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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완벽 부활…호남 28곳 중 27곳 석권…非민주 거물들, 대거 낙선
‘DJ계’ 퇴장하고 ‘친문계’ 전면에 등장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호남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을 택했다. 호남 민심은 평균 66.9%라는 투표율과 함께 집권당인 민주당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4년 만에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4·15 총선 개표 결과 민주당은 전북 남원임실순창을 제외한 전 지역을 ‘싹쓸이’했다. 4년 전 전체 28개 지역구 중 단 3석을 얻는 데 그쳤던 민주당이 완벽하게 부활한 셈이다. 반면 호남 전 지역에 불어 닥친 ‘민주당 돌풍’에 박지원·정동영·천정배·박주선 등 호남 정치 거물들은 대거 고배를 마셨다. 정치 생명이 위태로운 수준이다.
4·15 총선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호남 정치거물들이 대거 낙선했다. 왼쪽 위부터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의원.ⓒ시사저널 DB
4·15 총선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호남 정치거물들이 대거 낙선했다. 왼쪽부터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의원 ⓒ시사저널 DB

“한 시대가 저물었다”…호남거물들 줄줄이 ‘고배’ 

4·15일 총선 개표 결과, 민주당은 호남 지역 28개 지역구 중 27곳을 석권했다. 광주 8곳, 전남 10곳을 모두 가져갔다. 전북 10곳 중에선 전북 남원임실순창을 제외한 9곳을 차지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호남 대부분 지역에서 개표 초반부터 승기를 잡았다. 남원임실순창에서는 이강래 민주당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다가 이용호 무소속 후보에 패했다.  ‘민주당 바람’에 직격탄을 맞은 당대표급 정치인들은 향후 정치 행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정치 9단’으로 불리며 숱한 정치적 고비를 넘겨왔던 4선의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전남 목포에서 정치신인 김원이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박 의원은 1992년 14대 총선 때 국회에 입성한 이후 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장·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지낸 ‘DJ계’ 정치인이다. 18대부터 20대까지 목포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이 같은 박 의원 경력 때문에 당초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민주당 ‘파란색 바람’을 이기지는 못했다. 그나마 박 의원은 10%포인트 이내 한자리수 접전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때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은 전북 전주병에서 김성주 민주당 후보에게 완패했다.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 선후배 간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으나 정 의원은 민주당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더블스코어’ 차로 졌다. 그는 2007년 대선 후보로 나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경쟁한 중량급 정치인이다. MBC 기자 출신으로 1996년 15대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했다. 전국 최다 득표율이었다. 참여정부 때는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역임하는 등 정치경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7선 도전에 나선 천정배 의원 역시 광주 서을에서 ‘당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첫 고졸임원 출신이자 문재인 당대표 시절 영입된 양향자 민주당 후보에게 큰 표차이로 패했다. 천 의원은 선거 막판 ‘호남 대통령론’을 내세우며 판세 전환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4번 구속 3번 무죄’의 굴곡 많은 정치 인생을 거친 박주선 의원도 광주 동남을에서 개표 초반부터 줄곧 뒤쳐진 뒤 3등을 기록, 굴욕을 맛보았다. 광주 광산갑에서도 4선인 김동철 민생당 의원은 정치 신인인 이용빈 민주당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밖에 조배숙(전북 익산을)의원과 황주홍(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의원, 김관영(전북 군산)의원도 민주당 후보와의 리턴매치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한 시대를 풍미하며 정치사에 족적을 남긴 호남 정치거물들이 정치판에서 일제히 퇴장하게 됐다. 결국 이번 총선은 한때 호남정치를 주도했던 DJ계의 퇴장과 함께 친문계(친문재인계)가 전면에 등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한병도(전북 익산을) 전 정무수석과 민형배(광주 광산을) 전 사회정책비서관, 윤영덕(광주 동남갑) 전 행정관 등을 비롯해 김성주(전주병), 양향자(광주 서구을) 후보 등 문재인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인물들이 대거 당선됐다. 
제21대 총선 서울 종로 국회의원에 출마한 이낙연 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당선이 확실해 지자 부인 김숙희 씨와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제21대 총선 서울 종로 국회의원에 출마한 이낙연 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당선이 확실해 지자 부인 김숙희 씨와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몰표’ 대선주자 이낙연에 기대감 반영

범진보 진영의 든든한 표밭 노릇을 하던 호남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킨 원동력이었다. 그러다가 2016년 총선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말을 갈아탔다. 이후 안철수 대표의 몰락과 함께 국민의당도 ‘사분오열’되면서 표심이 이번에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온 것이다. 민주당 ‘쏠림 현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강한 지지가 재연됐기 때문이다. 또 적전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도 얻었다. 지난 총선에서 제3당으로 발돋움했던 국민의당이 사실상 공중 분해되면서 호남 표심이 민주당에 몰표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민주당 ‘몰표’에는 현재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함께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호남출신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범진보 진영 대선 후보의 가장 큰 기반이 호남의 절대적 지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엔 ‘호남대통령’에 거는 기대까지 더해져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셈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호남 압승은 향후 본격화할 여권 대선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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