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 달려 있다. 한국이 고도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기업가정신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은 한 나라의 국부와 사회 발전을 결정하는 핵심 인자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사저널이 주최한 ‘2017 굿컴퍼니 컨퍼런스(GCC)’에서 ‘한국 기업가 정신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황 연구위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 본부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제도•경제학회 부회장과 한국규제학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기업가정신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우리 경제의 난제들을 풀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일까?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정신에 대해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이라면서 ‘기업가정신만이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피터 드러커는 1996년 한국을 ‘기업가정신이 가장 활성화한 국가’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모습은 과거의 기업가정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글로벌 기업가정신 조사기관인 GEDI의 2017년 세계 기업가정신 지수(Global Entrepreneurship Index)에서 우리나라의 종합점수는 51%로, 조사대상 137개국 중 27위를 차지했다. OECD 회원국 내에서는 전년도 22위에서 23위로 한 단계 하락했다. 14개 지표 중 평가가 높은 항목은 공정(95%) 및 제품혁신(91%)이었고, 반대로 저조한 항목은 경쟁(25%), 기회인식(29%), 문화적 지원(33%), 경제성장(38%) 등이었다.
1위는 83.4점을 얻은 미국이 차지했고, 그 뒤를 스위스(78점)·캐나다(75.6점)·스웨덴(75.5점)·덴마크(74.1점)가 이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16위, 싱가포르가 24위, 일본이 25위를 차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업가정신지수가 1970년대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 놓은 바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가정신지수의 장기 변화 추이 분석’ 보고서를 통해 △경제활동 참가율 △수출 증감률 △인구 10만 명당 사업체(10인 이상) 수 △대규모 사업체(300인 이상) 비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설비·연구개발 투자 비율 △법안 가결률 △공무원 경쟁률(9급 기준) 등 7개 지표를 기준으로 기업가정신지수를 종합 평가했다. 조사 결과 국내 기업가정신지수는 2013년 66.55로 평가됐다. 1976년 150.86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수치다. 기업가정신지수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06.20 이후 한 차례도 100을 넘지 못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가정신지수의 하락은 국회에서의 법안 가결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등 공공부문 지수가 크게 낮아진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황 연구위원은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제도적 인센티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큰 기업에 박수를 치고 성공을 인정하기보다 규제에 나선다”면서 “규제 때문에 성장을 멈추는 것이 기업에 이득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 전체의 제도적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실패에 책임을 묻되 성과가 있을 경우 이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정비를 위해 정책 입안자인 국회의원들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황 연구위원은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은 법 따로 경제 따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제도가 기업가정신을 결정한다”면서 “생산적인 기업가정신은 북돋아주고 파괴적인 기업가정신은 제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