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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기국에서 출발, 우리공화당까지…보수진영 정계개편에도 영향력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장을 ‘태극기부대’가 가득 메운 장면은 꽤나 상징적이었다. 더 이상 태극기부대가 ‘아스팔트 시민단체’에만 머물지 않는, 한국 정치의 장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당시 한국당 측은 애써 태극기부대의 영향력에 대해 평가절하했지만, 실제 상당한 인원이 한국당 당원으로 가입한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보수진영의 정계개편을 말할 때 태극기부대로 상징되는 보수 시민단체도 배제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공화당, 천만본부, 국본, 일파만파 등 태극기부대가 서울시청에서 광복절 기념 집회를 열었다. ⓒ시사저널 고성준
우리공화당, 천만본부, 국본, 일파만파 등 태극기부대가 서울시청에서 광복절 기념 집회를 열었다. ⓒ시사저널 고성준

천만본부·국본·일파만파 등으로 분파

태극기부대는 자신들을 ‘정통 보수우파’라고 밝히고 있다. 태극기부대가 말하는 정통 보수우파의 자격요건은 ‘반(反)김정은’과 ‘반문재인’이다. 종북 척결과 좌파정권 심판은 보수우파가 당연히 주장하는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실제로 태극기부대 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친박, 더 나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했는지 여부다. 결국 태극기부대의 뿌리가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이기 때문이다. 골수 친박을 자처하는 우리공화당은 태극기부대의 정치 세력화를 위한 맞춤 정당이다. 태극기부대는 우리공화당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원내 진입’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본격적인 정치 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광복절 74주기를 맞은 8월15일, 태극기부대는 다시 한번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집결했다. 우리공화당은 오후 1시 서울역 앞에서 광복절 74주년·건국절 71주년 기념집회를 열었다. 오후 2시30분에는 서울시청 앞으로 자리를 옮겨 천만인무죄석방본부(천만본부),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일파만파)과 함께 연합집회를 가졌다. 민중홍 국본 사무총장은 “3만 명 이상의 애국 시민들이 집결했다”고 밝혔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태극기 집회는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오후 5시30분에는 동아일보사 앞, 8시에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태극기가 나부꼈다. 이날 오전 10시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소 앞에서 열린 육영수 여사 서거 45주기 국민추모제에 참석하고 온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죄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권력 찬탈한 좌파독재정권을 국민총투쟁을 통해 국민의 힘으로 단죄해야 한다”면서 “무능하고 비겁하고 용기 없는 자유한국당 역시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12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되자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를 중심으로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등 우파단체들이 모여 탄기국을 만들었다. 사실상 태극기부대의 시작이었다. 탄기국은 처음에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이른바 ‘촛불집회’에 대항하기 위해 급조된 성격이 컸다. 그러나 집회 참석자가 늘어나고 수십억원의 기부금이 모이면서 멈출 수가 없게 됐다. 이들은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로 이름을 바꿔 태극기 집회를 이어갔다. 다음 스텝은 정치 세력화, 즉 정당 창당이었다. 2017년 4월, 국민저항본부는 새누리당을 창당했고 조원진 당시 한국당 의원이 전격 합류했다. 5월9일 열린 조기 대선에서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는 대선후보를 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급하게 달려온 만큼 부작용이 없을 수 없었다. 새누리당 내에서 주도권 싸움이 벌어졌고, 불분명한 자금 운용은 당의 기반마저 흔들어 놓았다. 대선 직전인 5월7일, 새누리당 창당 준비위원 및 평당원들이 조 의원의 대선후보 선출 과정과 기부금의 사용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지도부의 비리를 고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많은 애국자들이 그들(새누리당 지도부)의 요설에 현혹된 채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면서 “수개월간 집회현장과 후원계좌로 모금한 돈에 대한 회계내역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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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태극기부대 표심 무시 못 해”

시사저널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탄기국의 수입·지출 내역을 입수해 40억원대 기부금 불법 유용과 사기·배임 의혹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2017년 4월18일자 ‘[단독] 태극기집회 40억원대 기부금 불법 유용…새누리당 창당 자금으로도 사용’ 기사 참조). 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기부금 중 6억6000여만원이 새누리당 창당 자금과 조 의원 대선 기탁금(3억원)에 불법 유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이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기소를 하지 않은 상태다. 이후 태극기부대는 조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제명되고 난 후 만든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과 천만본부, 국본, 일파만파, 박근혜대통령구명총연합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분산됐다. 이 단체들은 서울역, 대한문, 광화문 동화면세점, 광화문 교보빌딩, 종로 보신각 앞 등에서 매주 토요일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 태극기부대의 성격은 ‘사기대선진상규명본부(이하 사대본)’로 집약할 수 있다. 사대본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승을 부렸다. 이들은 “19대 대선은 사기, 문재인 대통령은 가짜”이기 때문에 "정치적 희생양인 박 전 대통령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태극기부대는 ‘기-승-전-박근혜’로 마무리되고 있는 것이다. 태극기부대는 ‘신의 한수’ 등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아스팔트 보수라는 한계를 깨고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집회 현장이라는 공간적 제약을 넘어 전국에 있는 보수우파 세력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태극기부대와 성향을 같이하는 유튜브 방송들은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하며 기성 언론 못지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런 영향력을 바탕으로 태극기부대는 정당정치에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올해 2월 열린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태극기부대에서 한국당 당원 가입 운동이 벌어졌다. “태극기 집회 세력이 떼거리로 한국당 책임당원이 돼, 우익의 정체성이 확실한 당 대표를 뽑자”는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시 태극기부대에서 8000여 명이 당원으로 들어왔다. 태극기부대의 저력을 느끼게 해 준 장면이었다”면서 “내년 총선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적용될 수 있다. 태극기부대의 주 연령층은 50대 이상이다. 이들의 투표율은 굉장히 높다. 태극기부대의 표심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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