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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지 못한 협력사 사업장 철수 잇따라…정부 지원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

“308명에 달하던 직원이 몇 달 만에 98명으로 줄었다. 210여 명이 권고사직 조치로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기내식을 운반하는 한 항공 협력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마저도 다른 업체와 비교하면 상황이 나은 편이다. 기내 청소를 담당하는 한 협력사의 경우 늘어나는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공항 부문 사업장 철수를 결정했다. 현재는 인수인계를 위한 최소 인력만 일자리를 지키고 있다. 항공산업은 크게 항공사, 지상조업사, 협력사 등으로 나뉜다.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업체다. 지상조업사는 항공사를 도와 항공기 정비, 수하물 탑재, 항공기 유도 등을 맡는다. 그리고 협력사는 지상조업사를 도와 기내식 운반, 기내 청소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이들이 모여야만 여객기·화물기가 하늘로 날 수 있다.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이 균형이 무너졌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항공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한 항공사의 정비 모습 ⓒ대한항공 홍보실 제공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항공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한 항공사의 정비 모습 ⓒ대한항공 홍보실 제공

‘연차 소진→무급휴직→권고사직’

지난 4월14일 항공산업 종사자들이 청와대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폐업신고를 한 기내 청소업체가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해당 업체는 노조가 없는 협력사 중 한 곳인 한성엠에스다. 한성엠에스의 공항 사업부엔 160여 명의 직원이 근무했으나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사업부를 철수했다. 담당했던 업무는 다른 협력사에 넘겼다. 현재는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24명의 최소 인력만 남아 있는 상태다. 나머지 근로자는 권고사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한성엠에스 전·현직 근로자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우려하면서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악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는 특정 협력사에 한정되지 않았다. 사측과 종사자 간 논의 없이 하룻밤 사이에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했다. 화물 조업을 돕는 협력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A씨는 “작업 예정 하루 전날 ‘오늘부터 작업 정지’라는 공고가 붙거나 예고 없이 권고사직을 진행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연세가 있는 분들은 스스로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지 잘 모른다. 아무 말도 못 하고 말일자로 사퇴서를 쓰고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와 지상조업사는 항공기 ‘편’에 따라 일감을 계약한다. 지상조업사는 계약한 내용에 따라 특정 업무를 협력사에 위임한다. 연쇄적인 구조다. 무너지는 순서는 역순이었다. 버틸 힘이 없는 협력사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상조업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임국근 노조위원장은 “지상조업사 일감이 줄어들어 연쇄적인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협력사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비용 지불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는 점차 커져갔고, 생존을 위협했다. 인천공항에서 지상조업사를 도와 기내식 운반을 담당하는 협력사(인천공항캐터링)의 이상호 노조위원장은 “처음엔 국가적 위기 상황임을 감안해 사측의 강제 연차 소진 조치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의 요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위협적으로 변했다. 이 위원장은 “강제 연차 소진을 시작으로 강제 무급휴가, 권고사직 순서로 이어졌다. 기존 308명의 직원 중 현재는 210명이 일자리를 잃고 98명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지원을 약속하기 전까지 협력사에 대한 정부의 언급은 없었다. 제5차 비상경제회의 이후 고용노동부는 고용안전 특별대책을 통해 “항공지상조업 업무를 주되게 수행하는 인력공급업 소속 근로자도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준해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원 내용은 생활안정자금 융자 우대, 국민내일배움카드 지원한도 상향 등이다. 다만 현장에선 지원 방안이 체감되기 전까진 믿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약속에도 의구심을 보이는 까닭은 앞선 사례들 때문이다. 이상호 인천공항캐터링 노조위원장은 “2월부터 고용노동청을 통해 고용유지지원금에 대한 문의를 진행했지만 대응책은 없었다”고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제는 신규 채용 여력이 있는 법인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다. 공항 협력사들은 대부분 인력파견 업체로 공항을 포함해 일반 시설이나 물류 등 다양한 분야의 근로자들이 한곳에 묶여 법인으로 등록돼 있다. 일반 시설 관리를 위해 채용한 내용이 법인의 신규 채용으로 집계되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노동청과 고용노동부에 공항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회계 독립이 안 돼 있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고용안전 특별대책에도 관련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지난 4월14일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항공업 종사자들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모여 진행한 ‘항공산업 노사정 간담회’에서도 협력사의 어려움은 논의되지 않았다. 이상호 위원장과 이금숙 위원장은 “그날 논의된 내용은 주기장 사용료 면제, 조종사 면허와 관련된 내용으로 협력사와는 관계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조차 우리는 소외됐다”고 밝혔다.  

조업사·협력사 간 마찰도 생겨나

이런 상황에서 지상조업사와 협력사 간 마찰음도 생겨나고 있다. 기자가 취재를 하며 만났던 4곳의 협력사 근로자들은 ‘지상조업사의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이들의 말을 정리하면 “꾸준히 이익을 창출했던 만큼 고통 분담 여력이 있을뿐더러, 지상조업사의 경우 유급휴직 혹은 일부만 무급휴직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상생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상조업사인 한국공항과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각각 216억원, 146억원이다. 지상조업사도 협력사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 이들은 협력사와 같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다만 과거 실적만으로 앞으로의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 법률적 문제 등 현실적 문제를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국근 아시아나에어포트 노조위원장은 “같은 공항 업무를 하고 있고, 동료이기 때문에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 사측에 이 같은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상훈 한국공항 노조위원장도 “협력을 위해 회의체를 만들어 논의하고 있다. 다만 법률적 문제들이 존재하고 일부 협력사의 경우 전체 법인으로 보면 지상조업사보다도 높은 매출을 내고 있음에도 이들을 돕지 않는 점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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