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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법무보호복지공단 공동개발 AI 플랫폼…세계 최초 출소자 데이터 AI 분석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살인을 예측해 범인을 미리 체포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을 다루고 있다. 이 시스템은 단 3명의 예언을 토대로 범인을 알려준다. 제목 그대로 소수자(minority)의 보고서다. 주인공은 여기에 오류가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아예 전수(全數)를 다 분석해 범죄를 예측하면 어떨까. 일명 ‘메이저리티(majority) 리포트’다. 이를 현실에 구현하려는 노력이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경기대학교가 개발 중인 ‘재범방지를 위한 빅데이터 기반 AI 플랫폼(이하 AI 플랫폼)’이 그것이다. 이는 출소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제공한 모든 출소자의 개인정보를 분석한다. 이들 정보를 토대로 AI 플랫폼이 출소자의 재범 확률을 예측하는 식이다. 수형자가 아닌 출소자 데이터를 AI 기술로 분석한 건 세계 최초라고 한다.  그렇다면 12월13일 출소를 앞둔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의 재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팀이 사이코패스 진단 도구인 ‘PCL-R’ 검사로 분석한 조두순의 점수는 22점이었다. 사이코패스 판정 기준인 25점에 못 미친다. 만점(40점)을 기준으로 하면 그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띨 확률은 55.0%라고 볼 수 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소원》 스틸컷. 이 영화는 초등학생 납치·성폭행범인 조두순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출소자들 사회적응 도와 재범률 낮춘다

그러나 AI 플랫폼으로 분석한 결과는 달랐다. 연구팀은 언론에 공개된 조두순의 범죄기록 등을 수집해 플랫폼에 입력했다. 결과는 34점 만점에 8점. 이는 적을수록 사회 적응 수준이 낮다는 걸 뜻한다. 재범 확률로 해석하면 76.4%로 볼 수 있다. 사이코패스 가능성인 55.0%보다 더 높다. 단 재범 확률이 AI 플랫폼의 주안점은 아니다. 시사저널은 10월26일 경기대·KT 빅데이터센터에서 플랫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설명자료의 제목은 ‘사회적응 예측모델’이었다. 발표를 맡은 김정현 연구원(서울대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도 줄곧 ‘사회적응’이란 말을 반복해 꺼냈다.  김정현 연구원은 “AI 플랫폼은 회복과 복지를 중심으로 출소자의 사회적응 과정에 개입함으로써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 당국이 재범이란 결과만 겨냥해 형벌을 강화해 온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책임자인 공정식 교수는 이에 대해 “도미노 한 개를 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출소자가 재범으로 치닫기 전에 끼어들어 연결고리를 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 플랫폼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출소자 9만여 명의 특성을 수집했다. 이는 △일반 특성 △범죄 특성 △인식 행동 △생활 행동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각각의 항목은 또 연령, 학력, 전과, 준법의식, 음주습관 등 28가지 세부 지표로 구성돼 있다. 공 교수는 “지금까지 범죄자의 위험성 측정 모델은 표본 추출에 의존해 왔지만, AI 플랫폼은 모집단을 통째로 분석해 실증적으로 측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실증적 접근법은 주관적 해석 비중을 낮게 잡는다. 공 교수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때로 심리분석관을 속이기도 한다. 재범 의지를 감추고 “조용히 살겠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출소 전에 가석방 심사를 통과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무엇보다 현행법상 가석방을 결정하는 최종 관문은 법무부 장관의 ‘재량’이다. 주관적 요소가 크게 개입될 수밖에 없다.  반면 AI 플랫폼은 객관적 자료를 기반으로 사회적응 가능성을 계산한다. 정확히는 ‘랜덤 포레스트’란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이는 결정 트리(decision tree)를 통해 반복 학습함으로써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머신러닝 기법이다. 머신러닝 특성상 입력 자료가 많아질수록 결과의 정확도는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출소자의 심리적 지표는 면담을 통해 가중치를 조정한다. 의사에 비유하자면, 환자의 말에 의존하기보다는 몸 상태를 구석구석 살펴본 뒤에 처방을 내리는 것이다.   그 처방은 출소자의 개별 특성만큼이나 다양하다. AI 플랫폼은 조두순의 경우 사회적응 방안으로 ‘숙식 제공’을 1순위로 추천했다. 이에 대해 공 교수는 “임시방편이라도 조두순이 동의하면 당장 기숙사 생활을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AI 플랫폼은 ‘심리상담’과 ‘허그일자리(구직지원)’를 제시했다. 조두순의 심리적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해 AI가 내린 결론이다.  공 교수는 “지금은 법무보호복지공단이 제공하는 지원 프로그램 14가지만 추천해 주지만, 앞으로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400개가 넘는 복지 서비스를 매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데이터가 쌓이면 사회적응 방안을 적용해야 하는 기간까지 산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10월26일 경기대 KT 빅데이터센터에서 김정현 연구원이 출소자 재범 방지 AI 플랫폼의 연구 목적, 방법론, AI 프로세스, 예측 결과 등을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AI가 본 조두순의 사회적응 방법은 ‘숙식 제공’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0년 국내 범죄의 사회적 비용을 추산한 결과, 연간 약 158조원이란 수치가 나왔다. 정신적 피해액과 당국의 대응 지출액 등을 고려한 액수다. 이 가운데 약취·유인이 28조6600만원(18.06%)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리고 강간이 28조5600만원(18.00%)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범죄 두 가지에 국가가 부담한 돈이 그해 무역으로 남긴 흑자액인 46조원보다 더 많았던 셈이다.  특히 강간을 비롯한 성폭력에 들어가는 비용은 더 많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인구 10만 명당 성폭력 발생 건수(62.2건)가 10년 전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AI 플랫폼은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여줄 전망이다. 공 교수는 “연간 출소자를 기준으로 보면 최소 6000억원은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석진 경기대 KT 빅데이터센터장은 “장발장은 고작 빵 한 조각을 훔쳤지만, 빵값으로 나중에 더 큰 걸 훔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표현했다. AI 플랫폼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오는 12월 완성될 예정이다. 유병선 법무보호복지공단 사무총장은 “AI 플랫폼을 구축해 출소자를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인 정책 변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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