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시 전문가 정성평가는 시사저널이 GCI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심한 부분이다. 계량화된 수치로만 기업을 바라볼 게 아니라 보편적 눈높이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8개가 추가된 31개 분석 툴로 기업 내부를 현미경으로 보듯 심도 있게 봤지만, ‘사회 통념’이라는 계량화하기 힘든 영역으로까지 평가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생각은 올해도 변함없었다. 실적상 문제가 없더라도 협력업체와의 불화나 최고경영자(CEO)의 도덕 불감증은 올바른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기업 성장의 심각한 위험요소로 자라난다. 때문에 ‘지속성장이 가능한 좋은 기업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한 시사저널의 ‘굿 컴퍼니 프로젝트’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정량적 평가 못지않게 정성적 평가 역시 중요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인싸이트그룹이 31개 지표로 순위를 매긴 뒤, 이를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과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심사했다. 올해 정성평가 심사에는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 교수와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박 교수는 연세대 경영대학장, 한국경영사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학생들을 상대로 글로벌 경영전략과 경영관리 등을 가르치고 있다. 김 교수는 하나대투증권,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으며, ‘족집게 경제·증시 전망’을 많이 한 ‘스타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올해 GCI 조사에서 가장 고심한 것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점이었다. 최순실씨가 사실상 관리해 왔다고 알려진 K재단과 미르재단에 전경련 산하 주요 대기업들이 계열사 명의로 자금을 댄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리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예년 같았으면 윤리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만으로 명단에서 제외시켰겠지만, 워낙 많은 기업들이 연루돼 있는 데다, 죄질의 경중을 따지기 힘들어 큰 벌점을 주지 않기로 했다.
다만 2015년 4조2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한 데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까지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은 명단에서 제외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가는 원료물질을 판매한 SK케미칼도 관련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대상에서 뺐다. 이 사건은 지난해 중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아울러 수천억원대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코오롱인더스트리도 뺐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는 작전 세력에 의해 주가가 대폭 올라, 개미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홈캐스트를 제외했다.
정성평가에 참여한 박영렬 교수는 “사행 산업과 관련된 기업을 굿 컴퍼니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익 교수도 “윤리적 가치 부문에 있어 코스피 상장사들의 평균 점수가 코스닥 상장사·공기업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은 해당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다시금 생각해 볼 대목”이라고 평가했다.