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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 격차 커지자 강화된 부미뿌뜨라 2.0 추진
라작 총리, 국영회사 자금 횡령설 곤욕 치러
그런데 2년 전 그는 국영회사인 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1MDB)의 자금 횡령설과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의 금권유착설 등의 추문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집권 여당의 인기도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말레이시아의 실질적 국부 마하티르 전 총리조차 “라작을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가 됐습니다.
궁지에 몰린 라작 총리는 외교력 강화를 통해 자신이 집권해야 할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입김이 아세안(ASEAN)에서 상당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죠. 대표적인 것이 북한의 김정남 살해사건입니다. 내부적으로 궁지에 몰렸던 라작 총리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말레이시아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습니다. 북한과의 단교까지 운운했으니까요.
부미뿌뜨라 2.0으로 말레이계 달래기 나서
외자 유치로 정부 곳간을 채우는 한편, 부미뿌뜨라 정책으로 말레이인들의 생활수준을 높인 결과입니다. 오늘날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 브루나이에 이어 아세안 3위의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것은 말레이계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경기 불황이 심해지면서 말레이계 주민들의 불만은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부미뿌뜨라 정책 역시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야당은 ‘부미뿌뜨라 정책이 해외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활발한 해외 투자로 재미를 본 말레이시아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십분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반면, 여당인 통일말레이국민기구의 속내는 복잡합니다. 일단 정책 선점 효과 측면에서 한발 늦었습니다. 그렇기에 부미뿌뜨라 정책을 포기한다고 해도 효과가 크지 못합니다. 그래서 집권세력은 야당과는 반대로 규제 강화를 결정했습니다. 라작 총리를 비롯해 집권세력은 늘 부미뿌뜨라 정책을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이용했습니다.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부미뿌뜨라만 다독거릴 수 있다면 선거에서 분명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작 총리 역시 2013년 총선을 앞두고 기존 부미뿌뜨라 정책을 오히려 강화한 신(新) 부미뿌뜨라 정책을 내놓아 재미를 톡톡히 봤습니다. 현재 말레이시아 정부는 ‘부미뿌뜨라 경제 개조 로드맵 2.0(Bumiputra Economic Transformation Roadmap 2.0-BETR 2.0)’이라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부미뿌뜨라 2.0은 이웃 나라인 인도네시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6월9일 인도네시아 법원은 전(前) 자카르타 주지사인 아혹을 법정 구속시켰습니다. 죄목은 신성모독죄입니다. 그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인데 종교가 개신교입니다. 주지사 재직시절 그가 이슬람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자카르타 시내는 연일 시위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법정 구속으로 일단락됐지만, 당시 자카르타 시민들이 분노한 것은 개신교라는 그의 종교뿐만 아니라, 중국계 기업인이라는 이력도 무시 못했을 겁니다. 인도네시아 역시 경제력을 휘어잡은 중국계에 대한 반감이 상당합니다. 때문에 상당수 화상들이 중국식 이름을 버리고 인도네시아 이름으로 개명할 정도였죠. 부미뿌뜨라 정책은 철저한 내부용입니다. 외자 자본에 대한 차별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들 정책을 펴는 것은 아세안 일대에서 자본민족주의 열풍이 커지고 있어서입니다. 정권의 명운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 정치지도자들도 당장은 내국민 보호를 위한 부미뿌뜨라 정책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해외 투자자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로 비춰진다는 점에서 부미뿌뜨라 정책은 안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는 계륵같은 존재인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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