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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및 사옥 폐쇄에 해외출장 취소까지…최악의 경우 0%대 경제성장률 전망도
대구ㆍ경북 지역 기업들 비상 상황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구미사업소와 현대제철 포항공장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구미 소재 도레이첨단소재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와 동거 중인 남자친구가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진 데다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꼽혔던 울산에서도 최근 확진자가 나오면서 주변 공장이나 사업장엔 비상이 걸렸다. 산발적 확진자 혹은 확진자와 밀접한 관계의 직원이 발생할 경우 한시적 ‘셧다운’에 돌입해야 하는데, 이 경우 발생하는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주요 공장들은 주로 공단에서 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이들이 근무하는 제조업 특성상, 한 공장에서 감염자가 나올 경우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구미 지역에 생산라인을 보유한 모 업체 관계자는 “기업의 생산거점은 해당 지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코로나19에 상당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내부 방역활동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직원 개개인을 24시간 통제할 수는 없다. 그저 우리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를 빌 수밖에 없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전국 각지에 위치한 본사 및 사업장을 대상으로 방역활동에 나섰다. 삼성SDI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2월22일, 주말이었음에도 전 직원들에게 비상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출근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회사 측은 메시지를 통해 “마스크는 사내 출입·이동·회의·교육 때 필히 착용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통근버스 탑승마저 제한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삼성SDI는 해당 규제를 적용한 첫날을 계도기간으로 정하고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마스크를 제공한 후, 이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LG그룹은 복수의 인력이 밀집하는 행사들을 취소하고 출장 대신 회상회의로 대체했다. 특히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으로의 이동은 엄격히 제한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자체 제작한 자가진단 모바일 앱(APP)을 임직원에게 배포해 발열이나 기침 등 건강 이상이나 확진자 및 의심자 접촉 여부 등을 1일 1회 필수 입력하도록 조치했다. 2월26일 직원 중 한 명이 코로나19 양성자로 판명된 SK텔레콤의 경우 을지로 사옥 전체를 폐쇄하고 방역에 들어갔다. 아울러 SK그룹은 지주사인 SK를 비롯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 E&S, SK네트웍스, SK실트론 등 6개 회사를 대상으로 최소한의 필수인력을 제외한 직원 대부분에게 1~2주간의 재택근무를 확대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밖에도 25일에는 서울 용산의 LS용산타워 근무자 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사옥이 폐쇄됐고, 24일에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하나투어도 코로나19 감염 의심 직원이 발생해 본사 건물을 이틀간 폐쇄하고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이처럼 국내 상황도 심각한데 기업들은 해외 입국금지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홍콩과 이스라엘, 요르단, 바레인 등은 한국인 입국을 아예 금지시켰고 마카오, 영국, 중국 등 일부 국가는 한국인을 자가격리시키거나 강력한 검역 조치를 거치도록 했다.한국 기업 이미지 하락이 가장 큰 걱정
세계적으로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가 늘어나는 까닭은 지난 주말을 거치며 한국의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2월22일 확진자 수가 전날 대비 2배로 급증했고 이후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 2월26일 기준으로 국내 확진자는 1261명. 세계적으로 볼 때 중국, 일본과 함께 가장 많은 확진자 수를 기록 중이다. 입국제한 조치로 인한 한국인들의 불편도 커진 상황이다.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떠난 신혼부부들이 입국을 거부당하고 현지에서 격리 조치됐다. 부부로서 새 출발을 하는 시점에 격리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하나 이는 시작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인들의 입국길이 막힐 수 있다는 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국의 입국제한 조치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기업인들이 출장을 못 가게 되는 상황”이라며 “이메일 등 온라인을 통한 접촉과 직접 방문을 통한 ‘컨택’은 뉘앙스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걱정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4대 그룹 임원은 “온라인으로 소식을 전해 들을 수도 있지만, 직접 방문해 현지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거래처를 관리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지 난감하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몇몇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출장을 줄이거나 자제토록 하고 있는데, 향후 기업의 의지와 상관없이 출장을 가지 못할 상황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해외 거래처들이 한국을 찾는 발길을 끊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임원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출장길이 끊기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태로 한국과 기업에 대한 이미지 하락을 대가로 치러야 할 수도 있다. 한 대기업 인사는 “국가와 기업의 이미지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 노력이 들어간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출장길이 막히는 것보다 이미지 훼손으로 향후 입을 타격이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인들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는 아직까지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나타나지만, 향후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우리 기업들의 주 거래 국가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수준인 ‘경고’로 격상한 상태다. 심지어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진앙지인 중국에서도 한국인 입국자 통제에 나선 실정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나 경제연구소들을 중심으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2월20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6%로 낮췄다. 비슷한 시기 무디스와 ING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에서 각각 1.9%와 1.7%, 1.8%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의 성장률이 2%대에 못 미쳤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과 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5.5%),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7%) 등 3번뿐이다.“中 성장률 1% 떨어질 때 韓 0.22% 하락”
최악의 경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관세청이나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로 반등 기미를 보이던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2월 9.3%나 하락했다. 특히 중국 수출 증가율은 1월과 2월 각각 10.7%와 3.7%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의 주요 생산라인과 유통망이 사실상 가동을 멈추면서 한국의 중간재 및 소비재 수출이 타격을 입은 것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3월에는 한국의 수출 물량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성장률 전망치 조정이나 대책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할 때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22%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예산정책처는 감염증 확산이 중국에 국한될 경우, 정책 대응으로 정부 수요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경우, 중국 경제 충격으로 국내 수요 위축이 동반될 경우 등 3가지 시나리오로 코로나19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하락폭을 최소 0.09%에서 최대 0.22%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대비 역시 필요하다고 예산정책처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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