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년, 《눈이 부시게》로 눈부시게 성장한 남주혁
종방 소감부터 말해 달라.
“가족, 그리고 인생에 대해 돌이켜보게 됐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와 닿았어요. 뭐랄까, ‘라디오 같았던 드라마’였어요. 시청률을 생각하지 않고 따뜻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런 얘기를 들어서 좋았어요. 그 속의 한 명으로 포함돼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유독 우는 장면이 많았다.
“감정을 추스르는 게 쉽지 않았어요. 준하를 연기하면서 준하가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감독님이 무너지지 말라고 했던 장면에서도 펑펑 울게 되더라고요. ‘샤넬 할머니’ 장례식장, 구치소에서의 장면도 그렇고, 세트장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많은 감정들이 북받쳐 올랐어요.”
1인 3역을 소화했다. 눈동자가 왜 그렇게 슬퍼 보이나.
“주변 분들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시기도 했죠(웃음). 여러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특별한 계기나 일은 없었어요. 작품마다 폐 끼치고 싶은 마음이 없기에 매 순간 행동하고 노력하고 실천하는 편이에요. 그 순간들이 쌓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칭찬해 주지 않나 싶어요. 사실 연기에 대한 칭찬을 들으면 감사하긴 한데 아직은 창피해요. 디테일하게 잡아주신 감독님과 좋은 선배 배우분들이 있었기에 좋은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었어요. 저도 그분들 옆에서 더 고민하고 노력하게 되거든요.”
스스로는 이준하라는 역할에 대해 어떻게 해석했나.
“이 친구가 딱 하나는 놓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들이 보기에 죽지 못해 살고 있을지라도 사실은 ‘행복해지고 싶다’고 발악하고 있었거든요. 포기한 듯 보이지만 포기하지 않은 친구죠. 그래서 버티면서 살아가죠. 그에게 행복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준하와 남주혁이 겹쳐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저와 준하가 같은 나이예요. 모든 걸 다 떠나서 20대라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요. 준하를 연기하면서 준하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이 준하를 힘들게 하지만 행복을 포기하지 않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꿈도 있고 고민도 많고 행복해지고 싶죠. 같은 또래로서 이준하에게 다가가려고 했어요.”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이 그야말로 초특급이었다.
“제게 있을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어요. 김혜자 선생님과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죠. 현장에 있는 그 자체로 많은 걸 보고 느꼈어요. 선생님의 연기를 보며 열심히 따라갔던 것 같아요.”
분량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한지민과도 뛰어난 케미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촬영이 없을 때도 현장에 와주셔서 감독님과 이야기도 하고 스태프들을 살뜰히 챙기는 선배님이세요. 붙는 장면이 많지 않았는데 불편하지 않게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셨고요. 선배님을 보면서 배우를 뛰어넘어 ‘저런 사람이 돼야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함께 다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시청자분들도 원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최종회에 나왔던 김혜자 선생님의 내레이션이 와 닿았어요.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되는 과거와 불안한 미래 때문에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나날들이 떠올려졌어요. 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확실해졌어요.”
인생작이라는 평가다.
“운이 좋았죠. 기회라는 게 항상 찾아오는 게 아니잖아요. 다행스럽게도 연기가 좋아졌다는 말씀들을 해 주셔서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중심을 잡고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함이 생겼어요. 내 인생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생겼고요. 그간 묵묵히 길을 걸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슬럼프가 있었나.
“사실 저는 ‘달라졌다’라는 말이 무서워요. 나는 변함없이 처음과 똑같은데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일까 가끔 두렵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더 노력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슬럼프요? 촬영장에 있는 매 순간이 슬럼프였어요. 슬럼프라는 게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는 순간을 말하는데, 《눈이 부시게》를 촬영하면서 매 순간 그랬어요.”
차기작이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이다. 그러고 보면 공백기가 거의 없다.
“열심히 살고 싶고, 더 솔직히 말하면 쉬는 게 두렵기도 해요. 꾸준히 연기하며 성장해 나가고 싶어요. 몸이 힘든 시간도 있지만 그것은 잠시예요. 그리고 한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에 들어가기 전 짧은 휴가가 있잖아요. 그걸로 전 만족이 돼요. 힘을 낼 수 있게끔 도와주는 분들도 갈수록 많이 생기고, 그분들 덕분에 더 부지런히 살아가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어떤 목표가 있나.
“연기를 열심히, 그리고 잘하고 싶어요. 데뷔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대중들이 제 연기에 공감하는 게 꿈이죠. 돌아보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싶어요. 차곡차곡 잘 쌓아서 뒤를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간을 의미 있게 쓰고 싶어요.”
인간 남주혁으로서도 깨달음이 있는 작품이었을 것 같다.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죠. 아직 (가족에게) 잘 해 드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게,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다가왔어요. 드라마를 보신 모든 분들이 삶이 힘들어도 행복하고 소중했던 순간만큼은 끝까지 간직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