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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는 금액보다 오래된 순으로 갚아 나가야
통신·공과금 6개월 이상 납부내역 제출로 ‘점수 올리기 도전’

“엇!” 직장 동료의 입에서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분명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신용등급의 차이는 컸다. 비교는 모든 불행의 시작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동료가 높은 동료에게 대출 한도와 이자를 알려 달라고 했다. 인터넷은행을 통해 결과를 알아봤다. 분위기는 더 싸해졌다. 차이는 꽤 컸다. 대출 한도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대출금리도 2%포인트 정도 격차가 났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사람에게는 위아래가 없건만 금융생활에는 등급이 있다. 신용등급은 내 금융생활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신용등급이 나쁘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워진다. 우리가 흔히 가는 은행들, 즉 제1금융권에서의 대출도 쉽지 않다. 겨우 대출을 받더라도 한도가 많지 않고 그나마도 대출금리가 높아져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추가 대출과 대출 만기 연장이 안 될 수도 있다. 금융회사들은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내년부터 ‘신용등급’제→’신용점수’제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는 많은 국민이 신용불량자로 내몰렸던 2003년 카드 사태 이후 정착됐다. 신용등급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나 나이스신용평가(NICE) 등 신용평가회사가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판단한다. 1~1000점으로 점수가 나온다. 점수가 높을수록 신용도가 높다. 등급은 10개 등급으로 나뉜다. 보통 1·2등급은 최우량 등급, 3·4등급은 우량 등급, 5·6등급은 일반 등급, 7·8등급은 주의 등급, 9·10등급은 위험 등급으로 구분한다. 자신의 신용등급은 KCB나 NICE와 같은 신용평가사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 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토스, 뱅크샐러드, 카카오뱅크와 같은 핀테크 업체나 자산관리앱, 인터넷은행 등에서 횟수 제한 없이 손쉽게 내 신용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신용평가 체계 기준을 ‘등급’에서 ‘점수’로 바꾼다. ‘문턱 효과’라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신용정보회사 NICE평가정보는 신용점수가 665~749점인 경우 ‘6등급’을 부여한다. 신용점수 664점인 경우 665점(6등급)과 실제 신용에는 별 차이가 없는데도 ‘7등급’으로 분류돼 대출 등 금융 서비스 이용이나 금리에서 큰 불이익을 받는다. 신용점수 1점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신용점수의 차이를 가르는 핵심 변수들은 뭘까. 흔히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소득이 높으면 무조건 신용점수가 높아지고, 빚(대출)이 있으면 무조건 신용점수가 낮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 다 사실이 아니다. 고소득자라 하더라도 소득 대비 지출이 너무 많거나 금융거래가 불건전하면 높은 신용점수가 매겨지지 않는다. 또 대출이 있더라도 자신의 소득 대비 적정한 수준이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제때 성실히 갚아 나가면 오히려 평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아울러 자신의 신용등급을 자주 조회해도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과거에는 신용등급 조회기록이 신용등급에 나쁜 영향을 줬지만 2011년 10월부터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바뀌었다.   

신용카드, 한도의 50% 이하로 써야 유리

보통 사회초년병들은 신용등급이 5~6등급으로 매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금융거래 이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신용관리 초보자라면 우선 주거래은행을 만들어 자신의 이름으로 꾸준히 거래 실적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주로 이용하는 은행을 정해 급여 이체, 각종 공과금과 카드대금 납부, 자동이체 등 거래 실적을 집중시키면 도움이 된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데에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중요한 점은 신용카드 개수가 아닌 꾸준한 금융거래 실적이다. 다만 신용카드를 쓸 때 한도의 50% 이내로 오랫동안 연체 없이 이용해야 신용점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령 카드 한도가 월 300만원인 사람이 매달 300만원을 쓰는 것과 한도가 1000만원인 사람이 매달 300만원을 쓰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는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 연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여기며 후자를 훨씬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할부나 리볼빙 서비스를 과도하게 써도 불이익 요소로 작용한다. 카드사 현금서비스는 한두 번 정도 받는 것은 신용점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과도하게 쓰면 하락 요인이 된다. 대출금이 소득에 비해 너무 많아도 좋지 않다. 역시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소득이 3000만원인 사람의 대출금 5000만원과 소득 1억원인 사람의 대출금 5000만원을 금융사들은 다르게 받아들인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출 서비스인 마이너스통장 인출 비중이 높아도 신용점수가 떨어진다. 금융사들은 약정 대출 한도 대비 대출 잔액 비율이 3개월가량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면 장래 연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대출 한도 소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1~2개월 내 상환하고 소진율을 30~4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좋다. 신용등급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대출 연체니만큼 반드시 계획적인 상환 계획을 짜고 대출을 받는 게 좋다. 타인에 대한 보증 금액이 많아도 신용점수 산정에 불리하다.  현재 낮은 신용점수를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몇 가지 확실한 방법이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체크카드를 연체 없이 월 30만원 이상 6개월 동안 쓰는 것이다. 혹은 금액에 상관없이 6~12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써도 된다. 이렇게 되면 최소 4점에서 최대 40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받은 학자금 대출을 연체 없이 1년 이상 갚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경우 최소 5점에서 최대 45점의 가점을 받게 된다. 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 성실 상환자 명단을 신용평가회사가 통보받아 알아서 반영하기 때문에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체크카드 30만원씩 6개월 이상 쓰면 가점

통신요금,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도시가스나 수도요금 등의 6개월 이상 납부 실적을 신용평가회사에 제출해도 5~17점의 가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매달 주기적으로 결제해야 하는 항목들은 계좌이체를 설정해 놓으면 좋다. 최근 카카오뱅크, 토스, 뱅크샐러드에서 ‘신용점수 올리기’라는 이름 등으로 터치 몇 번으로 이를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업체가 이용자에게서 공인인증서 활용을 위탁받아 각종 서류를 대신 제출해 주는 것이다. 신용평가회사가 이를 신용점수에 반영할 때까진 3~10일가량 걸린다. 만약 대출이 여러 개 있다면 오래된 대출부터 갚아 나가는 것이 신용점수 올리기에 좋다. 흔히 대출금액을 기준으로 대출을 우선적으로 갚아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신용점수는 대출 기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여유 자금이 생길 때마다 중도상환을 하면 신용점수 향상에 도움이 된다. 특히 대출을 중금리 상품으로 받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초저금리 시대에 ‘영끌(영혼까지 대출을 끌어모아)’해서 다른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재테크 초보라면 이런 행동은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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