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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의 생활건강]
문신·반영구 화장·피어싱 등, 세균 감염으로 심장 내막에 염증 일으킬 수도

A씨는 평소 건장한 체격에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의 소유자로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몸살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심장 초음파검사를 마친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감염성 심내막염이다. 심장 안쪽에 균 덩어리가 달려서 심장이 뛸 때마다 달랑거린다. 만약 지금이라도 균 덩어리가 떨어져 나간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으니 당장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결국 A씨는 그 길로 응급수술에 들어가 심장을 열고 ‘인공판막 대치술’을 받았다. 감염성 심내막염은 세균이 심장의 내막(內膜)에 덩어리를 형성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심내막염은 대부분 심장 판막에도 염증을 일으킨다. 치료하지 않으면 100%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치료 시기를 조금만 놓쳐도 심장 판막 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과 장애를 남긴다. 건강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심장 수술을 받고 누워 있는 것도 기가 찬 일인데, 병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듣고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A씨의 심장에 문제가 생긴 원인은 바로 몇 달 전 무심코 했던 문신 때문이었다. 문신을 할 때 위생적이지 않은 기구에서 병균이 혈관으로 침투한 것이다. 이 병균이 혈액을 타고 심장으로 가서 심장 내막에 염증을 일으키고 심장 판막을 망가트린 것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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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후 감기몸살 증상이면 심내막염 의심

최근 심내막염으로 수술 받는 사람 중에 20대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 문신, 반영구 화장, 피어싱 등 피부에 하는 시술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하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무시할 일은 아니다. 더 무서운 것은 감염성 심내막염은 특징적인 증상이 없어 진단이 늦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A씨도 처음에는 으슬으슬 춥고, 쉽게 피곤한 정도여서 몸살로 여겼다. 그다음에는 손가락과 발가락 마디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통증이 느껴져서 통풍이나 류머티스가 아닐까 하고 그것에 대한 검사를 해 보던 차였다. 한편으로 진통소염제를 먹으면 증상이 좋아지니 별것 아니겠지 하고 지내다가 병이 진행되었다.  심내막염은 건강검진으로는 진단이 어렵고, 심장 초음파검사를 해서 세균 염증으로 인해 판막이 훼손되어 너덜거리는 특징적인 병변을 확인해야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몸살 증상 정도만으로 심장 초음파검사까지 고려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A씨뿐만 아니라 같은 병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젊은 환자도 대부분 모호한 증상 때문에 진단이 늦어져 큰 병원에 와서 심장 문제로 진단을 받았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요즘 주위에 문신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반영구 화장이나 피어싱 등을 많이 하고 다니는데, 이런 일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가능한 한 피부에 하는 위생적이지 않은 침습적인 시술은 피하는 것이 좋고, 만약 문신을 한 후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이유 없이 열이 나고, 땀이 나고, 오한, 식욕감퇴, 두통 등 감기몸살 증상이 지속된다면 한 번쯤은 감염성 심내막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심내막염의 고위험군(기존의 심장질환이 있거나, 인공판막을 한 사람, 마약·약물 중독으로 비위생적으로 주사를 많이 맞는 사람)은 문신, 반영구 화장 등 침습적인 피부 시술이나 발치, 내시경 조직검사 등 주위를 완벽하게 소독하기 힘든 곳에서 하는 의료행위 때도 예방 차원에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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