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조달 경험 없는 업체 입찰 배경에 정부의 ‘저가 입찰’ 문제 제기
정부, 올해 8620원에 백신 공급가 제시…시장가 60% 수준
독감백신 예방접종 중단의 배경으로 정부의 독감백신 저가 입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너무 낮은 입찰 금액을 제시해 조달 경험도 없는 업체가 백신 조달 및 유통을 맡게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의 독감백신 저가 입찰 논란은 지난 21일 냉장 상태로 유통돼야 하는 독감 백신이 상온에 노출돼 국가예방접종사업이 전날 전격 중단되면서 불거졌다. 이 배경에 정부가 백신 공급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경험이 없는 업체가 조달을 맡아 미숙한 운영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사고를 낸 신성약품은 올해 정부의 백신 조달 사업을 처음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약품의 독감백신 조달사업 입찰은 해당 공고를 낸 지난 6월부터 4차례 유찰된 끝에 성사됐다.
제약업계는 그 배경으로 정부가 지나치게 낮은 백신 공급가격 책정했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올해 독감 4가 백신 1도즈 공급가격을 시장가의 60% 수준인 8620원에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의 국내 병원 납품가는 1만5000원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3가 백신의 경우 1도즈당 7605원을 제시했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정부의 입찰가는 낮은 편이었다. 미국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서 책정된 공공 공급 백신 가격은 시장 가격의 75~80% 수준에 달했다. 가격이 제일 낮은 백신이 시장가의 60% 수준에서 책정됐다.
이날 질병관리청은 해당 문제에 대해 “입찰 방식에 대해서는 조달청 등과 협의해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신성약품의 입찰에는 다른 유통사들의 검찰 조사라는 특수한 배경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정부의 백신 조달사업에 입찰됐던 여러 업체들이 ‘입찰방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백신 제조사로부터 공급 확약서를 받지 못했다. 이에 백신 제조사의 확약을 대부분 받아 온 신성약품이 입찰을 따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