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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천지 실태 총력 취재…조선족 활용해 교세 확대
사회문제로 비화하며 중국 대대적인 단속 들어가

집단감염의 비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은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발병한 지 보름 만에 언론 앞에 직접 나서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사죄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서울시 등 지자체는 법인 취소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수사 필요성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도 자국 내 신천지의 포교활동을 집중해 들여다볼 태세다. 우리 보건 당국은 아직까지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왜 코로나19가 집단적으로 발병했는지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중 양국 보건 당국이 이번 사태의 감염 동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다각도로 분석해 봤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3월2일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3월2일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신천지에 중국은 최대 포교 지역이다. 시사저널 취재진이 신천지 관련자 및 국내와 중국의 사이비종교 전문가들을 다각도로 접촉한 내용을 종합하면, 신천지는 지난해 1월 기준 베이징(武汉)·다롄(大連)·선양(瀋陽)·칭다오(靑島)·톈진(保定)·네이멍구(內蒙古族)·우한(武漢) 등 중국 내 7곳에서 601개 복음방과 51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천지에 중국은 해외 교세를 키우기 위한 교두보다. 이만희 총회장은 2012년부터 ‘동쪽에서 이룬 것을 서쪽에 가서 전한다’는 뜻의 동성서행(東成西行) 전략을 폈는데, 이는 다분히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전직 신천지 관계자는 “통일교가 일본에서 교세를 넓혀 오늘날의 성공을 이룬 것을 보며, 이만희 총회장은 중국을 신천지 세계 부흥의 핵심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총회장은 2012~14년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포교활동 역시 국내 12개 지파의 책임하에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지파 간 경쟁도 치열하다. 이 과정에서 담당 지파가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칭다오·다롄 등 중국 동부 지역은 2015년 부산·울산·경남 안드레지파에서 부산 야고보지파로 관리권이 넘어갔다. 상하이(沪)는 2017년 이후 과천본부 요한지파가 담당하고 있다. 이들 12개 지파가 주 타깃으로 삼는 대상은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이다. 한국어(조선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이들이 일차적인 포교 대상이며, 이렇게 포섭된 조선족에서 한족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중국 타깃 ‘동성서행’ 전략 펴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지파와 야고보지파가 중국으로 건너와 베이징·상하이 등지를 돌며 선교활동을 벌인 시기는 2010년 초로 추정된다. 당시 중국 정부는 신천지 측이 세계 평화를 사회활동의 명분으로 내세워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중국 내 신천지 위장단체인 사회복지협회(Social Welfare Society) 역시 이웃에 대한 도움과 사랑, 평화를 적극 홍보하면서 포교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선족을 상대로 포교활동에 적극 나서다 보니 동북 3성인 지린(辽源市)·랴오닝(遼寧)·헤이룽장(黑龍江)이 주요 거점이다. 이제는 그 여세를 몰아 산둥(山東)성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 중국 내에서 신천지 신도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톈진시도 산둥성과 인접해 있다. 산둥성과 상하이시 중간에 있는 장쑤(江蘇)성의 경우 최근 한국계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중심으로 조선족 고용이 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천지 교세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접근 방식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섭외→말씀방(옛 복음방)→신학원(시온기독교신학원 약 6~8개월) 수료’ 순으로 진행된다. 대상이 정해지면 잘 훈련된 신도(일명 강사)를 보내 신도로 끌어들인다. 중국 당국은 신천지가 중국 내에서 문화센터·아동복지센터·추수밭 교회(일반 교회로 위장한 신천지 교회)·봉사단 등 형태로 운영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신천지의 포교활동이 중국 사회에서 커다란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례는 중국 ‘반사이비정보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속속 공개되고 있다. 다롄에 살며 조선족 아내를 둔 41세 왕쥔은 “아내가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집까지 팔아서 빚더미에 앉아 있다. 아내는 5만 위안(약 854만원)을 신천지에 바쳤고, 집까지 몰래 팔아 지금 돈줄이 끊긴 상태다. (신천지에 빠진) 아내는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2월25일 경기도가 ‘신천지 명단 확보’를 위해 과천시 별안 신천지 교회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2월25일 경기도가 ‘신천지 명단 확보’를 위해 과천시 별안 신천지 교회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중국 내 가산 탕진·가정 파괴 등 사회문제로 비화해

잇따른 피해 사례가 접수되자 중국 정부는 신천지를 사이비 종교로 판단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 상태다. 랴오닝성 번시(本溪) 시정부는 2018년 6월25일 공고문을 통해 “신천지는 등록되지 않은 사회단체로 허가도 받지 않고 활동하는 불법단체다. 사회단체 등록 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신천지 교회를 금지하기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 시정부와 베이징시 종교사무국도 최근 신천지 포교 금지를 발표했다. 다른 성들도 자체적으로 일제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중국 정부는 현재 조선족 출신 공무원을 중심으로 신천지의 지역 내 활동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는 별도로 공안국 내 사이비진흥수사대를 중심으로 신천지 핵심 관계자를 비밀리에 조사하는 것도 병행하고 있다. 또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신천지 핵심 관계자들 명단 파악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들 기관을 통해 넘겨받은 명단과 출입국 관리 명단을 대조하는 방식이다. 조선족과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칭다오시 청양(城陽)구에서도 신천지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지 매체인 ‘산둥신문’은 칭다오 청양에서 신천지 신도들이 올 1월까지 예배와 전도활동을 벌여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족 언론인인 김철호 산둥신문 국장은 “현재 칭다오에서 활동하는 핵심 교인은 60여 명이며 전체 교인은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성천 북경동양문화 대표도 “헤이룽장성·지린성 등에 있는 조선족 마을에서 최근까지도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신천지 조직이 적극적인 포교활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조선족 문화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송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 조선족 언론인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 지역 신천지 조직은 위챗(중국인들 많이 사용하는 SNS)을 활용해 포교활동을 벌인다. 사랑·평화·봉사 등을 내세워 동아리를 만들어 신입생을 모집하며,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면 소규모 그룹 방식으로 교육에 들어간다. 신천지의 중국 내 교세가 조선족을 넘어 한족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는 신천지 교인 열 명 중 한 명이 한족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선족을 활용하는 것 외에 신천지 현지 센터가 펴는 포교 전략은 한류문화다. 중국 당국은 야외 사진 동호회, 한국어 배우기, 무료 성경 공부, 친구 만들기 등 각종 모임을 통해 한족 젊은이들을 신천지 교회로 끌어들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가입된 한족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복음방과 신학 세미나 같은 훈련이 진행된다. 국내 기독교 단체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신천지의 연결고리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신천지 신도들을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발병 루트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신천지 측은 3월2일 경기도 가평군 고성리에 위치한 일명 ‘평화의 궁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 당국의 요구에 적극 협조했다”고 밝혔다. 정부 조사로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을 찾은 신천지 신도 1명이 1월8일 국내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는 3월2일 브리핑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줬다.
2월20일 대구시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대구 남구청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2월20일 대구시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대구 남구청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천지 우한 책임자, 대남병원-신천지 대구교회’ 연결고리

아직까지 이 사람을 슈퍼전파자로 보기는 힘들다. 신천지 우한 책임자로 알려진 중국인 최아무개씨는 대구교회에 간 기록이 없다. 3월2일 브리핑에서 방역 당국이 조심스럽게 “연결고리를 더 찾기 위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최씨는 1월8일 입국해 1월22일 출국했다. 국내에 머무른 기간은 2주일가량 된다. 최씨는 1월12일 경기도 과천 본당에서 열린 정기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은 이번 대구·경북(TK) 코로나19 사태의 슈퍼전파자이자 신천지 신도 중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은 31번 감염자가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됐다고 보기 때문에 최씨와 31번 확진자를 단순 연결 짓기에는 아직은 무리라는 지적이 따른다. 다만 정기총회에서 바이러스가 최씨로부터 신천지 신도들에게 옮겨갔고 이것이 이만희 총회장의 형 장례식장인 청도 대남병원과 대구교회에 참석한 신도들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다. 해당 장례식은 1월31일부터 2월2일까지 열렸으며 여기에 신천지 신도 52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31번 확진자를 비롯해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중 확진자가 나온 것은 2월7~10일이다. 만약 우한 지역 책임자 최씨가 최초 감염자라면 최씨-정기총회-경북 청도 대남병원-신천지 대구교회가 1주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연결될 순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재로선 가정을 전제로 한 추론이다. 정확한 것은 신천지 측이 제출한 명단을 방역 당국이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방대본은 신천지 신도 24만여 명 중 절반은 전체 주민등록번호가 확보되지 않아 동명이인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로 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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