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접종 영유아 둔 가정·접종 완료 시민들 불안 호소
유료 접종으로 몰리며 또 다른 혼선
질병관리청, 2주 후 무료 접종 재개여부 결정 방침
코로나19 상황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중단됐다. 백신 운반 과정에서의 방심이 초유의 독감 접종 중단 사태를 초래했다. 이미 백신을 맞은 국민도, 또 앞으로 맞아야 할 국민도 큰 혼란에 빠졌다.
23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를 중심으로 독감 백신 접종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부모들의 글이 이어졌다. 전날 무료 접종 중단 소식이 알려지고, 백신 유통 과정에 문제가 드러나면서 혼란은 더 가중됐다.
특히 백신을 2번 맞아야 하는 생후 6개월~만 9세 미만 아동을 둔 가정과 이미 접종을 완료한 시민들의 우려는 더 컸다. 서울 지역 한 맘카페에는 "생후 10개월 둘째와 6세 첫째를 함께 접종했다"며 "하루가 지났는데 별다른 증상은 없는 것 같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둘째 아이는 한 번 더 접종해야 하는데 믿어도 될 지 모르겠다"며 "백신이 운반 과정에서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될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코로나19가 여전한 상황에서 '트윈데믹'(2개의 질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현상) 우려로 접종을 서둘렀는데, 어이없는 접종 중단 사태가 터져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호소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두 아이를 가정보육 중인 이승혜(37)씨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로 지칠 대로 지쳤는데, 독감 백신 걱정까지 하게 생겼다"며 "독감 접종 재개를 기다리지 않고 유료 접종을 하러 가야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한 소아전문병원 직원은 "어제부터 독감 접종 관련 전화문의가 너무 많아 다른 안내나 응대가 어려울 정도"라며 "오늘도 오전 진료가 시작되자마자 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고, 이미 접종을 하고 간 부모님들도 괜찮은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무료 백신에 불안감을 가진 시민들이 유료 접종으로 몰리면서 또 다른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반 병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접종이 가능한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도지부 등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유료 독감 접종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도로까지 줄을 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지역별 대형 소아과나 내과에도 유료 접종을 맞으려는 시민들이 오전 일찍 병원을 찾았고, 일부 병원은 대기자가 많아 북새통을 이뤘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한 소아과를 찾은 주부 박아무개(40)씨는 "무료 접종이 언제 다시 시작될 지도 모르고, 유료 백신 공급에도 차질이 올까봐 빨리 맞으려고 아이와 함께 왔다"며 "마스크나 소독제 품절 대란을 겪은 경험이 있어 이런 상황에선 무조건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독감 백신 우려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영유아 접종을 비롯해 이미 주사를 맞은 시민들은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백신과는 공급 체계와 조달 경로 등이 모두 달라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신성약품이 유통한 독감 백신에 대해서는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엄격한 품질 검사를 진행 중이며, 국민 우려가 없도록 관리 체계 등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2주 후 식약처와 논의해 무료 접종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