환경’에 관한 내용은 비공개 대상으로 적시돼 있지 않다.  환경부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업무가 바빠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공개할 법적 근거가 없는 보고서는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보공개법상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부처라도, 비공개 결정을 납득하기 힘든 연구용역사업이 있다. 외교부가 발주한 ‘재외공관 영사서비스 만족도 조사분석’이 그 예다. 재외공관 업무에 대한 민원인들의 만족도를 분석하고 개선 사항을 마련하기 위해 여론조사업체에 위탁 중인 사업이다. 해마다 3800만원을 들여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보고서에 대해 외교부는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면서 비공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28일 “재외공관 만족도 조사가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교부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연구용역사업 중에는 ‘SNS를 통한 미국 내 대(對)한국 외교·안보 여론 분석’이란 것도 있다. 외교·안보 사항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한국의 관련 정책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추정된다. 외교부가 자기들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수도 있는 연구 결과는 숨긴 셈이다.  정책여론을 수렴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은 정작 여론이 공개되는 걸 꺼렸다. 정책기획위원회는 ‘2018년 주요 어젠다 대국민 만족도 조사’ 사업을 한국리서치에 맡겼다. 이는 일반국민 1500명, 전문가 300명을 대상으로 82개 주요 정책과제에 대한 인지도와 중요도 등을 묻는 설문조사다. 정책 수요자인 국민 입장에선 ‘정책 리뷰’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역시 비공개 처리됐다. “공개될 경우 업무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책기획위원회 담당자는 “나와 있는 비공개 사유 그대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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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는 민주주의에 어긋나…예산 깎아야”

이 외에 정책기획위원회가 비공개한 연구용역사업 중에는 ‘2019년 국정과제 성과평가를 위한 일반국민·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2018년 핵심과제 평가 및 2019년 중점과제 발굴 전문가 설문조사’ 등이 있다. 여론의 측정 지표가 될 만한 보고서지만, 정작 국민은 볼 수 없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8년 “정책 연구용역 결과 공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매년 수천억원을 쓰고도 연구결과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 길이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권익위 조사 결과, 2013~17년 5년간 공공부문 추진 정책 연구용역에 들어간 비용은 2조3630억원이었다. 당시 전체 용역건수 3만3000여건 중 52.6%는 과제 이름조차 비밀에 부쳐져 있었다.  이후 전반적인 상황은 다소 나아졌다. 다만 외교부와 국방부의 경우 최근 3년간 비공개·부분공개 비율은 30%대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국가가 정보를 독점하고 납세자의 접근을 막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공개하지 않는 연구 사업은 지원 예산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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