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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성’ ‘이근 대위’ ‘폭로-3단계 논란’으로 씁쓸한 뒷맛
이근 대위가 논란의 중심에 선 까닭
하지만 가학성 논란이 터졌다. 《진짜사나이》 때도 타인의 고통을 오락으로 삼는다는 점이 문제였는데, 그조차 너무 약하다며 훈련 강도를 높였으니 당연한 귀결이었다. 기존 방송이 할 수 없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이목을 끄는 인터넷 미디어의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일부 학생이 “너 인성 문제 있어?”라며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것이나, 얼차려 자세를 그저 가벼운 놀이처럼 여기게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팬은 출연자들의 고통을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는 성장의 모습’으로 미화했는데 그 자체가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진 대중심리 문제를 드러낸 것이었다. 하지만 가학성 논란도 《가짜사나이》의 조회 수를 올려주는 자양분이 됐을 뿐이다. 시즌2는 줄리엔 강, 김병지 등의 출연으로 더욱 판을 키웠고, 극장판 제작기획까지 나왔다. 논란 2단계는 이근 대위 관련이다. 현직 대위는 아니지만 이근 대위라는 캐릭터 이름으로 알려져 대위라고 통칭한다. 이근 대위는 《가짜사나이》의 인기를 발판으로 방송가 핫스타로 떠올랐고, 바른 군인정신과 애국심의 화신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했다는 일명 ‘빚투’ 폭로가 나오더니, 유엔 경력 조작 주장, 성추행 전력 주장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채무 문제는 당사자들이 만나 오해를 푼 것으로 정리됐고, 유엔 경력에 대해선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유엔 직원으로 근무한 것 자체는 맞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런데 성추행 전력이 문제다.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2019년 대법원에서 성추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이다. 방송가에 대충격이 닥쳤다. 이근 대위가 출연하거나 출연할 예정인 프로그램이 많았기 때문이다. 황급히 하차로 정리하고, 이미 방영된 다시보기 영상에선 이근 대위 지우기 재편집이 진행됐다. 그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던 회사들도 광고를 내렸다. 이렇게 이근 대위의 3개월 천하가 마무리됐다. 이근 대위는 판결이 억울하다며 CCTV 영상 공개로 결백을 밝히겠다고 한다. 피해자 측에선 이근 대위의 결백 주장 자체가 자신을 향한 2차 가해라며 반발한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데 그것과 별개로, 방송사들의 섣부른 캐스팅이 도마에 올랐다. 출연자 검증 없이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섭외하는 관행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사가 출연자 뒷조사를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방송사도 더욱 주의 깊게 검증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출연자가 자신의 전력이 방송으로 주목받아도 좋을 내용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폭로로 얼룩진 유튜브 세상
논란 3단계는 일명 ‘사이버 렉카’ 폭로 유튜버 논란이었다. 이슈가 터지면 즉각 관련 방송을 내놓는 이슈 유튜버들로서 마치 사고 현장을 급하게 찾는 견인차(렉카)처럼 신속성 경쟁을 벌인다는 의미로 렉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들은 이슈 키워드와 자극적인 제목, 내용을 조합해 조회 수를 올리는데 그것은 바로 수입으로 연결된다. 결국 타인의 사생활, 고통을 미끼 삼아 돈벌이를 하는 셈이다. 《가짜사나이》 논란도 이근 대위나 그 외의 교관들 관련 폭로 모두를 이슈 유튜버들이 주도했다. 유엔 근무 경력이 허위라고 했으나 사실로 밝혀졌고, 동료의 스카이다이빙 사망 사건에 교관으로 연루됐다는 폭로도 허위로 밝혀졌다. 이근 대위는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렇게 사실 확인도 안 된 일방적 폭로로 타인을 생매장시키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사실이어도 문제다. 《가짜사나이》 교관 중 한 명에 대해선 과거에 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폭로가 나왔는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 해도 범죄 피해자를 보호해 주기는커녕 사적인 내용을 터뜨린 데는 문제가 있다. 해당 교관의 부인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유산했다고 한다. 이른바 사이버 렉카 유튜버 중 일부는 과도한 폭로로 비난받으면 사과 방송을 올려 또 돈벌이를 하기도 했다. 기성 언론의 문제도 드러났다. 직접 사실관계를 취재하지 않고 유튜버들의 주장을 전하기에 급급했다. 일부 매체가 일제히 확성기 역할을 하면서 파문이 더 커진 것이다. 예를 들어 유엔 경력 의혹의 경우 직접 확인하면 될 일을, 한쪽에서 허위 경력이라고 주장하면 그걸 전하고 다른 유튜버가 유엔 근무 맞다고 하면 그걸 또 전하면서 언론의 역할을 방기했다. 이렇게 프로그램 제작 중단으로 이어진 《가짜사나이》 3단계 논란은, 그 과정에서 신생 미디어 유튜브와 기성 언론의 문제를 드러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지금과 같은 업계 환경이라면 유사한 사태가 언제든 또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