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환불을 둘러싼 갈등은 대학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초·중·고 학생 중 유일하게 무상교육 열외 대상인 고등학교 1학년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등록금 감면 요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가 늦춰지면서 학교를 가지 않았는데도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든 학부모들의 한숨이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A군은 입학 이후 학교 문턱 한 번 밟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4월7일 개학 이후 한 달째 원격수업이 이뤄져서다. 그가 하는 것은 하루 종일 EBS 온라인 클래스를 시청하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A군의 부모가 학교에 지불한 등록금은 45만원. 2~3학년 선배들은 그와 같은 처지에 놓였지만 무상교육 대상이어서 수업료를 내지 않았다.
#학부모들에게 등록금 문제는 보다 예민할 수밖에 없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B씨는 “다 같이 학교 안 가고 EBS 보는데 고1만 등록금 내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고등학생은 돌봄비용도 못 받는다”면서 “(고등학교) 1학년만 정부 울타리 밖에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런 그에게 학교는 2분기 등록금 고지서를 보냈다. 1분기에 납부한 수업료와 육성회비, 교과서 대금 등까지 합치면 100만원 상당을 납부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지만, 등록금을 내는 것은 고1이 유일하다. 교육부의 고교무상교육 단계적 확대 방침에 따라 고등학교 2·3학년은 올해부터, 1학년은 내년부터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1명의 연간 등록금은 전국 평균 158만2000원, 분기별로 환산하면 40여만원이다. 고1 학부모들은 올해 자녀의 온라인 수업 한 달에 40만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때문에 고1 등록금을 감면해달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등록금 감면을 건의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5월7일 오후 5시 기준 1800여 명 가량이 서명했다. 청원인은 “가지도 않는 학교 등록금을 1학년만 납부한다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며 “2분기 등록금 납부시기가 오기 전에 고등학교 전체를 무상교육화 하거나 등록금 감면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구시교육청이 먼저 움직였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6일 대구지역 공·사립 고교 1년생을 대상으로 1학기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에 대한 감면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미 납부한 1분기 수업료는 이달 중에 환불하기로 했다. 또 무상교육 대상이 아닌 자사고 등에도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 가정에 대해 공립학교 수준의 학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다른 시도교육청까지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교육청은 “예산 문제로 현재는 지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의 경우 “지원 여부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다음주 중에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