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징역 7년 선고…“범행 수법 나쁘다”
정필모 의원, 별정우체국장 세습 금지 담은 ‘별정우체국법’ 일부개정안 발의
지난 1960년대 우체국이 없는 지역에 우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별정우체국. 별정우체국을 지정받아 운영하는 별정우체국장은 지정권을 자녀나 배우자에게 승계할 수 있고, 지인을 추천해 국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 이른바 별정우체국 지정승계와 추천국장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친인척을 채용하거나 국장직 추천을 대가로 금품수수가 이뤄지는 데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 와중에 경남 거제에선 별정우체국장이 수십 억대 사기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장지용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전 거제남부우체국장 양아무개씨(63·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양씨는 2008년 7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경남 거제의 한 여성 노인으로부터 총 19회에 걸쳐 1억 3000만원을 교부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양씨는 2008년 7월 31일 거제남부우체국에서 남편 퇴직금 5000만 원을 저금하기 위해 찾아 온 여성 노인에게 “챔피언 정기예금 계좌를 개설해서 이 계좌에 5,000만 원을 입금하겠다. 통장에 기계로 입금내역이 찍히게 되면 노인연금 타는 데 좋지 않으니 볼펜으로 거래 내역을 직접 작성해주겠다”고 속인 뒤 그 돈을 자신이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또 2012년 9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경남 통영의 다수 지인으로부터 총 69회에 걸쳐 10억 5800여만 원을 교부받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양씨는 2012년 9월 24일 경남 통영에서 한 지인한테 “내가 국장으로 근무하는 거제남부우체국은 별정우체국인데 일반우체국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예금가입 실적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금 실적이 높아지면 나도 수당을 받을 수 있으니 나에게 돈을 맡기면 네 명의로 예금상품에 가입할 것이며 보통예금으로 예치 시 연 7%, 정기예금으로 예치 시 연 5%의 이자를 지급하고, 보통예금 통장과 도장은 내가 관리하면서 맡긴 원금은 예금으로 보관하고 있을 테니 원하는 시기에 원금을 바로 돌려주겠다”고 역시 속인 뒤 자신의 채무변제,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재판부는 “피해액이 크고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피고인이 별정우체국 사무장으로 근무하면서 고령이거나 글을 모르는 고객들을 기망해 예금으로 예치한 돈을 편취해 범행수법이 나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양씨는 1999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별정우체국인 거제남부우체국에서 사무장과 우체국장으로 근무했다.
별정우체국, 친인척 채용·매관매직으로 제도 개편 지적 받아
과거 우체국이 없는 도서벽지 등 지역에 우편 서비스를 제공한 별정우체국 제도가 시행된 지 59년이 흘렀다. 보완적 우정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친인척 채용·매관매직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별정우체국 제도를 대폭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5일 별정우체국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별정우체국을 영위하기 위한 지정승계·추천국장제도를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우체국장 세습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15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별정우체국은 지난 7월 기준 721곳 전부가 1번 이상 지정승계를 받아 상속이 이루어졌고, 3번 이상 승계를 받은 곳도 296곳으로 41.1%에 달했다. 추천을 받아 국장으로 재직하는 경우는 63건이고, 추천국장 등이 자신의 자녀도 국장으로 앉히기 위해 피지정인에게 양자로 입적시킨 사례도 18건으로 집계됐다. 현재 별정우체국 직원의 10%인 339명이 별정우체국 지정권자의 친인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감사원은 추천국장 제도가 사실상 매매 대상이 되면서 추천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할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당시 점검대상 30건 중 15건인 50%가 국장추천을 대가로 금품수수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정 의원은 “과거 별정우체국이 우편 취급 수수료를 받아 자체 운영된 것과 달리, 지금은 매년 약 2300억 원의 정부 예산이 인건비 등 운영비 지원 명목으로 투입되고 있다”면서 “우정사업본부가 감사원 지적이 있고 난 이후 10년간 제도개선을 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