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전국택배노조 경남지부 김대환 부위원장, 전국택배연대노조 황성욱 경남지회장

“CJ대한통운은 경쟁 업계와 ‘누가 먼저 백기를 드느냐’ 하는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2011년 이후부터 수수료를 동결했다. 낮은 수수료를 통해 업계 1위 자리에 오른 CJ대한통운의 배송트럭은 기사들의 피땀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지난 11월 CJ대한통운 소속 노조원 700여명이 주축이 돼 전국을 택배대란으로 몰고 갔던 택배노동조합의 파업은 일단락 됐지만 원청인 CJ대한통운을 향한 택배기사들의 분노 게이지는 여전히 높다. 

 

현재 택배 관련 노조는 공공운수 전국택배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으로 나눠져 있다. 이들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배달수수료 인상 △장시간 노동시간 단축 △고용안정 및 영업소의 일방적인 구역조정 중단 △복지확대 △직계약·직고용 등에 대한 교섭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원청인 CJ대한통운과 각 지역 대리점주들로 구성된 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에서는 이들이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하며 노조를 결성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12월 21일 전국택배노조 경남지부 김대환 부위원장과 전국택배연대노조 황성욱 경남지회장을 만나 택배기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전국택배노조 경남지부 김대환 부위원장. ⓒ시사저널


먼저 김대환 부위원장에게 묻는다. 노조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투쟁을 하고 있는 이유는?

 

“새벽부터 밤 10시까지 고강도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중병에 걸려도 쉴 수 없는 환경이다. 대전 지역 기사 두 명이 올해 7월과 10월 감전사와 차량 사고로 숨졌고, 옥천 기사 한 명도 8월 탈수 증세로 숨졌다. 창원에 소속된 기사 한 사람은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은 뒤 다음 날 바로 업무에 투입됐다. 더 이상 우리의 동료를 잃을 수 없다. 현장에서 일하는 기사들도 CJ대한통운의 가족이다. 정말 가족 같은 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분노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분류과정에서의 비용이 전혀 지급되지 않고 무임금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사들이 새벽에 출근을 하면 분류과정에만 오전을 꼬박 다 보낸다. 

 

다른 회사들은 기사들이 분류를 따로 하지 않고, 구역별로 물품을 바로 배송한다. 분류비용을 별도로 지급하든지 아니면 이미 분류된 물건을 우리에게 줘서 업무를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착불비 역시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는데.

 

“​착불비 2500원을 발송자가 기사에게 지급하면 기사는 이 돈을 원청으로 바로 송금하거나 대리점에 송금하는 구조인데, 기사들에게는 단 한 푼의 착불비 수수료도 돌아오지 않는다. 기사들이 착불비를 모아 대리점으로 입금해도 대리점에서 원청으로 돈을 바로 보내지 않고 중간에 착복이나 횡령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우려가 제기되는 구조다.”​

 

‘복지를 가장한 성과급’ 문제를 지적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현재 기사들이 복지 부분에서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가 자녀 장학금 관련이다. 원청에서는 1년 이상 업무를 한 기사들을 A~D까지 등급을 나눈 뒤 A와 B등급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하고, C와 D등급의 기사들은 제외시킨다.

 

등급 평가 기준은 CS(고객 만족도) 점수와 배송물량 1000여개 이상 충족 등이다. 지원금액은 중고생 자녀는 분기별로 5~20만원씩 지급되고, 대학생 자녀는 반기별로 75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인증 2등급을 획득하면 대학생 자녀 반기별 150만원을 지급하고 1등급을 받으면 250만원 정도가 지급된다.

 

이것은 명백히 ‘장학금을 가장한 성과금 제도’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성과금이 아니라면 기사 모두에게 모두 지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황성욱 부위원장께 묻겠다. 택배기사의 업무 계약 구조는 어떠한가?

 

“​고객의 물품을 기사가 받으면 이 물품은 대전 허브터미널로 들어간다. 전국 모든 택배는 허브터미널에 모였다가 다시 지역별로 물품이 나눠져 배송되고, 이 물품이 각 지역 허브터미널로 모인다.

 

터미널에 모인 물품은 각 구역별로 담당하는 배송기사들에게 전달되는데, 중간에 대리점이 끼어 있다면 대리점에 소속된 기사가 배송을 하게 된다. 택배기사들은 원청의 마크를 달고 일하지만 근로계약은 원청간 직접고용, 대리점과 간접 고용 관계로 나눠져 있다. 대리점과 계약된 기사들은 대리점에서 급여를 받아가지만, 원청과 직접고용 한 기사는 원청으로부터 돈을 받는다.”​ 

 

전국택배연대노조 황성욱 경남지회장. ⓒ시사저널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라 교섭의 의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은?

 

“우리는 노동부로부터 정식으로 노조필증을 받고 쟁의를 하는 단체다. 그러니 국가가 규정한 노동3권을 원청에서는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원청에서는 우리들이 특수고용노동자 즉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노동부에서 우리에게 노조필증을 내 준 이유는 업무의 연속성, 사회의 연속성, 경제의 연속성을 띠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차량부터 단체 유니폼까지 CJ대한통운의 마크를 달고 고객에게 배송을 했고, 수수료도 원청으로부터 계속 받아왔다. 원청에서는 대리점주들과 1차교섭을 하라고 말을 하지만 우리의 요구는 대리점에서 들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편, 택배노조의 주장과 관련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기사들이 개인사업자이므로 대리점주들과의 교섭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노동부로부터 ‘교섭 권고를 받았지만 이를 수용할 수 없어 서울행정법원에 판단을 맡긴 상태다. 법원의 판결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