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젊은 층 노린 제네시스, 부유층 겨냥한 포르쉐…벤츠·BMW·아우디 영향력 그만큼 감소

국내 고급 자동차 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고급차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차 3사가 상위권을 굳건히 유지했으나, 최근 제네시스와 포르쉐코리아가 맹추격하면서 혼전이 예상된다. 실제로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의 삼각편대는 그동안 브랜드 내에서 4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으며,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 벤츠의 삼각별, BMW의 프로펠러, 아우디의 4개 고리 엠블럼은 저마다의 충성고객을 확보하며, 하차감을 느끼게 해 주는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차감이란 자동차에서 내렸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부러움이 하차감의 정도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브랜드 로고처럼 날개를 단 제네시스와 말을 탄 포르쉐가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디자인·성능·편의성 부문에서 젊은 세대 기호에 맞게 변화하면서 기존 중년층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포르쉐는 독일 3사보다 한 단계 위에 위치하고 있어, 프리미엄 브랜드를 찾는 고객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급차 시장의 판도 변화는 판매량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대차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9월 제네시스 판매는 7만7358대로 전년 대비 7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포르쉐코리아 판매는 6312대로 88.4%나 늘어났다.
ⓒ시사저널 박정훈·연합뉴스
ⓒ시사저널 박정훈·연합뉴스

홀대받던 제네시스, 이제는 경계 대상 1호

제네시스는 지난 2015년 브랜드 설립 당시 에쿠스 후속 모델 격인 EQ900과 G80 등 두 개 모델밖에 없어 라인업이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새로 브랜드를 출범시키긴 했지만 이전 에쿠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중들에게는 사실상 외면받았다. 일명 ‘사장님 차’로 불리던 에쿠스의 영향으로 제네시스는 ‘임원들이나 타는 법인용 차’라는 꼬리표를 쉽사리 떼지 못했다. 결국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제네시스는 벤츠에 1위 자리를 내줬으며, 수입차 2위인 BMW와 비슷한 판매량을 유지했다. 올해 들어 전세가 180도 역전됐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벤츠(5만3571대), BMW(4만1773대), 아우디(1만6971대) 등 독일 3사 판매량은 11만2315대를 기록했다. 앞서 언급했듯 1~9월 제네시스 판매는 7만7358대로 벤츠, BMW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3사를 모두 합친 판매량의 약 70% 수준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독일 3사 판매대수는 8만9932대였으며, 제네시스 판매는 4만4572대로 49% 수준이었다. 제네시스 단일 브랜드가 독일 3사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커진 셈이다. 제네시스가 올해 급성장한 것은 중형세단 ‘G80’ 덕이 크다. G80은 올해 1~9월 3만9133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해 제네시스 전체 판매의 절반을 차지했다. G80은 지난 3월 출시 당시 하루 만에 2만2000대를 계약하며 국내 자동차 첫날 판매 기록을 새로 썼다. 이후 기아차 카니발이 2만3000대를 계약하며 기록을 경신했지만, G80은 출시 이후 월평균 6000대를 판매하며 제네시스 성장을 이끌고 있다. G80의 성공으로 인해 그동안 굳건했던 독일산 중형 세단 3인방 자리도 위태로워졌다. 자동차데이터연구소 카이즈유에 따르면 올해 1~9월 E클래스(2만2471대), 5시리즈(1만5230대), A6(7494대)를 모두 더한 판매량은 4만5195대로 G80(3만9133대)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G80은 젊은 세대 취향에 맞게 디자인을 바꾸고, 주행성능과 최신 기술을 대거 탑재했다. 외관 색상도 총 16종을 제공해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제네시스는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차량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유어 제네시스’ 시스템도 도입했다. 유어 제네시스를 이용하면 엔진, 색상, 내장 디자인 패키지, 옵션 패키지를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을 노린 전략이다.  

포르쉐, 벤츠·BMW·아우디 고객층 흡수

주행성능의 경우 가솔린 2.5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304마력, 3.5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380마력으로 E클래스나 5시리즈보다 100마력가량 높다. 가격은 오히려 500만~1000만원 정도 저렴해 독일 3사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여기에 제네시스는 올해 초 브랜드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을 출시했으며, 연말에는 GV80 동생 격인 GV70을 출시해 SUV 점유율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GV70은 벤츠 GLC, BMW X3, 아우디 Q5 등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5000만~1억원대의 독일 3사 차량들이 제네시스와 경쟁하고 있다면, 1억원 이상 고가 모델은 포르쉐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포르쉐코리아는 올해 신형 911, 카이엔 쿠페 등을 출시하며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911과 카이엔 쿠페는 출시 당시 1억원이 넘는 고가에도 신차를 기다렸던 고객들이 몰리면서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6개월 이상 걸렸다. 한 수입차 딜러는 “요즘 포르쉐코리아 영업사원은 수입차 딜러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라며 “굳이 영업활동을 하지 않아도 고객들의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쉐코리아는 기존 독일차 3사 차주들이 신차로 갈아타면서 한 단계 위급인 포르쉐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며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나 벤틀리 등은 3억원이 넘어 부담이 크지만, 포르쉐는 1억원 중반대 가격에 브랜드 인지도와 희소성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포르쉐를 구매하는 고객 유형을 자체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처음으로 수입차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넘어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벤츠·BMW 고객들이 차를 바꾸면서 포르쉐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포르쉐 강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르쉐는 연말에 브랜드 첫 전기차인 ‘타이칸’을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먼저 엔트리급인 타이칸 4S를 출시하고 내년에는 터보와 터보S를 연이어 선보일 계획이다. 타이칸은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국내 배정 물량은 이미 완판됐다. 현재 타이칸을 계약하더라도 출고까지는 1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