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욱의 생활건강] 노인 낙상의 주원인 ‘기립성 저혈압’
김아무개씨(82)는 욕실에서 일어나다가 갑자기 핑 돌아서 넘어지며 머리를 세면대에 부딪쳤다. 안 그래도 요즘 앉았다가 일어날 때 어지러워서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한 경험이 있었다. 머리에 혹이 크게 났지만, 정신을 잃은 것도 아니고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따로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 후 1주일이 지나도록 별다른 증상이 없고, 혹도 많이 가라앉아서 머리를 다친 일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런데 몸살이 난 것처럼 점점 무기력해지더니 급기야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되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잠만 자는 상태가 됐다.
가족들도 처음에는 몸살인가보다 했다가, 계속 주무시기만 하는 김씨가 걱정돼 병원 진단을 받았다. CT 검사 결과 뇌에 출혈이 있는 경막하혈종으로 진단받았다. 이미 뇌출혈이 오래되어 후유증이 남아 한쪽 팔다리가 마비됐다. 김씨는 아직도 재활치료 중이다.
노인이 낙상하면서 머리를 다치는 경우가 흔한데, 머리에서 피가 나지 않거나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2주 정도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노인의 뇌출혈은 구토나 두통 등 뇌 손상 증상이 없는 사람이 많아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무기력하거나, 발음이 조금 부정확해지거나, 음식을 흘리거나, 힘이 없다고 계속 누워서 잠만 자는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 집 안에서 노인이 넘어졌을 때는 놀라서 벌떡 일으켜 앉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행동은 혹시 모를 부상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일단 넘어져 있는 채로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고, 팔다리를 천천히 움직여서 아픈 곳이 있는지, 마비된 곳은 없는지를 체크한다. 만약 의식이 명료하지 않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하다면 섣불리 움직이려 들지 말고 그 상태로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 노인이 넘어졌을 때 척추 압박골절, 대퇴골 골절, 손목골절 등이 쉽게 생길 수 있으므로 그 부분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노인이 넘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김씨처럼 앉았다가 일어날 때 갑자기 어지러워서 넘어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부르는데 운동 부족, 근육 감소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
약물 복용 후 기립성 저혈압으로 ‘아찔’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약물이다. 노인은 대부분이 여러 가지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기 때문에 약을 많이 복용한다. 혈압약, 수면제, 항우울제,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등 약물은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낙상 위험이 높아진다. 여러 병원에서 약을 많이 처방받다 보면 약물이 겹치거나 상호작용을 해서 몸에 해를 줄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한 번에 5알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노인의 낙상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1.6배 높다. 실제로 우리는 너무 많은 약을 먹고 있다.
병원에서 한번 처방된 약은 그 증상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반복 처방되는 경우가 있다. 세월이 흘러 병원에 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약물 개수도 많아진다. 가능하면 약 처방은 한 군데 병원에서 받고, 1년에 한 번씩은 내가 먹고 있는 약물, 먹고 있는 영양제를 총 점검해 나에게 꼭 필요한 약만 골라서 먹을 필요가 있다. 약물에도 주기적인 다이어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