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원 재산에 어른거리는 ‘부의 대물림’ 그림자
정찬민 의원 딸, 차용증 없이 자금 지원받아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자신 명의의 재산 19억6400만원을 신고했다. 용인시장 재직 시절인 2018년 대비 2억여원 줄었다. 그사이 장녀 재산은 2억원 가까이 늘었다. 이유는 뭘까. 수억원 상당의 건물을 산 덕분이다. 그런데 매입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산신고 누락과 이해 충돌이 의심되는 대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시사저널은 8월28일 공개된 ‘21대 국회의원 재산등록사항’을 통해 신임 의원 175인의 자녀 재산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자녀 나이 30세 미만 중에서 재산액이 2억원 이상인 경우를 주목했다. 재산액은 지난해 전체 가구 순자산 중앙값(2억50만원)을 기준으로 했고, 나이는 2018년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령(30.9세)을 고려해서다. 분석 대상은 고위 공직자 출신 의원으로 한정했다. 이들은 공직자윤리법상 ‘이해 충돌 방지 의무’가 있고, 국회 입성 전후로 재산 변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합뉴스

정찬민 장녀 재산, 2년 만에 ‘2000만→2억원’

정찬민 의원이 장녀 앞으로 신고한 재산은 총 2억1400만원이다. 경기 용인시 근린생활시설(6억원)과 예금(6400만원)을 보유했고, 금융채무(4억원)와 건물임대채무(임대보증금 5000만원) 등 4억5000만원의 빚을 졌다. 앞서 정 의원은 용인시장 임기 말인 2018년 5월에도 재산을 신고했는데 당시 공개된 장녀의 재산은 오피스텔 전세권 1000만원과 1200만원의 예금을 합친 총 2200만원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재산의 산정 시점이 올해 5월인 것을 감안하면, 2년 만에 10배 가까이 뛴 것이다. 정 의원 장녀의 나이는 올해 29세다. 재산 증식 경위에 대해 정 의원 부인 황아무개씨는 딸이 독립생계자임을 재차 강조했다. 증여세를 낸 적도 없다고 밝혔다. 황씨는 “딸이 대학 졸업하자마자 드라마 제작업체에 입사했고 지금은 대기업 계열사에서 계약직 PD로 일하고 있다”면서 “6년째 PD로 일하면서 모은 월급과 퇴직금으로 작년 9월 건물을 샀다”고 해명했다. 정리하면 정 의원 딸이 해당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마련한 돈은 100% ‘자기자본’이 아니다. 황씨는 “건물 매매가가 6억원인데 은행 채무가 4억원 끼어 있어 그만큼을 채무 승계를 했고 임대보증금 5000만원을 매입 자금으로 썼다”며 “내가 추가로 5000만원 넘게 꿔줬다”고 했다. 장녀가 이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들어간 돈은 1억원 아래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첫째로 ‘어떤 방법으로 매입자금을 마련했을까’다. 이에 대해 모친인 황씨는 “5000만원 넘게 꿔줬다”고 해명했다. 사실이라면 모녀 관계라도 차용증을 써서 기록을 남겨야 한다. ‘사인 간 채무’의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정 의원이 공개한 장녀의 재산 목록에는 이를 뒷받침할 기록이 없다. 만약 그냥 5000만원 넘는 돈을 건넸다면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성인 자녀의 증여세 면제 한도가 10년간 5000만원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차용증을 쓰고 빌려줬다면 재산신고 누락이고, 차용증 없이 빌려주고 증여세를 안 냈다면 탈세에 해당한다.

차용증 뒷받침할 '사인 간 채무' 기록 없어 

황씨는 관련 사실을 재차 묻자 시사저널 취재진에게 “딸에게 빌려준 돈은 5000만원 미만이고 모두 다 돌려받았다”며 “대신 내 지인과 딸의 친구가 총 2000만원을 딸에게 빌려줬다”고 말을 바꿨다. 황씨 지인은 이를 입증할 거래원장을 보내왔다. 그런데 장녀의 재산신고 내역에는 여전히 2000만원에 해당하는 ‘사인 간 채무’ 기록이 없다. 강철원 세무법인 지산 세무사는 “친족끼리 소액을 주고받았다고 해도 세법상으로는 증여세 과세표준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친족이 아닌 타인에게 차용증 없이 돈을 받아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의문점은 예금 형성 과정이다. 장녀 예금액은 2년 만에 1200만원에서 6400만원으로 늘었다. 6억원짜리 건물을 사고도 5200만원을 모은 것이다. 이에 대해 황씨는 “지자체에서 (딸이 매입한) 땅에 도로를 내기로 돼 있었는데, 그에 대한 보상금이 건물 매입하고 반 년 뒤인 올 3월쯤 지급됐다”며 “딸이 이를 예금통장에 넣어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상금은 9500만원인데 세금(4400만원)을 뺀 실수령액은 5100만원이었다는 것이다. 땅의 소유권이 바뀌면 토지보상법에 의해 새 주인에게 보상금이 지급된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장이 보상금을 노리고 땅을 매입했다면 이해 충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장녀의 건물 앞에는 300m의 소로(小道) 건설사업이 잡혀 있었다. 이 사업과 관련해 2016년부터 보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 의원의 시장 재임 기간인 2014년 7월~2018년 6월과 겹친다. 정 의원은 시사저널에 “시장 재임 중에 도로건설 계획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알았다면 오히려 계획을 반려했을 것이다. 건설 허가로 잃게 되는 땅의 가치가 얻게 될 보상금보다 더 큰데 왜 굳이 그랬겠나”라고 반문했다.  

백종헌, 증여로 24세 장남에 22억원 물려줘

이번에 공개된 재산 목록에서 가장 부자인 국회의원 자녀는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 장남이다. 1997년생으로 올해 24살인 백 의원 아들 앞으로 신고된 재산은 총 22억6000만원으로 대부분은 토지다. 백씨는 부산 금정구에 2곳, 경남 양산시에 3곳, 울산 울주군에 1곳 등 모두 6곳의 땅을 갖고 있다. 1억1400만원의 예금도 있다. 장남에 대한 증여는 10여 년 전부터 이뤄졌다. 백 의원이 부산시의원이던 2008년 3월 신고한 재산 목록을 보면, 현재 장남이 보유한 부산 회동동 잡종지는 이때 ‘수증(증여를 받음)’된 것으로 나와 있다. 당시 3억400만원이었던 해당 토지는 지금 10억6600만원으로 3배 넘게 올랐다. 그 외에도 장남은 당시 부산 회동동에 또 다른 토지를 갖고 있었다. 2010년 백 의원은 장남의 회동동 밭을 매각했다. 2억100만원에 팔아 남긴 시세차익은 약 1억2100만원이다. 이 돈은 재산 증식의 밑천이 됐다. 2011년 백 의원은 장남 명의로 경남 어곡동 농지 2곳을 사들였다. 2013~14년에는 부산 농지와 울산 임야를 또다시 장남에게 증여했다. 이런 식으로 차차 재산을 늘려간 것이다. 장남이 2017년 성인이 되기 전에 모은 재산은 이미 14억8800만원에 달했다. 시사저널은 백 의원실에 농지 구입 경위 등에 대해 물었으나 9월10일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뉴스1
ⓒ뉴스1

강준현 장녀 '스타 유튜버'…재산 스스로 모아 

그 외에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녀 명의로 2억722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예금 2억570만원, 투싼 자동차 1650만원, 다가구주택 전세권 5000만원 등이다. 2017년 말에 집계한 장녀의 재산은 2600만원(예금 1600만원, 오피스텔 전세권 1000만원)이었다. 강 의원이 세종시 정무부시장일 때 신고한 내역이다. 2년 반 만에 10배 이상, 액수로는 2억4620만원 늘었다. 단 이는 오롯이 장녀 본인이 벌어들인 수입으로 추정된다. 강 의원 딸은 27살로 패션 크리에이터다. 2017년 3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이후 4개월 만에 전업 유튜버의 암묵적 기준인 구독자 10만 명을 모았다. 현재 구독자는 56만여 명에 이른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장녀의 종합소득세 신고자료에 따르면, 2018~19년 소득액은 신고 재산 증가분을 다소 웃도는 수준이다. 한편 초·재선을 막론하고 자녀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은 19대 의원을 지낸 이상직 민주당 의원이다. 그가 설립한 이스타항공의 지주회사인 이스타홀딩스 주식을 자녀가 고스란히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장남(23)은 112억3390만원 상당의 이스타홀딩스 주식 4000주를 갖고 있었다. 장녀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31)의 지분은 2000주, 가치는 56억1695만원이다. 또 이 대표는 2억원짜리 전북 전주시 아파트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자녀의 재산은 이스타항공이 경영난에 처하면서 도마에 올랐다. 딸인 이 대표는 9월9일 등기이사직을 사임하기로 했다. 직원 600여 명을 해고한 데 따른 비판에 한발 물러선 결정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9월10일 이 의원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