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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픈 곳은 없어요?”

5월8일 어버이날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부담을 줄까 봐 자신의 건강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는다. 자식이 부모의 건강에 대해 꼼꼼히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에게 다음 4가지만이라도 물어보고 건강을 챙기면 어떨까.   코로나19 유행으로 고령이 된 부모는 집 밖 출입을 경계한다. 게다가 맞벌이하는 자식을 대신해 손주를 돌보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의 등교 시점이 늦춰지고 있어서 더욱더 그렇다. 이른바 황혼 육아를 담당한 부모는 건강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2003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46~71세 은퇴한 간호사 5만여 명을 대상으로 4년에 걸쳐 심장질환 위험도를 전향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9시간 이상 육아를 했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심장질환 위험도가 55%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자들은 정확한 의학적 연관성을 밝히지 못했지만 육아 관련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질환 발생 위험도가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육아로 인한 각종 만성질환(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관리의 어려움도 중요한 원인으로 추정됐다. 현실적으로 육아와 건강한 생활습관(운동, 식사, 수면)의 병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2018년 어버이날 기념행사 모습 ⓒ고성준 기자
2018년 어버이날 기념행사 모습 ⓒ고성준 기자
 

1 “식사는 주로 무엇으로 하세요?”

가벼운 안부 인사 같지만 영양 관리의 필수 질문이다. 부모는 손주를 돌보느라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 음식에는 각별한 신경을 쓰지만 정작 자신은 밥, 김치, 간단한 국으로 해결한다. 식사의 양이나 질이 좋지 않다면 꼭 이유를 물어봐야 한다. 입맛이 없는 것인지 씹기가 어려운지 삼키기가 힘든지 또는 소화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변비도 소화불량과 식욕 저하의 흔한 원인이다.  

2 “집에서 사고는 없었어요?”

가장 흔한 치매의 초기 증상은 기억력 장애다. 증상이 건망증과 비슷해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치매 초기 증상의 특징은 최근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6개월 이내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이 좋다. 또 이전과 다르게 성격이 변하거나 판단력이 흐려지는 증상도 치매 초기에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의심되면 정확한 검진을 통해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냄비를 심하게 태웠거나 중요한 외부 약속을 자주 잊는다면 더 미루지 말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검사 후 치매가 아니더라도 평소 건강관리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3 “많이 아픈 곳은 없어요?”

노인은 뼈의 양이 감소하고 강도가 약해 살짝 넘어져도 골절 위험이 크다. 노인의 낙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집이다. 부모의 나이가 많거나 아이를 안고 집안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 무게중심이 쏠려 넘어지기 쉽다. 특히 평소에 아프지 않던 허리나 등이 최근에 갑자기 많이 아프다면 골다공증처럼 뼈가 약한 부위가 주저앉아 골절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욕실 바닥은 미끄럽지 않도록 조치하고 집 안 어두운 곳에는 조명을 설치해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면 어깨나 무릎관절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4 “요즘 약 바뀌진 않았어요?”

부모가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으로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한다면 몇 가지 약을 복용하는지 제시간에 복용하는지 중복해서 복용하지 않는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 약을 더 많이 먹거나 덜 먹거나 기억을 못 하는 경우에는 약봉지에 날짜를 적어놓거나 부모의 휴대전화 알람을 설정해두면 좋다. 다섯 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경우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관절통이나 감기로 약물이 추가되거나 바뀐 후 여러 이상 증상이 더 생겼다면 한 번쯤은 약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 도움말=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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