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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신문·방송사 경영 성적표 분석] 신문은 현상 유지, 방송은 사실상 고사 직전
한국경제·TV조선 성과 주목, MBC는 상황 안 좋아

시장에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오른다. 불변의 경제 원칙이다. 달리 말하면 수요가 없으면 상품 가격은 떨어진다. 누구도 찾지 않으면 그 상품은 시장에서 사라지는 게 수순이다. 계획경제가 아닌 정상적 시장경제라면 통용될 이 원칙이 ‘종이신문 시장’에는 잘 먹히지 않는 듯하다. 새 신문이 독자들을 만나지도 못한 채 계란판 공장으로 직행해도, 질 좋은 포장지로 중동·동남아에 수출되는 신세를 면치 못해도, 낮은 신뢰도로 인해 독자에게 외면받아도 국내 주요 일간지들은 여전히 세(勢)를 유지하고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언론 공정성이 의심받고 그 존재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망하는 언론사’가 없다며 “광고와 협찬이 반(反)시장, 반자본주의적 방식으로 괴이하게 할당되고 포털에 기생해 어뷰징 기사로 클릭 장사를 하는 등의 비정상이 빚어낸 한국 언론의 불가사의”라고 말한 바 있다. 뼈를 세게 때리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는데, 실제 많은 독자가 궁금해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왜 망하는 신문사가 없을까. 신문 생존력은 경영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신문은 죽지 않는다?

해마다 4월에 전년도 언론사들의 성적표가 공개된다. 지난해 살림살이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시되기 때문이다. 201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기준으로 신문과 방송 전반을 살펴봤다. 매출액은 시장과 기업의 성장 규모, 영업이익은 기업의 영업 수익성을 살피기 좋다. 언론사 손익계산서를 열어본 곳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주요 일간지·경제지와 KBS, MBC, SBS, JTBC, MBN, 채널A, TV조선 등 지상파·종합편성채널 방송사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반적 언론 시장 위축 속에 신문은 현상 유지 상태다. 방송은 사실상 고사 직전이다. 15개 언론사 가운데 영업이익 1위는 301억원을 기록한 조선일보였다. 2018년과 비교하면 49억원 줄었다. 조선일보는 종합일간지 가운데 가장 높은 299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처음으로 ‘3000억원대 매출’이 깨졌다. 2003년 매출액이 4386억원이었는데 조금씩 매출이 감소해 급기야 2000억원대에 진입했다. 영업이익에서 눈에 띄는 언론사는 235억원의 한국경제였다. 이 수치는 15개 언론사 가운데 2위다. 경쟁지인 매일경제 영업이익(104억원)의 2배다. 매출액에서도 2406억원으로 2316억원의 매일경제를 앞섰다. 한국경제는 이미 2018년 기점으로 매일경제 경영 수치를 앞질렀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이 소식을 “한국경제신문, 매출·영업이익 ‘경제신문 1위’ 올랐다”라는 제목의 사고로 알리며 ‘팡파르’를 울렸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2019년 경영 실적과 관련해 “중앙 언론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유료부수가 절대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조금씩 성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1월부로 11년 만에 단행된 구독료 인상(기존 1만5000원→2만원)이 부수 증가세와 맞물리면서 매출 및 영업이익 확대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지난해 모두 영업이익을 냈다. 조선일보에 비하면 크진 않지만 두 신문은 각각 65억원, 46억원의 영업이익을 봤다. 매출액도 2800억원(중앙), 2946억원(동아)으로 예년과 큰 변동이 없다.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각각 20억원, 33억원의 영업이익을 봤다. 한겨레는 2018년 대비 1억원 줄어든 수치이나 경향은 58억원이나 감소했다. 진보언론 매출액은 815억원(한겨레), 873억원(경향) 수준으로 전년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조선·중앙·동아의 매출액은 2018년 8816억원에서 2019년 8737억원으로 감소하며 하락 추세인 데 반해 양대 경제지 매경·한경의 매출액은 4645억원에서 4722억원으로 상승 추세다. 한겨레·경향 매출액도 1736억원에서 1688억원으로 감소했다. 살펴본 7곳의 주요 일간지·경제지는 모두 영업이익을 봤다. 신문산업 성장이 정체·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개별 신문사들 수치는 등락을 보이고 있다. 경영 성적표에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부분은 ‘영업 외 수익’이다. 흔히 임대료나 이자 수익을 떠올리는 항목이다. 중앙일보 2019년 당기순이익(영업이익-영업외손익)은 607억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인데, ‘영업 외 수익’ 항목 가운데 ‘지분법이익’이 592억원으로 전년(2018년) 대비 582억원 상승했다. 지분법이익은 한 회사가 20~50% 지분을 갖고 있는 관계기업(자회사)이 창출한 이익에서 지분율만큼 모기업 이익으로 계산하는 평가 방법이다. A기업이 B기업 지분 30%를 갖고 있다면, B기업의 2019년 당기순이익 100억원은 A기업 회계장부에 30억원(100x0.3)만큼 지분법이익으로 잡힌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중앙일보 자회사들 2019년 성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국경제도 2019년 지분법이익이 108억원인데, 한경 관계자는 “회사가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17년 인수한 골프장인 경기도 포천시 포천힐스CC가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여성프로골프협회(KLPGA)투어 경기인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을 유치하는 등 관련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골프장은 한경엘앤디가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6억원이었다. 한국경제가 갖고 있는 한경엘앤디 지분의 70%로 챙긴 지분법이익은 총 108억원 중 25억원(36x0.7)이다. ‘종이신문’과 무관한 자회사 성장과 호실적이 신문기업을 지탱하는 큰 축인 것이다.  

방송은 F학점 가까운 경영 성적표

방송사들의 2019년 성적표는 ‘F학점’에 가깝다. MBC 상황이 위태롭다. 2017년부터 –565억원(2017)→-1237억원(2018)→-966억원(2019)으로 3년 연속 영업손실(영업적자)이다. KBS도 2년 연속 영업손실이다. +202억원(2017)→-585억원(2018)→-759억원(2019)으로 손실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SBS는 +140억원(2017)→+7억원(2018)→+60억원(2019)으로 영업이익을 보고 있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가장 큰 요인은 광고수입 하락이다. 지난해 MBC 광고수입은 2896억원으로 2018년 대비 352억원 감소했다. KBS의 경우도 지난해 광고수입은 2548억원으로 2018년 대비 780억원 감소했다. SBS는 같은 기간 4330억원에서 3883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위기는 2020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영 악화에 더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한파가 방송 광고시장을 계속 위축시키고 있다. 경직된 고숙련·고비용 인력이 노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할 마땅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각 방송사 사장들도 ‘비용 절감’ 카드만 만지고 있다.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 4월1일 “1~2월 광고 수입이 목표 대비 78%의 실적을 내서 84억원 미달됐다. 3월 광고는 목표 대비 65%로 80억원이 미달”이라며 “이 추세라면 당장 내년부터는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제는 자산매각 등 기존에 해 오던 방식으로도 당기손익에서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고 걱정했다. 2020년 KBS 경영 성적표로 당기손실 522억원, 영업손실 1269억원이 예상되고 있다. 획기적 대책이 없으면 내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매년 1200억원의 적자가 반복돼 누적 적자가 60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KBS는 185억7000만원의 비용을 긴축하기로 결정했다. 박성제 MBC 사장도 4월2일 “올해 1분기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93억원 줄었다. 3월까지 영업손실이 245억원에 달한다. 4월 광고 청약은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급락했다. 콘텐츠 판매 사업도 큰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현 위기 상황을 사내에 공지했다. MBC는 지난 1일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비 절감 1단계 조치를 시행했다. 임원·보직자 업무추진비와 직제 외 팀장의 업무추진비를 각각 30%, 50% 삭감했다. 취재활동비와 제작 진행비도 각 30%씩 삭감했다. 박정훈 SBS 사장도 4월8일 “1분기를 마친 현재 드라마 부문의 괄목할 만한 경쟁력 상승에도 TV 광고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0억원 감소했다. 더 심각한 것은 4월 광고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40% 이상 역성장해 12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라며 “광고 이외에도 협찬, 공연사업, 글로벌 공동제작, 해외촬영 등 수익 차질이 벌어지는 분야가 한둘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SBS 역시 국내외 연수 중단과 임원 이하 보직자 업무추진비 30%, 비보직자 50%, 진행비 30%, 취재비 30%, 회의비 50% 삭감 등 비용 절감을 통해 150억원의 지출을 줄인 상태다. 지상파 3사가 허리띠를 세게 졸라매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상황도 대동소이하다. JTBC 영업손실(적자) 수치가 롤러코스터다. 조금 넓게 2014년부터 보면, –861억원(2014)→-564억원(2015)→-534억원(2016)→+99억원(2017)→+129억원(2018)→-252억원(2019)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3년 동안 큰 폭의 영업적자를 보다가 2017년에야 흑자 전환했는데 지난해 다시 252억원 적자를 본 것이다. 채널A는 2014년부터 6년 동안 영업손실만 봤다. -138억원(2014)→-9억원(2015)→-17억원(2016)→-80억원(2017)→-78억원(2018)→-158억원(2019) 순이다. 종편에서 주목해야 할 매체는 TV조선이다. 2018년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는데 지난해 144억원의 영업이익을 봤다. 매출액도 같은 기간 1532억원에서 1882억원으로 300억원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이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는 등 가시적 성과가 적지 않았다. TV조선 관계자는 “《미스트롯》도 좋았지만 지난해 평균적으로 프로그램 시청률이 잘 나왔다. 상향 평준화하고 있다”며 “뉴스 시청률도 상승하며 자리 잡았다. 코로나 때문에 올해 다들 어렵지만 《미스터트롯》이 또 터지며 우리로선 물이 들어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9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남녀 5040명 가운데 ‘종이신문을 정기구독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4%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2017년 9.9%로 처음 두 자릿수가 무너졌다. 하락세가 뚜렷하다. 1998년 동일 조사에서 신문 구독률은 64.5%였다. 2019년 조사에서 19~29세(891명)가 ‘정기구독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1.1%로 앞으로도 신문 구독률은 바닥을 향할 것이다. 신문사들은 더 이상 ‘종이신문 팔이’로 연명할 수 없다.  

광고와 보험, 그 어디 사이

방송도 너나 할 것 없이 흔들리는 상황에 신문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가. 방송의 광고 단가는 비교적 시장 원리에 의해 책정된다. 시청률이나 화제성에 따라 광고수익이 출렁인다. TV조선 《미스트롯》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넷플릭스, 유튜브 등 물 건너온 경쟁사가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는 만큼 기존 광고시장 파이가 줄고 있다. 종편채널 출범으로 광고시장 생태계가 교란됐다고들 하지만 지상파 독과점 시장이 ‘경쟁 시장 물결’에 내홍을 앓게 되는 건 당연하다. 경쟁은 시청자 편익을 늘릴 수 있다. 반면에 신문 광고는 상대적으로 ‘보험’ 성격이 짙다. 광고주들이 특별한 광고 효과를 기대하고 신문 지면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광고는 기업과 언론의 ‘비즈니스 관계’를 확인하는 일종의 보험 상품으로 변질됐다. 이 경우 언론은 광고라는 보험에 가입한 기업 이익에 충실히 복무하되, 보험을 해지하거나 보험금을 적게 내는 기업을 상대로 보복을 가할 수 있다. 광고 단가나 규모가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기보다 언론 보복이 두려워 광고주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언론사에 광고를 집행한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4월13일 “코로나19에도 언론사들이 광고 협찬을 강압적으로 요청한다”며 한 중소기업 관계자가 언론사의 강압적 행태를 고발한 청와대 청원이 화제였다. 청원자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해도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하반기에 논의하자고 해도 금액부터 정하라고 한다. 언론사가 기업 예산을 관리하느냐”며 “지난해 광고 협찬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기업이 언론사와 또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다. 부정 기사 내보낼 것처럼 협박하는 언론사 광고팀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구독률이 6.4% 수준에 불과한데도 종이신문을 가득 채우는 대기업 광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2019년 언론사 경영 성적표 이면에 놓인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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