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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진영 간 대결 구도 심화…총선 관심도도 떨어져

총선이 코앞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국민의 투표권이 최대한 존중되고 국민 주권의 현장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의 꽃은 공천이다.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선거에 나설 후보자가 결정된다. 그렇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각 당의 공천이 쉽게 마무리된 적은 없다. 그래서 공천 시즌이 다가오면 가장 많이 들리는 용어가 ‘막장 공천’ ‘공천 학살’ 등이다. 공천이 아름답게 끝나지 못하는 이유는 공천이 주는 영향력 때문이다. 전국적인 선거에서 지지율이 높은 정당의 공천을 받는 것은 마치 여의도 국회로 직행하는 복권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 출신 인사가 대거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공정하지 못한 경선이라는 비판으로 얼룩졌다. 심지어 ‘조국 사태’ 국면에서 당에 쓴소리를 한 의원은 최종적으로 공천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른바 프레임 공천의 칼날을 피해 가지 못한 결과다. 미래통합당은 공천 막바지에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사퇴하는 상황까지 펼쳐졌다. 전략공천을 받은 인사가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사이에 공천이 취소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 정점에는 홍준표 전 대표가 있다. 공관위와 줄다리기를 하다가 급기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공천 잡음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무소속 출마’는 매번 선거마다 등장한다. 이번 선거판에도 어김없이 무소속 후보가 출마한다. 공천에 대한 불만이 원인이거나 아예 공천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한 이들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무소속 출마다. 그렇다면 21대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들의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무소속의 역사, 진영 대결 구도, 총선 관심도 등 3가지 요인을 통해 살펴보면 그 파괴력은 제한적이라는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민주당과 통합당이 정당 지지율 양분 

먼저 역대 국회의원 선거를 기준으로 확인해 보자. 무소속 후보는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받으려고 시도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대개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은 공천을 희망한다. 개인이 동원할 수 있는 조직력에는 한계가 있고 전국적인 선거의 구도와 바람을 주도하는 정당의 조직력은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역대 총선에서 무소속 당선자 수를 보면 다음과 같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1988년 총선에서 무소속 당선자는 9명이었다. 그 후 선거에서 무소속 당선자가 두 자릿수 이상 배출된 선거는 1992년, 1996년, 2008년, 2016년 4차례였다. 총 8번의 선거에서 4번이나 된다. 특히 이 중에서도 20명 이상으로 무소속 당선자가 많았다고 볼 수 있는 선거는 1992년과 2008년이었다. 1992년 선거는 3당 합당 이후 실시된 총선이었다. 3당 합당은 서로 다른 3개 정당의 결합이었고 1988년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주도했던 선거에서 당선됐던 국회의원이 대거 공천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민주화 과정에서 각자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던 후보들이었기에 대거 무소속 출마를 단행하는 배경이 됐다. 왜냐하면 개인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것이 군소 정당을 간판으로 내거는 것보다 오히려 더 나은 후보들이었기 때문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무려 25명이나 당선됐다(그림①). 이때가 바로 한나라당의 공천 파동이 벌어지면서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한 선거였다.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는 박근혜 당시 의원의 발언은 지금까지도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박근혜라는 인물의 영향력을 믿고 무소속을 선택한 배경이 됐다. 그런데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했던 두 번의 선거 결과를 분석하면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공천 파장이 심각했고 정당의 영향력은 비교적 미미했다. 게다가 지역구에서 다자 대결구도가 만들어진다면 승산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다르다. 공천 잡음이 있기는 하지만 당이 주도권을 상실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이번 총선은 민주당과 통합당의 양당 구도가 뚜렷하다. 두 번째로 무소속 후보의 한계는 진영 간 대결 구도 때문이다. 21대 총선은 철저하게 진보와 보수 또는 좌우 대결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를 보면 긍정과 부정이 거의 협착 상태일 정도로 틈새 없이 국론을 양분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긴장 상태는 최소한 총선까지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지지층들이 더욱 결집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3월9~11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선거에서 정당 투표를 어느 정당에 할지’ 물어보았다. 민주당 36.4%(비례 위성정당은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 28.9%, 민생당 2%, 정의당 7.8%, 국민의당 6.1%로 나타났다. 더불어시민당 참여 가능성이 있는 민생당을 제외하더라도 두 거대 정당의 합이 80%에 육박한다(그림②). 지역구 숫자까지 합한다면 거의 대부분이다. 마른 걸레를 쥐어짜듯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는 국면에서 무소속 후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깜깜이 선거’도 변수

마지막으로 무소속 출마 파괴력이 제한적인 이유는 ‘총선 관심도’ 때문이다. 선거는 구도, 이슈, 후보로 구성된다. 구도는 철저하게 진영 간 대결구도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민주당과 통합당 중심으로 지지층이 더 집결하고 있다. 후보는 코로나19 국면 때문에 누가 출마했는지 잘 알기도 어렵고, 사실상 선거운동은 깜깜이다. 남은 것은 각 당의 총선 공약, 즉 이슈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코로나19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지 이미 오래다.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의 의뢰를 받아 3월1~2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주요 이슈에 대한 총선 관심도를 물어보았다. 코로나19에 대해 10명 중 9명 이상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③). 절대적인 관심이다. 그다음은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 이슈였다. 선거의 중심에 있어야 할 각 당의 공천이나 보수 통합 이슈는 상대적으로 관심권 밖으로 멀어졌다. 공천에서 무엇이 문제였고 무소속 출마 배경이 뭔지를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무소속 후보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제한적이다. 공천 파장은 우리 정치의 일상이 되고 있다. 선거 시즌만 되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공천 참사가 유권자들의 실망으로 이어진다.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 않는 무소속 후보의 존재 가치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선거의 속성에 따라 판세는 지배받아 왔다. 과거 선거 역사를 보거나 진영 간 대결 구도, 총선에 대한 관심도를 감안할 때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가 설 곳은 별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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