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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여당-이성윤’ vs ‘야당-윤석열’ 갈라져
추미애 장관 2차 인사 통해 이성윤 사단 중용... 윤석열 '고립무원'
검찰 독립성·중립성은 갈수록 희미

검찰이 정치판의 한가운데 서 있다. 최근 출간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이른바 조국백서는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검찰 ‘쿠데타’로 규정했다. 이는 정부·여당 주류세력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이에 대응하듯 윤석열 검찰총장은 “독재” “전체주의”를 언급했다. 임명권자인 정부(대통령)와 다수당인 여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에서 여야 간 설전에서 등장할 만한 정치적 단어들이, 정치와 가장 멀어야 할 검찰을 가운데 두고 오가고 있다. 검찰 내부를 들여다보면 더욱 가관이다. ‘여당-이성윤(서울중앙지검장)’ ‘야당-윤석열’ 식으로 짝패를 지은 지 오래다. 8월6일 발표된 추미애 법무장관의 2차 검찰 인사는 이를 노골적으로 보여줬다. 추미애-이성윤 사단이 대검 간부로 대거 영전하면서, 마치 윤 총장을 포위한 모습을 연출했다. 검찰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이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추진된 검찰 개혁의 결과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검찰의 정치화’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여당의 눈에 든 새로운 대세 ‘이성윤 사단’은 결국 검찰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윤 지검장은 대선을 관리해야 하는 차기 검찰총장 ‘0’순위로 꼽힌다. 이로 인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실종되고, 검찰이 또다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이 정부·여당에 대한 ‘대응 카드’로 답보 상태에 있는 청와대 관련 수사를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수사가 진행될지라도, 수사의 순수성에는 의문부호가 찍힐 수밖에 없다. 아울러 차기 대선후보 3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윤 총장이 퇴임 후 정치판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검찰 정치화의 최종판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검찰 개혁에 ‘국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개혁 실패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당초 취지와 달리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월3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월3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이성윤 사단, 윤석열 포위

'고립무원'. 윤 총장의 현재 상황을 이보다 정확히 말할 수 있을까. 추 장관을 보좌한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하며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임명됐다. 대검 차장은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자리인데, 이 곳에 추 장관의 사람이 들어온 것이다. 윤 총장으로서는 '입 속 가시'나 다름없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간부, 이른바 이성윤 사단도 윤 총장 포위 작전에 투입됐다.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영전했다.

여기에 조국 전 장관 시절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부단장을 맡았던 이종근 서울남부지검 1차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검 형사부장을 맡게 됐다.

이밖에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반대해 이른바 '상갓집 항명'을 당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또 다른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윤 총장과 갈등을 빚고 추 장관의 편에 섰던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은 서울동부지검장이 됐다. 동부지검은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무마 사건을 맡고 있는 곳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8월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대선후보?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서 실현됩니다.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합니다.”-8월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연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에 대해 “와, 세다”면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라는 한마디에 더불어민주당 집권하의 사회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의 요체는 자기들 말 잘 듣게 검찰을 길들이는 데에 있게 된다”고 논평했다. 윤 총장의 발언은 헌법학 개론 첫 시간에 나올 법한 원론적인 얘기다. 그러나 진 전 교수의 말처럼 이는 정부·여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다. 검찰은 ‘준사법기관’으로, 행정부(법무부)에 속해 있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정치적 독립이 요구되는 기관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검찰은 정치와 상관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법집행을 수행해야 한다. 즉, 윤 총장의 말 그대로 검찰은 ‘법의 지배’를 실현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검찰의 수장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통해 논란을 자초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윤 총장의 독재·전체주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라는 ‘주어’만 뺀 교묘한 주장”이라면서 “문재인 정부를 독재·전체주의라고 하면서 검찰총장직에 있는 것이 독재·전체주의 대열에 함께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나. 차라리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서 본격적인 정치의 길로 들어서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의 발언 이후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7월27~31일 전국 성인 25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윤 총장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25.6%), 이재명 경기지사(19.6%)에 이어 3위(13.8%)를 차지했다. 이는 여당 소속 정치인을 제외한 차기 대선주자 1위에 해당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총장과의 회동 가능성을 두고 “윤 총장 의사에 달려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윤 총장은 지금까지 정치 출마에 대한 뜻을 한 차례도 내비친 적이 없다. 윤 총장은 지난 2월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후보군에서 빼달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을 후보군에 넣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문재인 정부가 “우리 총장님”이라며 치켜세우며 임명한 윤 총장이 1년 새 보수진영 또는 범야권 후보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권은) 그냥 검사들이 우리 편을 들어야 한다고 우기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총장의 대척점에 서 있는 추미애 법무장관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추 장관은 법무장관을 넘어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SNS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추 장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검찰에 ‘부동산 불법 투기 사범에 대해 엄정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야당은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지만, “법무장관은 국무위원으로,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는 것이 추 장관의 답변이었다.
검사 선서에는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라는 대목이 있다. ⓒ연합뉴스
검사 선서에는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라는 대목이 있다. ⓒ연합뉴스

정치화된 검찰 현실 보여준 ‘검언유착’ 수사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 검찰 내부의 갈등 과정은 정치화된 검찰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윤 총장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더니, 추 장관이 총장을 배제하는 수사지휘를 내리면서 검찰 내에 ‘친정권 대 반정권’ 구도가 짜였다. 여기에 KBS의 ‘오보 논란’까지 불거지며 ‘검언유착 대 권언유착’이란 구도가 만들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즉,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찍어내기 위한 표적수사였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결국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카드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끝내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동료 후배기자만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권언유착’ 의혹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KBS의 7월18일 '스모킹건은 이동재-한동훈 녹취' 보도가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와 여권 고위 관계자로부터 정보를 얻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가 자신의 SNS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은 꼭 쫓아내야 한다는 내용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즉,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방통위원장이 특정 검찰 인사를 지목하며 사실상 ‘찍어내기’를 했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한상혁 위원장은 왜 3월31일 MBC가 ‘A검사장’으로만 보도하였음에도 한동훈의 이름을 언급하셨는지 내내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며 “권언유착의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금태섭 전 의원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검찰은 여전히 권한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고 정치권도 제어에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보·보수를 떠나 제대로 된 검찰 개혁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 전 의원은 “적폐청산 수사로 여권 지지층의 각광을 받던 한동훈 검사는 이제 거꾸로 수사 대상이 되었다”며 “한때 그가 차지했던 ‘참검사’의 자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몫으로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가 말을 안 듣고 ‘적폐검사’가 되면? 다시 ‘제2의 이성윤’이 출연할 것”이라며 “검찰이라는 강력한 칼을 이용하려는 정치권과 그에 부응하는 검사의 조합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검찰의 탈(脫)정치화다. 그러나 법무장관도 검찰총장도 정치 논리에 함몰된 모습이다. 이에 따라 검찰 내부도 마치 국회처럼 여야로 양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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