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해까지 진보진영에서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는 슈퍼스타였다. 두 사람 모두 해학과 독설을 기반으로 대중과 접촉하면서 짧은 시간 내 진보층을 대변하는 유명인사가 됐다. 하지만 생각만큼 두 사람의 활동공간은 겹치지 않는다. 성향만 같은 진보일 뿐 서로가 서로를 굉장히 불편해 했다는 후문이다.
기사검색 사이트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를 통해 진중권과 김어준 두 사람을 검색하면, 2009년 6월에 발간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집 《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아! 노무현》이 제일 먼저 나온다. 박노해 시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진보인사 30명이 함께 쓴 추모집 명단에 두 사람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2008년 9월 한겨레21이 6명의 ‘화(禍)’ 다스리는 법을 소개한 책에서 두 사람은 또다시 함께 이름을 올렸는데 내용은 다소 차이가 난다. 진 전 교수는 사회 구성원들의 분노 공유인 ‘공적 분노’를 가리켜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분노”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씨가 제안한 것은 ‘웃으며 화내기’다. “안정적인 바이털 사인을 유지하면서 차분하고 화사하게 화를 내는 것”이다. 당시 김씨는 이를 엿먹인다는 말로 표현했다. 2010년 진보인사 4명이 나눈 대담집 《진보의 재탄생》도 함께 참가했다.
그랬던 두 사람 간 균열이 두드러지게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2년 19대 총선 전부터다. 김씨, 정봉주 전 국회의원, 김용민 PD 등 3인이 함께 진행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대해 진 전 교수는 “나꼼빠(나꼼수 팬)들의 신앙생활”, “자기들의 신앙촌”, “논리로 해결될 수 없는 유사종교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또 2011년 10월26일에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입이 있었다는 나꼼수의 주장도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사퇴해서는 안된다는 김씨의 주장에 진 전 교수는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사실상 이때부터 반문 인사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자신의 SNS를 통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나오는 유튜브방송 알릴레오를 ‘꿈꿀레오’로, 김씨가 진행하는 TBS(교통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공장’은 ‘개꿈공장’이라고 깎아내렸다. 1월에는 정봉주 전 의원이 절대로 총선에 나와서는 안된다면서 김씨에 대해서는 “언젠가 (정 전 의원이) ‘그 XX, 언젠가 돈 때문에 망할 거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구도는 진 전 교수의 공세에 김씨가 별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2012년 1월21일 한 네티즌이 진 전 교수를 향해 “나꼼수와 김어준은 어떤 말도 안하는데 혼자 날뛴다는 생각 좀 하시길”이라고 비판하자, 진 전 교수는 “김어준은 너희랑 달라. 나한테 덤벼야 이길 수도 없고, 좋을 것도 없다는 것쯤은 알지. 생각 좀 하고 살아라”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2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배후설'을 주장한 김씨를 향해 "냄새 좋아하니 방송 그만두고 인천공항에서 마약 탐지견으로 근무하면 참 좋겠다"라고 비판했다. 또 “김씨는 걸어 다니는 음모론(자)이고, 원래 음모론자들은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