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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 광진을 르포] 오세훈 통합당 후보
“난제 쌓인 지역구, ‘청와대 인맥’ 아닌 ‘행정 노하우’ 필요”
여론조사 열세지만, 당 지지율보다 높은 인물 지지율로 반전 기대

[편집자 주] 서울 광진을은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서울시장 출신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가 맞붙으면서 4·15 총선 최대 격전지이자 관심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인지도 높은 정치 신인과 보수진영 거물 간 혈투에 더욱 뜨거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두 후보의 지역 유세 현장을 밀착 동행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4·15 총선 서울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은 단연 ‘광진을’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각각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후보로 냈다. ‘대통령의 입’과 ‘보수 대권 잠룡’ 간의 대결이 펼쳐지면서, 광진을은 여야의 핵심 지역구로 부상했다. 다만 당장의 판세는 고 전 대변인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진을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선을 한 지역구로 ‘서울의 호남’이라 불릴 만큼 진보세가 강하기 때문이다. ‘정치 9단’인 오 전 시장이라지만, 왼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반전을 노리는 게 분명 쉬운 도전은 아니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당내)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던 곳이 광진을”이라면서도 “여당의 직무유기에 대한 불만도 그만큼 많이 쌓여 있다”며 역전 포인트를 짚었다. 그는 “추미애 장관도 못 푼 지역 현안을 (정치를 처음 하는) 고 전 대변인이 ‘대통령과의 인맥’ 하나로 풀 수는 없다”며 “광진을에는 ‘감성 정치인’이 아닌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일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사저널은 3월17일 오 전 시장의 선거운동에 동행하며 그의 계획과 지역 민심을 같이 살폈다.
ⓒ시사저널 고성준
ⓒ시사저널 고성준

“당에 의존하는 고민정, 지역 일꾼 아니야”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 흰색 마스크를 쓴 퇴근 인파 사이, 분홍 점퍼에 자홍색 신발을 신은 오 전 시장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퇴근 인사를 건넸다. 유세를 시작한 지 3분도 안 돼, 한 중년 남성이 오 전 시장에게 ‘주먹 인사’를 했다. 잠시 뒤엔 오 전 시장 앞에 정차한 택시 뒷자리 창문이 열리더니 한 중년 여성이 “파이팅”을 외쳤다. 오 전 시장 선거캠프 관계자는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매일 아침 7시 반, 오후 6시 반에 나와 2시간씩 출퇴근 인사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통상 선거를 앞둔 후보들은 매일 슬로건을 바꿔가며 피켓을 든다. 이 슬로건에 후보의 관심사와 주요 정책이 담긴다. 이날 거리로 나선 오 전 시장은 ‘코로나19 함께 극복합시다’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오 전 시장은 코로나19 정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 덮인 게 당 차원에선 아쉬운 점”이라고 짚었다. “집권 3년 차면 경제·외교·안보의 정책들에 대한 다각도 평가가 이뤄질 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정책 결과가 어떤가? 지난 보수 정권보다 경제가 어려워졌다. 소득도 줄고 실직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웠던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는 실현됐나? 조국 사태를 보라. 코로나19 정국은 선거에 음양(陰陽)의 상반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바라건대 문재인 정부의 실책에 대한 평가만큼은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 오 전 시장의 맞은편 건물에는 ‘라이벌’ 고민정 전 대변인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이제, 광진이 뜬다’는 슬로건과 함께 ‘광진 사람’이라는 파란 글씨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오 전 시장은 정치 후배인 고 전 대변인을 두고 “잘 해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전했다. 그러나 ‘진짜 광진 사람은 오세훈’이라고 단언했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4월 광진구 자양동으로 이사했고 지난해 초부터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성수동에서 태어나 뚝섬유원지를 뛰어놀며 자랐다. 이곳 주민들과도 정이 들어 그런지 참 (광진구가) 사랑스러워 보인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내 표정을 바꿔 “그래서 고 전 대변인의 출마 과정은 아쉽다”고 말을 이었다. “난 (2016년 종로 선거 이후) 줄곧 광진을을 위해 출마할 것이라 밝혀왔다. 그런데 고 전 대변인이 이번 총선 지역구를 정했던 과정을 보라. (광진을 출마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당 선택에 따라서 온 것이다. 민주당이 ‘오세훈을 꺾어라’란 목적으로 (고 전 대변인을) 보낸 것이다. 지역구에 봉사하기 위한 게 (출마의) 이유가 돼야 하는데, 고 전 후보는 정치의 본질과 반하는 선택을 했다. 지역에 대한 결례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와놓고 갑자기 ‘일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
3월17일 오후 자양사거리 앞 퇴근길 인사, 구의역 인근 한 상점에서 시민에게 명함을 건네고 있다.
3월17일 오후 자양사거리 앞 퇴근길 인사, 구의역 인근 한 상점에서 시민에게 명함을 건네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젊은 유권자들에게 더 다가갈 것”

오 전 시장은 퇴근 인사를 마친 뒤 구의로 먹자거리인 ‘미가로’로 향했다. 점포를 돌며 손님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점주들의 민원을 듣기 위해서다. 매일 상가를 도느라, 오 전 시장은 5kg 가까이 몸무게가 빠졌다고 했다. 그는 “만나는 사장님들마다 ‘못 살겠다’고 한다. 그만큼 경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가로는 한산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지만, 여기에 ‘지역 현안’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오 전 시장의 주장이다. 광진구에 터 잡고 있던 서울동부지방법원이 2017년 11월 송파구로 이전하면서 구의역 주변 상권이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은 “(부지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상권이 완전히 주저앉았다. 5선을 한 추미애 장관, 그리고 민주당이 예방행정을 못한 것으로 이는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은 지역 민원을 나열하며 “숙제가 참 많은 동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오 전 시장은 “자꾸 (고 전 대변인이) ‘대통령과도 가깝고, 총리랑도 가깝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인맥으론 현안을 풀 수 없다. 그랬으면 (여당 중진 의원인) 추미애 장관은 왜 숙제를 풀지 못했겠나? 행정은 의지가 아닌 실제 일을 처리해 본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열정만 있고 경험이 없으면 잘못된 방향으로 (정책이) 갈 불확실성만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숫자’는 분명 고 전 대변인에게 다소 유리한 상황이다. 지난 3월16일 MBC가 발표한 서울 광진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고 전 대변인은 41.7%, 오 전 시장은 39.8%로 오차범위(±4.4%포인트)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오 전 시장은 “(여론조사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광진을은) 10% 이상 여당 지지세가 센 곳인데, (박빙으로) 나온 것을 보면 통합당 지지율보다 내 개인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온 셈이다. 반면에 고 전 대변인은 딱 민주당 지지율 정도만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 전 시장은 마지막 반전을 위해 보수의 ‘약점’으로 꼽히는 2030세대 유권자와의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는 “민주당에서 지지도가 떨어져 나와도 보수는 그것(지지)을 흡수할 그릇이 못 되었다. 투쟁만 외친 결과”라며 “소통을 강화할 것이다. 일주일에 3번씩, 밤 9시30분마다 유투브 생방송을 진행하며 젊은 유권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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