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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출신 여권 인사·부산파·금감원 등 로비 의혹
김봉현 회장 측 “난 몸통 아니다, 진짜 따로 있다” 주장
김봉현, 라임 터지기 전 무명에 가까운 사채 브로커
시사저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 회장, 김 사장에 비해 기업 M&A(인수합병) 시장에 덜 알려진 인물이다.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그는 혈혈단신으로 상경해 명동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굴려주며 중간에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자본시장에 이름을 알린 것은 코스닥 상장사 인터불스(현 스타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의 고향이 광주인 것과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김아무개 금감원 과장과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도 최근에 와서야 알았다”고 설명했다. 김봉현 회장 측이 제보한 정치권 인사는 꽤 고위급이었다. 그중 한 명이 이번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후보였던 이상호 전 전문건설공제조합 감사다. A씨는 김봉현 회장의 말을 빌려 “이상호 후보에게 꽤 공을 들였는데, 이는 전문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다”고 증언했다. 결과적으로 김 회장의 로비는 실패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내부 지침에 따르면,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나 기업 M&A 용도로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불가능했다. 시사저널은 이 후보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그와 만난 자리에서 누구를 통해 김 회장을 소개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이상호 전 후보는 “2018년 3월경 김갑수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로부터 김봉현 회장을 소개받았으며, 그후 2~3차례 함께 만났다”고 답했다. 김 전 대표를 통해 이상호 전 후보를 만났다는 사실은 김 회장 측도 인정하고 있다. 김 회장 측은 취재 내내 “김 회장이 ‘나도 잘못했지만 나를 이렇게 언론에 매도한 이아무개 대표가 더 나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 측이 지목한 이는 지방 MBC 대표를 역임한 전직 언론인이다. 김 회장 자신은 10여 년 전부터 형님, 동생 사이로 지낸 이 대표를 위해 매달 수백만원의 활동비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지방으로 내려가 광주에서 언론인 생활을 했기에 중앙 무대에는 큰 인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김 회장에게는 동향 사람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김 회장의 입에서 나온 인물들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호남 출신 인물들이 있다. 전직 고위 법조인 C씨와 전직 국회의원 D씨, 현재 민주당 재선 의원인 E씨는 광주와 전남에 고향을 둔 인사들이다. 김 회장은 이 대표가 이들 정치권 인사를 만나면서 자신의 돈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것이다.호남·부산 정치인 등과 광범위하게 친분 쌓아
또 다른 갈래는 친문·친노 인사가 중심이 된 부산파다. 이상호 전 후보는 이 중 한 명이다. 김 회장이 이 전 후보를 만나는 데 중간에서 소개해 준 인물로 알려진 김갑수 전 대표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대학을 나와 친노·친문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시사저널은 김 전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그는 본지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시사저널은 4월24일자 보도에서 이상호 전 후보의 인터뷰를 통해 김 회장과 이 전 후보의 만남을 주선한 김 전 대표의 실명을 공개했고, 이에 김 전 대표 측은 자신의 실명이 공개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상호 전 후보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갑수(김갑수 전 대표)가 ‘김 회장이 하란 대로 해 꽤 짭짤한 수익을 얻었다’고 말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 측은 “이 대표와는 예전부터 방송 쪽 일로 알고 지낸 사이로, 나중에 김 회장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하나의 로비 대상은 금감원 등 정부기관이다. 여기에 동원된 인물은 김 회장의 고향 친구인 김아무개 전 청와대 행정관(전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추정된다. 김 회장 측은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로비했다고 주장한다. 김 회장 측에서 거론한 전직 국회의원 중 2명은 20대 국회에서 정무위 소속으로 활동했다. 이 밖에도 김 회장 측은 시사저널에 스트라이커가 수원여객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생긴 비정상적인 행위를 입증하는 여러 자료를 제공했다. 김봉현 회장은 지난해 1월 스트라이커가 수원여객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삿돈 162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장기간 도피행각을 벌이던 중 경찰에 붙잡혔으며, 4월26일 구속됐다.경찰 손으로 넘어간 ‘김봉현 리스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월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사용하던 가죽 업무수첩 2권을 확보했다. 한 권은 자신이 투자했던 상장사 지분 관계와 자금내역이 기록된 것이며, 나머지 한 권에는 성경 구절이 필사돼 있었다. 김 회장은 한 유명 대형 교회를 다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자료를 확보함에 따라, 수사 당국은 김 회장과 주변인들 간의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이번에 압수된 업무수첩이 ‘라임 게이트’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김 회장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평소 필요하다 싶으면 돈을 물 쓰듯 쓰는 것 같지만, 지출내역을 꼼꼼히 적어두는 습관이 있다”면서 “만약 그가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면 수첩에도 자세히 적어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법조계에서는 “라임 문제를 이렇게까지 끌고 온 진짜 몸통이 조만간 드러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정치권 연루 인사들도 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